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최태원, 3인3색 리더십 눈길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최근 국내 기업들이 급변하는 사업 환경과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글로벌 경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재계 1·2·3위인 삼성, 현대자동차, SK의 총수들이 경영 보폭을 더욱 넓히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에 혁신을 강조하고 미래성장동력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일 경기 화성사업장에서 전자 관계사 사장단과 함께 글로벌 환경 점검·대책 회의를 가졌다. (사진=삼성전자 블라인드 캡쳐)

◇ 이재용, 사장단 ‘릴레이 소집’...전략·투자 직접 챙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잇달아 사장단을 소집하며 ‘전략행보’에 나서고 있다. 직접 관계사 사장단과 마주앉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부문별 경영 전략 및 투자 현황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주말인 지난 1일 경기 화성사업장에서 전자 관계사 사장단과 함께 글로벌 환경 점검·대책 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는 김기남 DS부문 부회장과 진교영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강입협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장, 정은승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단기적인 기회와 성과에 일희일비하면 안된다”며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삼성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계획 중인 대규모 투자와 고용에 대한 차질없는 추진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차 산업혁명 선도를 핵심 테마로 △AI(인공지능) △5G(5세대 이동통신) △바이오 △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을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향후 3년간 180조원 규모 투자, 4만명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또 지난 4월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집중 강화는 ‘반도체 비전 2030’ 계획을 발표하며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지난 50년간 지속적인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며 “작년에 발표한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채용 계획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삼성은 4차 산업혁명의 ‘엔진’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이를 위해 마련한 133조원 투자 계획의 집행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이후에도 지난 13일 DS부문 경영진과 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14일 삼성전자 수원캠퍼스에서 IM부문 사장단과 회의를 갖고 미래 신성장동력이 될 첨단 선행 기술과 신규 서비스 개발을 통한 차별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며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5G 이후에 6G 이동통신이나 블록체인, 차세대 AI 서비스 현황과 전망은 물론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칼라일 그룹 이규성 공동대표가 대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미래車 선도 의지...최우선은 ‘고객’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자율주행, 전장화 등 미래자동차 혁신기술에 대한 선도 의지를 피력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22일 열린 칼라일그룹 초청 단독대담 자리에서 고객중심 가치, 미래 트렌드 대응, 리더십 조직문화 혁신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전략적 우선순위에 대해 ‘고객’, 리더십 측면에서 가장 큰 도전과제에 대해 ‘미래 트렌드 대응’을 꼽았다.

정 수석부회장은 “서비스, 제품 등 모든 측면에서 우리가 고객에게 집중하기 위해 더 노력할 여지가 없는지를 자문하고 있다”며 “고객 중심의 회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대차그룹 모든 직원들은 고객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말한 ‘고객 중심의 회귀’는 최근 ‘최고의 질문’이란 저서를 주제로 임직원들과 토론의 시간을 가지며 고객 및 고객가치를 재정의하고 있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는 고객과 함께 성장하고 고객의 미래를 향한 꿈과 여정을 함께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또 정 수석부회장은 “미래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고, 특히 연구개발(R&D)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 연구개발의 효율성의 증대가 중요하다”며 “외부 기술들은 더 많이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미래성장동력인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 실리콘 밸리의 ‘팔로알토’ 같은 교통여건이 좋은 환경 뿐 아니라 불확실성이 높고 다양한 상황을 경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의 테스트를 확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세계시장 판매에서 5위, 보유자산 기준 국내 2위 기업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뒤를 잇는 후계자다. 지난해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을 맡은데 이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에 오른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 장악력을 확대했다.

앞서 지난 3월 열린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엘리엇의 공격을 잘 막아내면서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경영권 승계 작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8일 열린 ‘소셜밸류 커넥트 2019’에 참석했다. (사진=SK그룹 제공)

◇ 최태원 SK그룹 회장, ‘딥 체인지’ 재차 강조...5G·AI에 승부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회적 가치 확산을 통한 ‘딥 체인지’ 경영에 힘을 싣고 있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로텀라인(DBL) 경영’ 등을 구축해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소셜밸류 커넥트 2019’에서 최 회장은 “사회가 지속가능해야 회사도 지속가능 할 수 있고 개인의 행복도 담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직접 비즈니스 강화에도 나섰다. 지난달 30일 SK ICT 패밀리사의 AI·5G 전략 및 방향성에 대해 토론하는 타운홀 미팅에서도 구성원들에게 위기 의식을 갖고 일하는 방식의 ‘딥 체인지’를 촉구했다.

최 회장은 “AI와 5G 시대에 모든 기업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는 만큼 초기에는 작더라도 성공의 경험을 쌓아서 역량을 내재화할 수 있는 ‘스몰 스타트’를 통해 고객 기대치를 맞춰나가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대가 급변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좋은 기회이자 위협 요소”라며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이 않다. 5G와 AI를 발판으로 기존 통신 컴퍼니를 넘어 최고의 기업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