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한국GM·르노삼성, 노조와 합의해야 할 사안 산적...가시밭길 예고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매년 반복되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 갈등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해 임단협을 해결하지 못한 채 노사 분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한국GM의 경우 올해 임단협 상견례조차 치르지 못했다. 현대자동차는 순탄한 시작을 보였지만 곳곳에 암초가 버티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 현대자동차 2019년 단체교섭 상견례.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홈페이지)

◇ 전운 감도는 현대차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30일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하언태 현대차 대표이사 부사장과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등을 비롯한 노사교섭위원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9년 임단협 상견례를 가졌다.

이날 상견례에서 하 지부장은 “올해 단체교섭이 좀 늦게 시작되는 만큼 실무교섭에 힘을 실어 본교섭에서는 압축적인 심의를 통해 소모적인 논리공방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속도감 있는 교섭으로 조합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협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상견례 하루 전날인 지난달 29일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저지 총파업 연대투쟁에 나서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전운이 감돌았지만 상견례는 비교적 순조롭게 마무리 됐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단협에 대해 매주 2차례 본교섭을 갖고 추석 전 타결을 목표로 세웠다. 다만 정년연장과 통상임금 등을 둘러싼 현안을 고려하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노조의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살펴보면 임금은 12만3526원(기본급의 5.8%) 인상, 당기 순이익의 30%에 달하는 성과급, 상여금 통상임금에 적용, 정년 연장 등이 골자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회사의 경영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요구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통상임금에 대해 기아자동차 노사가 합의한 통상임금 미지급분 지급액(1인당 평균 1900만원) 만큼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기아차의 경우 통상임금 소송에서 1·2심 모두 노조가 승소했지만 현대차는 2심까지 사측이 승소했고 대법원 판결만 남아 있다. 결국 현대차는 기아차와의 상황이 다른데 똑같이 돈을 달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4일 2차 본교섭을 가졌다. 상견례를 제외하면 사실상 첫 교섭인데 벌써부터 양측에서 기싸움이 벌어졌다.

2차 교섭에서 사측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환경 악화와 올 1분기 경영실적을 설명하며 회사가 경영위기에 처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노조는 글로벌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회사의 책임도 있다며 경영위기를 이유로 양보만 강요하지 말고 노조의 요구안을 전폭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GM 노조.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홈페이지)

◇ 경영정상화 시급한 한국GM

한국GM의 경우 노사간의 만남 자체가 무산됐다. 지난달 30일 노사가 교섭장 및 교섭대표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과거 4월이면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올해는 두 달 넘게 늦어지고 있다.

한국GM 사측은 교섭 장소를 기존에 사용하던 한국GM 본사 복지회관동 건물 노사협력팀 대회의실에서 본관 건물 내 회의실로 옮겨달라고 요청했으나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사측의 교섭장 변경 요청은 지난해 7월 기존 교섭장에서 노사 간 협의에 임하던 회사 임원진이 노조 조합원들에 의해 감금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조는 기존 교섭장이 30여년 간 노사 단체교섭이 있을 때마다 사용했던 곳으로 상징성이 있어 교체할 수 없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또 사측은 노조가 해고된 군산지회장을 교섭위원 중 한 명으로 내세운 것을 문제 삼았지만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GM 노조에 따르면 노사의 만남은 지난 5일까지 총 다섯 차례 무산됐다. 모두 교섭장 이견과 사측의 불참이 이유였다.

한국GM 노조는 지난달 16일 제89차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임금은 12만3526원(기본급의 5.65%) 인상, 성과급은 통상임금(409만4000원)의 250%인 1023만5000원,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을 골자로한 임금협상 단체교섭 요구안을 확정했다.

또 노조는 사측에 제시한 요구안을 통해 인천 부평2공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전망 계획, 부평 엔진공장 중장기 사업계획, 창원공장 엔진생산 등에 대한 확약도 요구했다.

