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초라한 1분기 성적표 이어 2분기도 암울...마트노조는 정용진 퇴진 목소리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그룹이 이끄는 이마트의 실적이 반토막 난데 이어 올해 전망에까지 먹구름이 꼈고, 최근에는 이마트 노조원들 사이에서 정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마트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74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1.6% 급감했다. 전분기 대비로는 21% 증가한 수치다. 매출액은 4조585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1.7% 늘었지만 순이익은 697억원으로 44.0% 감소했다.

이마트는 올 겨울이 예년보다 따뜻했던 데다 유통업계간 경쟁 심화로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가 증가한 점이 영업이익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별로 춥지 않았던 겨울 날씨 탓에 패션과 난방용품 판매가 부진했고, 할인율이 높은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 비중이 늘어나면서 이익은 줄었다는 설명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한 달에 두 번 선보이고 있는 국민가격 상품을 지속해서 선보이고, 하반기부터는 근본적인 유통 구조 혁신을 통한 초저가 상품 출시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비용구조 혁신에 대한 성과가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마트의 자회사인 이마트24 편의점의 적자도 실적 부진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24는 최근 5년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24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지난 2014년 이후 누적손실액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마트24의 영업손실은 △2014년 140억원 △2015년 262억원 △2016년 350억원 △2017년 517억원 △2018년 396억원 등을 기록했다. 누적된 손실액만 약 1700억원에 달한다.

이마트의 실적 부진은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6월 28일 26만5500원까지 올랐던 이마트주가는 지난달 30일 14만1000원까지 내려앉았다. 14일 이마트의 종가는 14만2500원이었다.

증권가에서는 이마트가 2분기에도 실적 개선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화투자증권 남성현 연구원은 “2분기에도 실적개선 폭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며 “온라업 점유율 확대를 위해 프로모션 진행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일시적인 비용 부담 증가와 지난해 오픈한 전문점 부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DB금융투자 차재헌 애널리스트는 이마트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63.6% 감소한 194억원으로 전망했다. 1분기보다 영업이익이 500억원 이상 더 빠진다는 얘기다.

▲ 지난 11일 열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규탄 결의대회. (사진=마트산업노동조합)

정 부회장의 고민은 실적 뿐만이 아니다. 지난 11일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은 신세계 명동 본점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정 부회장이 경영실패를 이마트 노동자들에게 책임 전가한다며 규탄하기도 했다.

이마트24, 노브랜드 등 정 부회장이 추진하는 사업마다 실패를 면치 못하고 있고, 이는 이마트의 인력감축과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노동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날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정용진 OUT’이라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고, 정 부회장을 규탄하는 대형 글씨를 만드는 상징의식도 진행했다.

또 결의문을 통해 “이후 이마트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책임을 정 부회장에게 하나하나 물을 것”이라며 “재벌개혁을 위해 정 부회장의 진짜 모습을 국민들에게 알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완 마트노조 위원장은 “회사가 어렵다면서 오너 일가는 배당잔치를 벌이고 경영실패의 책임을 이마트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정 부회장의 모습은 안하무인 재벌체제의 민낯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트노조는 지난 13일 개장 26년 만에 리뉴얼하고 문을 연 이마트 창동점이 유인계산대를 12대에서 2대로 줄이고 무인계산대 16대를 설치한 것에 대해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신세계 이마트는 이제 선택의 여지조차 주지 않고 무인화를 확대해 가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마트 측은 무인계산대가 늘어나는 것은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소비자 편의 중심의 트렌드로 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무인계산대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고객들을 위해 인원을 배치하고 고객들이 편안하게 계산하고 있는 것을 돕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은 “아무리 좋은 기술도 노동자들과 공존할 때만 의미가 있다”며 “정 부회장의 무인셀프계산대는 노동자들을 찾아볼 수 없고 셀프계산대를 이용 못하는 고객들은 오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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