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사태, 벤처인들 설전으로 번져...주무부처 국토교통부, 입법기관 국회는 방관

▲ 타다. (사진=타다 홈페이지 캡쳐)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택시업계와 모빌리티업계의 갈등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택시업계의 창이 카카오 카풀에 이어 ‘타다’를 겨냥한 가운데 IT업계 저명인사들이 각자 생각하는 해결방안을 두고 설전까지 벌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작 중재에 나서야할 정부와 국회는 뒷짐만 지고 사태를 방관하고 있는 모양새다. 구산업과 신산업의 공존을 강조하면서도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며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타다를 운영하는 VCNC의 모회사 쏘카 이재웅 대표와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는 ‘택시 번호판 매입안’을 두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공방을 벌였다. 이 대표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창업자, 김 대표는 네이버의 공동 창업자다. 두 사람은 대표적인 1세대 벤처기업인으로 꼽힌다.

먼저 김 대표는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과 제도를 바꿔 어떤 형태의 미래 지향적 차량 공유 서비스이던 모두 허용하는데 그 서비스를 하려는 기업은 자기가 수행할 양만큼의 면허를 매입하는게 어떨까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이 대표는 26일 페이스북에 “많은 분들이 개인택시 면허권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면허 매각 후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우리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논의 없이 개인택시 기사 면허만 돈 주고 사면 갈등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한 쪽 면만 보는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김 대표는 즉각 반박글을 올렸다. 그는 27일 새벽 “왜 서민은 돈을 1억원이나 모으고 그 돈으로 개인택시 면허를 사야하고, 면허 취득 기준에 맞는 무사고 이력을 쌓아야 하고, 우버같은 외국계나 대기업은 그냥 아무런 면허권 취득도 안하고, 투자도 안하고, 자가용 운전자나 모으고, 카니발이나 사고, 아무나 써서 운행을 하면서 수입을 올려도 된단 말인가”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타다를 향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타다가 1000대이고 개인택시가 1000대이면 타다는 면허권을 안사서 1000억원을 덜 투자한 상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냐”며 “개인택시도 1000명이 1000억원을 투자 안했으면 더 싸게 운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논쟁은 댓글에서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김 대표 게시물에 댓글을 달고 “5년이 될지 30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자율주행시대가 오면 어차피 그때는 그것이 택시면허든, 렌터카든, 자가용이든 별 차이가 없어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런데 매각만으로는 개인택시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김 대표는 “6500만원이면 살 수도 있다 어쩌고 하다가 진짜로 면허 구입 문제가 호응을 얻어가니까 갑자기 면허 구입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도자료를 뿌리냐”며 비판했고, 이 대표는 “보도자료 안뿌렸다. 복합적인 문제이니 매입을 포함한 여러 가지 방법을 논의하자는 이야기가 이렇게 욕하실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표면적으로 두 사람은 의견 충돌로 인한 설전을 벌이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 같지만 긍정적인 해석도 나온다. 결국 두 사람은 현재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택시업계와 타다의 상생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다는 것이다.

전통산업과 혁신산업이 충돌하고 있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아직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고,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3월 카카오와 택시업계, 정부, 여당이 참여한 ‘사회적대타협기구’에서는 △출·퇴근 시간대 각 2시간씩 제한적 카풀 서비스 허용 △택시 월급제 도입 등을 골자로한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하지만 법인택시연합회가 보름 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월급제 반대 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합의 반대를 주장했다. 이후 개인택시연합회도 사회적 대타협안이 ‘졸속’이라며 합의 무효를 주장했고 중소카풀업체들도 합의안 무효를 선언하며 줄줄이 협상판에서 이탈했다.

택시 월급제, 사납금 폐지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은 국회가 몇 달째 열리지 않아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택시 월급제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심사를 실시했지만 택시사업주들로 구성된 전국택시운송사업자조합연합회의 반발로 개정안 통과를 보류했다. 이후 선거법과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싸고 여야의 갈등이 지속돼 후속조치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중단됐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3일 “택시산업 체질개선과 수익성 향상 등 대타협기구에서 합의된 개선방안이 조속히 이행돼 규제개선으로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월급제를 합의해 놓고도 법인택시연합회가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 국회가 몇 달째 열리지 않아 법안 논의가 진척되지 않은 것도 이유다”라고 밝혔다.

택시업계와 타다가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스타트업 업계는 계속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승차공유 업체 풀러스, 쏘카 등이 소속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성명을 내고 “정치쟁점화가 모빌리티 혁신 논의를 뒤짚어 버리면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스타트업 모두 공멸할 수 밖에 없다”며 “지난 3월 합의를 이룬 사회적대타협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3개 단체는 “사회적 대타협기구 합의 이후 현재까지 정부와 여당 그 어느 누구도 이를 이행하기 위한 후속조치를 전혀 이행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정부와 여당의 태도는 이젠 실망을 넘어 과연 다양한 택시 서비스의 제공을 통해 국민편익 증진에 기여할 의지와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타다는 지난해 10월 출시된 승차공유 서비스다. 11인승 카니발 차량으로 운영되는데 앱을 통해 차량을 대여하면 운전기사가 함께 오는 방식이다. 일반 택시 대비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과 쾌적한 환경, 각종 편의 서비스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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