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강대강 대결 속 선택 강요받은 대한민국...결정의 시간 다가와

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 | 세계적인 중국의 IT기업 화웨이가 미중무역전쟁의 불씨가 되어 파산지경에 내몰렸다.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이 기술 탈취혐의로 기소되어 자택 구금을 당한 가운데 미국 정부는 캐나다 정부에 멍완저우 부회장의 신병을 요구하며 미국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요청했다.

화웨이는 무슨짓을 저질렀나?

지난해 12월 캐나다는 미국의 요청에 의해 멍 회장을 체포했다. 체포 당시 멍 회장은 중국으로부터 발급받은 여권이 무려 7개로 드러났는데, 이후 재판에 제출하지도 않은 다수의 여권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미 당국의 의심을 샀다. 캐나다 사법부는 멍 부회장이 다량의 여권을 소지한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고 보석 금지를 내리고 구속 기소했다.

여권의 발급체는 중국 정부다. 그런데 중국의 유력 기업의 부회장이 여권을 여러 개 소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스파이가 할 만한 행태로 비난과 의심을 받고 있다. 미 당국은 강력한 의심을 품을 수 밖에 없는 것도 당연지사다.


멍 부회장의 체포 이후 폴란드 정부는 지난 1월 화웨이의 중국 직원을 스파이 혐의로 구속했다. 폴란드의 통신사인 오렌지 폴스카는 화웨이 통신장비를 쓰고 있는 업체였는데 화웨이는 이 과정에서 통신장비의 백도어 기능을 이용해 폴란드와 유럽 연합 내 정보를 획득해 중국으로 넘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폴란드 정부는 화웨이의 유럽 판매책임자와 직원들을 체포해 반중 감정은 유럽까지 퍼졌다.


▲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미국 연방수사국(FBI)는 지난 2월 기술 탈취 혐의로 화웨이를 기소한데 이어 화웨이의 연구소까지 기습적으로 급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은 화웨이와 협력관계였던 미국의 한 IT기업이 화웨이의 기술 절취 시도가 의심된다며 FBI에 신고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FBI는 화웨이가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함정수사까지 기획했는데, 당시 FBI는 화웨이와 협력중인 미국의 업체 사장을 포섭해 화웨이가 이 회사의 중요기술 샘플을 요청하면서 60일 안에 샘플을 반환한다는 약속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연락을 두절한 것을 포착해 화웨이의 연구소를 급습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미국의 행정명령

결국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서 화웨이의 수상한 움직임들이 포착되면서 미국은 2019년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에 관한 행정명령’을 발동하기에 이른다.

이 행정명령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침해하고 미국 기업들의 기술 유출을 시도하는 타국의 IT 분야 기업들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거래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으로 기존의 거래를 유지하거나 새로운 거래를 시도할 때에는 미국 상무부에 무조건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이후 상무부와 재무부 등 관련 부처에서 최장 180일 간 심의를 거친 후 허가 여부가 결정되는데 이를 어기면 당연히 법적 재재가 가해진다.

일반적으로 IT업계에서 신기술은 개발후 약 6개월 가량이 지나면 가치가 증발하기에 180일간의 심의라는 것은 사실상 거래를 끊기위한 극단의 조치인 셈이다. 이로 인해 화웨이는 5월 16일부터 미국의 그 어떤 기업들과 거래를 할 수 없게 됐으며 사실상 미국에서 퇴출 수순에 들어갔다.


▲ 화웨이 임원들이 미 연방정부에 소송을 제기했다.


화웨이 퇴출? "이제 시작일 뿐"

세계의 유력 외신들은 일제히 미국의 화웨이 퇴출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소련의 붕괴 이후 다시금 미국을 위협하는 거대한 나라가 된 중국은 미국의 거대한 파워를 경험하게 될 처지에 놓였다.

미국은 화웨이를 시작으로 중국 경제를 움직이고 있는 중국 국영은행, 중국 철도총공사, 샤오미,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유수의 기업들을 하나 둘 정조준하며 중국 경제를 뒤흔들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중국을 경제적 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고립시키려는 작전을 이미 오래전부터 하나, 둘 실행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둘러싼 국가들에 하나둘 우호 제스처를 취하며 무기 판매와 미군의 주둔을 타진하고 있는데, 지난 2012년 미국은 중국의 턱밑에 있는 필리핀, 베트남 남중국해 국가들을 비롯 인도네시아와 인근에 위치한 호주와 뉴질랜드까지 군사적 협력을 강화했다.


이미 호주엔 미군의 군함과 항공모함이 수시로 드나들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 훈련을 수시로 감행하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일은 지난 2016년, 베트남 전쟁으로 미국과 원수와 다름 없었던 베트남에 미국이 먼저 화해 제스처를 취하고 41년동안 행했던 무기금수조치를 해체한 것이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에 160억 달러에 달하는 무기 수출을 제의했고 당시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은 이를 받아 들였다. 미국의 베트남 사랑은 지난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가 선정 된 것만 봐도 이미 잘 드러나 있다.


북한 역시 하노이에 자국의 대사관이 있기에 별 다른 이견 없이 미국의 제의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상 이는 베트남 띄워주기의 일환으로 미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 봐야 옮다.

▲ 서울 중구에 개소한 화웨이의 5G 센터

선택의 기로에 선 한국

한국도 미국과 중국의 기로에 서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대사가 화웨이 퇴출에 동참해 달라는 요구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우리 정부는 조만간 선택을 해야 할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

중국과의 관계도 미국과의 관계도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관계는 없다. 향후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일방적인 한쪽 편에 서길 원치 않는 우리 정부지만 미중무역 갈등으로 이미 신냉전은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한 지경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는 시간이 날때마다 화웨이 동참에 대한민국이 협력해주길 여러번 강조하고 있고, 미국의 우방국들 역시 하나 둘 화웨이 퇴출에 동참하고 있어 우리 정부 역시 조만간 뼈아픈 선택의 시간을 가져야 할지 모른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정부를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사드 배치 당시 험악했던 중국과의 관계로 갈수도 있다는 불안감 역시 무시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 끼인 대한민국은 예나 지금이나 그 지정학적 위치에 있어 항상 선택을 강요 받아 왔다. 역시 우리 정부는 중립외교를 지향하며 고래 등에 새우 등 터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치밀하고 분석적인 고차원의 외교적 해법으로 두 나라간 분쟁을 현명하게 피해가는 방법이 요구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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