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벽에 갇힌 경제 정책 풀어줄 조직쇄신 나와야

▲ 김성기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의 경제 투톱,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을 교체했다. 김수현 정책실장 자리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윤종원 경제수석 자리에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을 앉혔다. 최근 경제성장률이 곤두박질치고 수출과 고용지표 등 경제전반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인물교체를 통해 전기를 찾으려는 인사로 보인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소득주도성장과 주 52시간 근무 등 이른바 ‘사람 중심의 경제’를 기조로 삼고 탈(脫)원전 정책과 4대강 보(洑)철거 등 논란이 되는 경제.환경 정책들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경제위기론까지 불거지면서 주요 정책에 대한 회의와 반발도 거세졌다.

자영업자들을 비롯한 소상공인들은 소득주도성장의 최저임금인상 속도를 견디지 못해 종업원들을 줄여야 했고 저소득층은 일자리를 잃고 더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기업활동이 임금인상과 주 52시간근로제에 위축돼 생산 고용 등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탈원전 정책은 해당 산업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드는 부작용을 불러왔다. 발전단가 상승으로 한국전력 등 공기업의 경영을 급속도로 악화시켜 에너지정책 전반에 부담을 안겨주었다. 지난 2016년 12조원의 순이익을 냈던 우량기업 한전이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정부는 4대강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보를 철거하거나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보가 물흐름을 막아 4대강 수질을 극도로 악화시킨다는 게 주된 이유다. 정작 4대강 주변 농민들은 보를 철거하거나 수문을 모두 열 경우 지하수 수위가 낮아져 농사와 생태계를 망치게 된다며 반기를 들었다. 함안보 수문개방으로 피해를 본 농민들은 피해보상을 요구해 정부로부터 8억원 배상 결정을 받아냈다.

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은 소득주도성장과 주 52시간 근무제에 한숨을 쉬고 농민들은 보 철거 반대운동에 나선지 오래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는 회를 거듭할수록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부작용이 심하고 반대여론은 갈수록 높아지는데도 정책의 기조는 좀처럼 바뀔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 경제 투톱이 바뀌었지만 보수진영으로부터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신임 김 실장은 학계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재벌 저격수’로 불려던 인사다. 문재인 후보 캠프시절부터 정책기조 설계에 일조를 했다. 이 수석 역시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으로 기용돼 정책 실무를 담당해왔고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 복귀했다가 청와대 수석으로 임명됐다.

김 실장은 취임 1성으로 “소득주도성장 등 사람 중심 경제의 정책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정책 기조의 일관성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일관성과 유연성의 조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 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가되 최저임금 결정 등 민감한 부분에서는 일부 속도조절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로 풀이 된다.

여론을 외면해 민심이반을 자초한 박근혜 정부의 불통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하겠다던 문재인 정부가 주요 정책 추진과정에서 전 정부를 답습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분들이 많다. 국민의 아우성을 외면하는 배경이 무엇이며 한국 경제를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것인지 걱정하는 말도 자주 듣는다. 무엇보다 국민이 잘 살게 하고 기업경영에 활력을 주는 게 경제 정책의 기본인데 여론을 깔아뭉개고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이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발이 거세다.

오랜 기간 전문분야에서 활동하며 연구했던 정책 설계자와 리더들이 민심과 경제현장의 요구를 전혀 모를 리 없다고 본다. 현 정권의 핵심 리더와 참모들이 민심과는 다른 정치적 이념적 프레임에 갇혀 현실을 잘못 해석하고 폐쇄적인 집단 논리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경제가 한동안 어려워진다 해도 그동안 추구해온 이념 성향에 맞춰 새로 틀을 정착시키자는 의욕이 넘치다 보면 반대논리나 다른 의견을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배타적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정치적 이념적 성향이 거의 같은 인물로 똘똘 뭉친 분위기에서는 조직 구성원을 몇 명 바꾼다고, 그것도 비슷한 성향의 인물로 교체한다고 해서 의사결정구조와 정책 기조가 바뀌기는 어렵다. 정책기조의 전환을 위한 프레임 탈피와 인적쇄신이 절실히 요구된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