한국GM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2월 군산공장 폐쇄 이후 판매가 급감하면서 지난해에만 614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국GM은 오는 9월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사측은 공격적인 신차 출시를 통해 내수 판매 회복과 손익분기점이란 목표를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올해 임금협상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또다시 ‘노조 리스크’에 내몰릴 것으로 우려된다.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 2018년 임단협도 해결 못한 르노삼성...노(勞)-노(勞) 갈등까지

르노삼성차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올해 임단협 상견례는커녕 지난해 임단협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노사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해 6월 2018년 임단협에 돌입한 이후 약 11개월에 걸친 줄다리기 끝에 기본급 동결에 다른 보상금 100만원, 성과 및 특별 격려금 976만원, 생산격려금(PI) 50% 지급, 근무강도 개선 등을 골자로 한 잠정합의안을 지난달 16일 도출했다.

하지만 노사가 마련한 잠정합의안은 전체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51.8%의 반대로 부결됐다.

노사는 지난 3일 재협상을 위한 실무협의를 마련해 5일까지 논의를 계속했지만 노조의 요구안을 놓고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노조는 ‘전면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노조 집행부의 파업 지침에 따르지 않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전면파업 선언 당일인 5일에는 야간 근무조 인원 900명 중 300여 명이 생산에 참여했고 휴일인 6일에도 당초 예정됐던 엔진 공정 특근 근무자 69명 가운데 67명이 출근해 정상 조업을 이어갔다. 7일 오전에는 전체 근무 인원의 66%가 출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현행 집행부의 ‘강경노선’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는 노조원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최근 파업률이 매우 저조하고 파업에 대한 일반 노조원들의 지지가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르노삼성차 노조 집행부는 3일 실무협의 과정에서 노조원과 비노조원간 임단협 타결 격려금 차등 지급, 노조원 안에서도 파업참가 횟수에 따라 타결 격려금 차등 지급을 요구했다.

격려금 차등 지급의 경우 노조 내부에서도 반발이 클만한 요구다. 노조 측 주장대로라면 같은 르노삼성차 직원이더라도 비노조원이 노조원보다 격려금을 적게 받고, 같은 노조원이더라도 파업 참가 횟수가 적으면 격려금을 적게 받는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할 일이 산적해 있는 르노삼성차는 노조 리스크에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부산공장 생산물량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 위탁생산의 계약이 오는 9월 만료되는 상황에 후속 물량 확보는 안갯속에 빠졌다.

특히 르노 본사는 임단협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수출물량 배정을 미루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르노삼성이 배정받기 위해 매진하고 있는 신차 XM3 수출물량은 최근 스페인공장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르노삼성차가 새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 부산공장의 가동률은 40%까지 떨어지는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가동률이 50% 이하로 밑돌면 현행 주야 2교대 근무를 유지할 수 없다. 결국 부산공장 생산직 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 ‘모범생’ 쌍용차

임단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다른 회사와 달리 쌍용자동차는 ‘모범생’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2009년 민주노총을 탈퇴한 쌍용차 노조는 9년 연속 사측과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했다. 올해 임단협 교섭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무난한 타결이 점쳐진다.

쌍용차의 노사 화합은 결국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쌍용차는 판매 3위를 차지했다. 그간에는 1·2위를 현대차와 기아차가 차지하고, 3위 자리는 쌍용차와 한국GM, 르노삼성이 노리는 구도였다.

또 쌍용차는 올 1분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쌍용차는 신형 코란도 등 신차 효과에 힘입어 올 1분기 매출 9322억원에 영업손실 27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318억원의 영업손실에서 손실폭은 줄어들었다.

내수 시장의 어려움에서도 쌍용차의 실적 개선의 비결은 신차 효과와 노사 협력 분위기가 꼽힌다. 이 기세를 몰아 올 2분기에는 소폭 흑자전환도 예상된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4월부터는 쌍용차의 신차판매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6월부터는 수출이 시작돼 볼륨효과가 배로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쌍용차의 올 2분기 영업익은 11억원으로 흑자전환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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