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한의 경제 협력 약속...미국 견제 성격 짙어

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 | 27일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은 지난 20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중정상회담을 가졌다.

북한과 중국은 오랜 우방관계이지만 G20 정상회담을 앞둔 시 주석의 평양방문에 전 세계의 이목은 집중됐다. 최근 미국과의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한과, 미중무역분쟁으로 국제적인 돌파구가 필요했던 중국에게 있어 양국의 우호는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였다.

북한은 시 주석의 방문에 최고의 예우를 다해 극진히 대접했다. 김 위원장 내외는 평양 순안공항에 시 주석 일행에 미리 마중을 나왔고 의장대 사열에 이어 대규모 카퍼레이드를 벌이며 시 주석의 평양방문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시 주석역시 북한 방문전날 특별히 북한 노동신문에 기고문을 통해 김 위원장과 북한인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내기도 했다.

시 주석은 환영행사가 끝난 뒤 금수산 백화원 영빈관에 여장을 풀고 김 위원장과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이 대화에서 “시 주석의 강한 리더쉽으로 중국 공산당과 인민이 사회주의 발전에 큰 성취를 이뤘다”고 말했고 시 주석 역시 “김 위원장의 뛰어난 지도력으로 북한 노동당과 인민들의 사업이 반드시 새롭고 큰 성과를 이룰것으로 본다”고 화답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다.

평양방문의 배경

시 주석이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방문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미국과 지속적으로 대화하려는 북한과는 달리, 중국은 화웨이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 미중무역분쟁으로 그야 말로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 주석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북한을 이용하고 있단 분석이 제기됐다.

북중정상회담 당시 시 주석은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을 시사하는 의미 심장한 제안을 내놓았다. 그간 북한과 핵 협상을 주도 해 왔던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엄청난 경제지원을 하겠다고 공언해 왔기 때문에 시 주석의 이 같은 제안은 미국의 심기를 자극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크다.

한반도 외교전문가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2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를 통해 “기고문에서는 발표 안 됐던 것인데 중국 측에서 발표한 걸 보면 중국이 앞으로 상당한 수준의 대북 경제 지원을 할 것 같다”며 “이렇게 되면 중국의 대북 경제 지원이 유엔제재결의안에 위반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문제가 나오고 다시 미중 간 논쟁거리가 될 수 있겠지만 중국은 이를 이용하려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대북 레버리지(지렛대)로 삼아 북한과의 접근을 강화시키면 동북아 국제 정치에 있어서 중국은 미국보다 한발 앞설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 역시 미국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하면 중국과의 우호행보를 계속 보이며, 미국의 태도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이번 북중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은 대중 경제적 의전을 본격화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향후 전망

중국이 북한과의 우호를 이렇게 급속도로 강조하고 나선 것은 미중무역분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이미 미중무역분쟁이 이뤄지기 오래전부터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으로 중국을 아시아 외교무대에서 고립시키려는 작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둘러싼 인접 국가와의 우호와 무기 수출, 공동 군사 훈련등을 통해 경제적, 군사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고 중국과 앙숙 관계인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선언까지 하며 중국의 심기를 자극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우호와 더불어 우리정부에게도 협력을 강조하며 미국견제에 나선 모양새다. 특히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며 북한과의 친분을 유독 강조했다.

27일 G20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시 주석은 회담을 통해 평양 방문을 상세히 설명하는 등 우리정부와의 외교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시 주석이 “최근 평양을 방문한 시 주석이 김 위원장과의 만난 내용을 문 대통령에게 전했다”며 “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변함이 없고, 전략적 노선에 따른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외부 환경이 변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북한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고 싶으며 인내하여 조속히 합리적 방안이 모색되길 바라고 있다. 한국과 화해 협력을 추진할 용의가 있으며 한반도에서의 대화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북한의 입장을 전했다.

이 같은 중국의 급진적인 대북 외교에 트럼프 대통령은 초강수를 두었다.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한국 방문시 DMZ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밝혔고, 북한은 이 같은 제안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즉각적으로 밝혀 두 정상의 만남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연 북한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외교 전쟁이 과연 어떤식으로 전개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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