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륜.

투데이코리아=이지현 기자 | 사이클의 세부 종목 중 하나로 기록이 아닌 순위로 승부를 가르는 자전거 경주 스포츠 ‘경륜’ 선수들의 훈련 처우가 매우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륜 선수들은 ‘경륜장’에서 훈련을 진행할 수 있지만 국내에 마련된 경륜장은 3곳에 불과하다. 공간적·시간적 제한에 부딪힌 선수들은 훈련을 위해 도로로 나가지만 훈련 도중 교통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는 선수들도 있다. 1994년 국내에 도입돼 25년이 지났지만 경륜 선수들의 훈련 처우 개선을 지지부진한 현실이다.

지난달 7일 경륜선수 A씨(38·11기)는 도로에서 주행훈련을 하던 중 달리던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당시 함께 훈련을 진행했던 선수들도 외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다.

경륜 선수가 도로 훈련 중 사망한 경우는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 2003년 데뷔 2년차 선수가 훈련 도중 벨도드롬 가장자리의 연석에 가슴을 부딪혀 갈비뼈가 폐를 찔러 사망했고, 2007년 한 선수는 도로에서 앞에 달리던 선수의 뒷바퀴에 추돌해 넘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쳐 하루 뒤 사망했다. 2010년에는 도로 훈련을 하던 선수가 정차 중인 1톤 트럭과 추돌해 현장에서 사망했다.

국내에 마련된 경륜장은 3곳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경윤경정총괄본부에서 ‘광명 경륜장’, 부산지방공단 스포츠원이 ‘부산 경륜장’, 창원경륜공단이 ‘창원 경륜장’을 운영한다.

선수들은 경륜장에서 시합이 없는 날에 훈련을 할 수 있다. 주로 시합은 매주 금·토·일요일에 있기 때문에 선수들은 나머지 월·화·수·목요일에 경륜장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모든 경륜 선수들이 경륜장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륜장은 동호회부터 아마추어팀, 프로선수까지 다같이 이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공간적·시간적 제한에 부딪힌다. 훈련을 원하지만 경륜장을 이용할 수 없는 선수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도로로 나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각 지역 운영기관과 협의를 통해 선수들의 훈련 여건을 최대한 보장해 준다는 입장이다. 또 경륜 선수들이 훈련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도로로 내몰리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 “경륜장에서 훈련할시 최고시속을 측정하는 부분에 제한이 있다”며 “경륜장에서 기본 주행 연습을 하는 선수도 있지만 일부 선수들이 인터벌 훈련 등을 진행할 때 도로로 나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선수들 훈련에 대해 공단 차원에서 훈련지도관과 차량, 경기장을 지원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달 사망한 A씨의 경우에도 도로 훈련에 차량을 지원했고, 선수 앞뒤로 움직이며 다른 차량을 통제했지만 순간의 찰나에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륜 선수들의 안전한 훈련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각 시설공단과도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경륜선수들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출전 수당과 상금이 수입의 전부인 점과 잦은 부상으로 보험 가입 문턱이 높은 점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편 한국경륜선수협회 이경태 회장은 지난달 도로 훈련 도중 사망한 A씨 추모글에서 “25년간 경륜을 하면서 느꼈던 어려움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 같다”며 “10년 전 도로훈련 중 사망한 선수 때나 지금이나 변한게 있을까”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회장으로서 슬픔을 뒤로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며 고인이 남긴 숙제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