정치적 중립 의무 있는 '국정원장'...여당 관계자와의 독대는 오해의 소지 충분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투데이코리아=김충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양정철 민주연구위원장이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비밀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집권 여당의 싱크탱크 수장이 정보기관 최고 수장과 비공개로 만난 것은 이번 정부 들어서 이례적인 일이다.
27일 ‘더팩트’가 단독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양 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은 지난 21일 오후 6시 20분께부터 10시 45분께까지 4시간 이상 서울 강남구 모처의 한정식 식당에서 만났다.

두 사람이 만난 날은 민주연구원 주최로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사회적 경제, 문재인 정부 2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가 개최된 날이다. 지난 14일 취임한 양 원장이 처음으로 맞이한 민주연구원의 공식행사였으나 신임 수장인 그는 불참했다.

민주연구원 관계자는 더팩트에 “양 원장이 당무를 맡은지 얼마 되지 않았고 다른 일정과 겹쳐 부득이하게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가 끝나고 오후 5시 30분께 양 원장은 홀로 국회를 나와 대중교통을 이용, 강남구의 한 식당에 도착했다고 더팩트는 보도했다.

더팩트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두 사람은 식당에서 나와 이야기를 주고받고, 서훈 국정원장이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로부터 경호를 받으며 대기 중인 고급 세단에 올랐다. 이때 양 원장은 90도로 깍듯이 허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은 문 대통령 대선 후보 캠프에서 인연을 맺었다. 서 국정원장은 18대 대선부터 문 대통령을 도왔고, 19대 대선 캠프에서는 국방안보위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양 원장은 문 대통령 당선 이후 2년여 동안의 야인생활을 마치고 최근 여의도로 복귀했다. 그러나 복귀하자마자 국가 정보를 총괄하고 있는 국정원장과 장시간 독대를 가진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국정원장은 청와대와 함께 공식 보고라인에 있는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도 독대가 쉽지 않은 인사다.

이혜훈(바른미래당) 국회 정보위원장은 더팩트 취재진에 “지난 6개월간 서 국정원장을 독대한 적이 한 번도 없고, 다른 사람들이 배석한 자리에서 만난 것도 정보위 회의를 할 때를 제외하면 1시간을 넘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정부조직법상 유일한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국내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정치적 중립의 의무도 무엇보다 중요한 조직이다. 문 대통령 역시 직접 국정원에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당부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핵심 인사인 두 사람이 장시간 밀담을 나눈 것은 많은 해석을 낳게 할 전망이다. 국정원장은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데 여당 관계자와의 독대는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편 양 원장은 이번 보도와 관련해 "당일 만찬은 독대가 아니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과 함께 한 만찬"이라며 "사적인 지인 모임이어서 특별히 민감한 이야기가 오갈 자리도 아니었고 그런 대화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고위 공직에 있는 것도 아니고 공익보도 대상도 아닌데 미행과 잠복취재를 통해 일과 이후 삶까지 이토록 주시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