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미 정상이 미사일 사태를 풀기 위한 방향 제시에 뜻을 모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가 동요하는 가운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다음날인 6일 전화통화를 가졌다.

지난해 9월 베이징(北京) 북핵 6자회담 공동성명 채택 이후 약 10개월 만에 성사된 이번 전화통화의 결론은 "북한 미사일 발사 문제에 대해 한미 양국이 긴밀히 협의하고 외교적 노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키로 했다"(정태호 청와대 대변인)는 것으로 요약됐다.

이와 동시에 양국 정상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심각한 도발행위'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 대해 '상응하는 대가'를 묻는데 양국이 보조를 같이하자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그동안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상정하며 대비해온 '제재안'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거나 함께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대북 제재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일본까지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미사일 발사 전과 북한이 느낄 체감 분위기는 확연하게 차가와질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하지만 양국 정상간 이날 대화내용 중에서 가장 의미있는 대목은 `외교적 해결'이라고 정부 고위 당국자가 강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도발'을 감행한 북한에 대한 제재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북한 미사일 사태, 나아가 핵문제의 궁극적인 탈출구는 '외교적 해법'에 있다는데 양국 정상이 뜻을 모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교적 해법의 구체적 모습은 현재의 북핵 6자회담으로 귀결된다. 북한의 핵, 그리고 미사일 등을 국제사회가 관리하고 이에 상응하는 보상조치를 다자적 틀내에서 보장하는 6자회담이 현 시점에서 최적의 외교채널이라는 데 양국 정상이 뜻을 모은 것이다.

양국 정상이 이처럼 맥을 같이하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은 사전에 미국을 방문중인 송민순(宋旻淳)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간 협의가 토대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송 실장은 해들리 보좌관, 그리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미 정부 고위인사들과 연쇄 접촉한 뒤 특파원간담회를 열어 한미 양국이 향후 미사일 대응책을 '긴밀하고도 실시간으로(fully and timely)'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 미사일 사태 전개과정에서 한미간 `온도차'를 언급하며 공조 태세에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송 실장은 "북한 미사일 사태 이후 양국이 취할 조치에 대해 개별적이고 전반적인 상황을 조율했다"고 소개했다.

과거보다는 앞으로의 일에 방점을 찍는 모습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사안의 성격과 근저에 깔려있는 요인을 감안할 때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도발을 감행한 북한에 '이성을 찾으라'는 요구를 던지면서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나가기 위한 외교적 해법을 구사할 시점이라는게 송 실장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한미 정상은 다양한 실무 채널간 협의를 토대로 오는 9월 열릴 정상회담에서 "전반적인 한미 관계와 북핵 및 미사일, 동북아 정세 등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송 실장)를 할 예정이다.

최고위 차원에서 미사일 사태는 물론 한반도 현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추진방안을 도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미 정상이 '외교적 해법'을 강조함에 따라 중국의 역할이 다시금 주목되고 있다. 북한을 몰아붙이는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면 상대적으로 중국의 위상은 부각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기로 한 이상 북한에 영향력이 있는 중국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중국 지도부의 공개적인 자제 당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곤혹스러워진 중국이라지만 한반도의 안정을 바라는 중국 외교의 기본 방침마저 흔들리지는 않았다는게 외교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라이스 장관이 앞으로 취할 대북 조치와 관련,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송 실장의 전언은 이런 측면에서 음미해볼 만 하다.

동북아 순방에 나선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첫 방문지로 중국을 찾는 것도 이 같은 미국의 의중을 엿보게 한다.

한미 정상이 최악의 상황에서도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고 중국이 이에 가세할 경우 미사일 국면이 연착륙할 가능성도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 만큼 터널의 끝이 보이는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분석을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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