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최악의 영업손실로 脫원전 포기요구 높아져

▲ 김성기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한국전력이 최근 시장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올 1분기 영업실적을 발표한 뒤 주가가 급락,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30년 전 국민주 청약방식으로 공개된 공기업이 만성적자로 부실의 늪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소액주주들은 김종갑 사장 퇴진과 탈원전 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한전은 역대 최악의 기록에 해당하는 6299억원의 분기 영업손실을 보았다고 공개하면서 비교적 따뜻한 날씨로 전기판매 수익이 감소한데다 발전용 LNG 등 국제연료가격이 상승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전이용률은 지난해 3분기 이후 70%대를 회복했고 올 1분기 75.8%까지 올라갔다고 밝혔다. 탈원전 정책과 영업손실은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시장반응은 한전 설명과는 달랐다. 증시 분석가들은 한전의 1분기 손실이 대략 12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5배가 넘는 영업손실이 나왔다며 기업전망을 어둡게 보았다. 더구나 한국 경제가 반도체 등 수출까지 부진을 보이면서 환율이 급등해 한전의 연료구입비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시 분석가들은 탈원전 정책의 영향에 대해서도 한전과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한전은 1분기 원전이용률이 높아졌다고 주장하는데 과거 연도별 이용률을 보면 대략 80%이상을 유지했고 때로는 90%에 가까웠다며 아직 정상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원전 건설을 중지시키고 정비나 고장 등을 이유로 기존 원전까지 자주 가동을 멈추게 하기 때문에 LNG 등 연료구입비가 증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려 석탄발전 비중을 낮춘 것도 비용 상승의 요인으로 지목돼 한전의 전망을 더욱 흐리게 하고 있다.

소액주주들로 구성된 ‘한전소액주주행동’은 주가가 30년전 가격보다 못한 수준으로 폭락했다며 기업과 주주 이익을 외면하고 탈원전 정책을 맹목적으로 따른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경영진들을 상대로 손해배상과 배임등 소송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임기말인 2022년까지 전기요금을 묶어두겠다는 방침에 대해 “막대한 부채를 다음 정권과 세대에게 넘기겠다는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다.

탈원전과 이에 따른 에너지 공기업의 부실화는 원자력학계나 산업계, 관련 전문가, 한전 주주들의 반발에 그칠 사안이 아니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이미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의 반대가 굳어졌으며 부작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전은 영업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대규모 설비투자가 요구되는 기업인데 지난해 말 이미 114조원이 넘는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다. 여기에 영업손실까지 더해지면 결국 다음 정부에서 전기요금을 대폭 올려 부채를 털어내는 길밖에 없다. 전력을 독점하는 에너지 공기업이 파산하는 극단적 선택하지 않으려면 국민 부담으로 엄청난 구멍을 이자까지 더해 채워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2022년까지는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임기 중 에너지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전기요금 인상이나 탈원전 포기는 절대 없을 것이며 부채가 누적되면 다음 정부가 알아서 하면 될 일이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적어도 20년, 길게 100년을 집권하겠다는 여당 지도부의 호언이 매우 공허하게 들린다.


기술 고도화와 정밀한 정비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원전을 포기하고 값비싼 화석연료와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에 의존하겠다는 정책은 국민 부담을 늘리고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우물안 개구리 식 발상이다. 이를 잘 알면서도 정책을 추종해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에너지 공기업 경영진들은 이제라도 자리를 걸고 대통령에게 바른말을 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출신의 한전 김 사장부터 주위 여건을 차분히 둘러보기 바란다. 경영실적 악화와 시장 전망, 강원 산불, 소액주주들의 반발 그리고 갈수록 따가워지는 국민의 눈길 등. 어느 것 하나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없다. 적당히 처신해 임기만 채우려할 게 아니라 문제를 직시하고 정면 돌파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결단을 내릴 때다. 한전 사장의 결단 하나로 바뀔 정책은 아니겠지만 에너지 공기업의 최고 책임자가 기업경영 현장에서 단초를 열어야 한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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