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노조, 블랙컨슈머도 기업들에겐 '골머리'...국회도 도움안되는 경우 많아

투데이코리아=김충식 기자 | 유한일 기자 | 최한결 기자 |

◆ 습관성 파업 일삼는 강성노조에 기업들은 ‘골머리’

 

이처럼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이유는 우리나라 기업 환경이 척박하기 때문이다. 특히 툭하면 파업을 일삼는 ‘강성노조’도 기업을 내쫒는 주요인 중 하나다. 인건비는 상대적으로 높지만 노동생산은 낮고, 여기에 강성노조의 ‘습관성 파업’을 감수해야 하는 환경에 기업들은 골이 난 상태다.

 

유럽 경영대학원 인사아드(INSEAD)와 다국적 인력서비스 기업 아테코(ADECCO)가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직전 발표한 ‘2019 인적자원경쟁력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노사협력은 120위로 지난해(116위)보다 4계단 후퇴했다.

 

우리나라에서 강성조노로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자동차 업계다.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량이 3년 연속 감소하는 등 산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지만 자동차 업계는 심화되는 노사 갈등에 발목이 잡혀 있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됐던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우 노사 대립으로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을 타결하는데 1년이 걸렸다.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약 250시간에 걸쳐 부분파업을 벌여왔으며 사측이 추정한 누적손실 금액은 약 2800억원에 달한다.

 

▲ 노조 파업으로 멈춘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귀족노조’라고 불리는 현대자동차 노조의 경우 사측과 올해 임단협 상견례를 치른 상황이다. 하지만 통상임금, 광주형일자리 등을 쟁점으로 내걸어 올해도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을 추석 전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름휴가 전에는 쟁의준비, 자신들이 내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강경투쟁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자동차 업계의 노사 관계 불안이 이어지면 기업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95만4908대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역시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와 판매부진, 노조파업 등이 맞물린 결과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노동자의 단결권은 보장돼야겠지만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며 “기업이 살아야 노조도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무조건 권리를 주장하기보다 함께 성장하고 발전할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한국형 블랙컨슈머도 기업에겐 부담

 

기업에겐 최근 사회 각계에서 블랙컨슈머의 갑질 횡포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도 큰 부담이다. 온라인에는 “식품기업에 이물질이 있다고 ‘허위 정보’를 보내면 선물세트를 공짜로 받을 수 있다. ‘꿀팁’이니 참고해라”라는 글이 난무할 정도다.

 

대부분의 블랙 컨슈머는 소비자 관련 기관을 거치지 않고 기업에 직접 문제를 제기하는데, 제품교환보다는 과다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사회적인 파장을 강조하며 언론 또는 인터넷에 관련 사실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기업입장에선 진상고객일 수 밖에 없다.

 

블랙컨슈머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손님은 왕’이라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컨슈머를 응대한 노동자들도 “시민의식의 부재가 원인”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기업‧관계자와 소비자 간의 원활한 소통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의식개조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갑질 행위로 인한 처벌 가능성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기업의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는 기관의 설립과 국가적 차원의 관심도 필요하다.

 

<블랙컨슈머 사례> ⓵ 백화점 화장품 직원 폭행사건

 

▲ 백화점 직원 폭행사건은 이후 백화점 직원들이 고객응대 메뉴얼이 만들어 질 정도로 반향이 컸다.
 

 

지난해 7월, 40대 여성이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화장품 매장에서 제품이 피부에 맞지 않는다며 점원에게 폭행과 폭언을 퍼부은 사건이 발생했다. 화장품을 바른 후 피부가 부어올랐다며 매장 직원에게 욕설을 퍼붓고 화장품을 직원에게 던져 직원의 머리와 얼굴, 옷에 내용물이 튄 사건이다. 결과적으로 이 고객은 이 사건으로 인해 형사처분을 받았다. 이로부터 3달 후 신세계백화점에는 '고객님의 아름다운 미소와 배려가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줍니다'라는 고객선언문이 곳곳에 걸렸으며, 현장직원 보호를 위해 폭언이나 협박 등에 대해 응대를 거부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사례 ⓶ 애벌레 케이크

 

지난해 한 소비자가 대형 백화점 내 매장에서 구입한 케이크에서 애벌레가 발견됐다고 주장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소비자는 이를 일부 언론에 알렸고, 애벌레 케이크 사진은 삽시간에 온라인으로 퍼졌다. 이 과정에서 '빌리엔젤'이라는 업체명이 공개됐고 질타가 쏟아졌다.

 

확인 결과 해당 물질은 벌레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빌리엔젤은 해당 고객에게 시료를 넘겨 받아 세스코에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시료의 표면에서 곤충의 특징인 체절 및 강모 등은 관찰되지 않는다"며 "몰리시 반응 시험 결과 '당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물질로 확인된다" 는 결과를 받았다. 밀가루와 설탕같은 케이크 재료 일부가 뭉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애벌레 논란은 해프닝으로 일단락 됐지만, 중소기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논란 직후 백화점 측이 관련 케이크 판매를 중단시켰고, 이에 기업은 매출 타격이 상당해졌다. 해당 케이크가 주력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빌리엔젤 관계자는 "아마 내 가족들이었어도 그런 오해를 할 수는 있었을 것"이라면서 "다만 팩트가 확인되기도 전에 마치 사실인 것처럼 확대 재생산된 것은 너무 안타깝다"고 밝혔다.

 

대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신고는 2016년 한해 동안만 5,332건에 달했다. 그나마 6,000건대에서 크게 감소했다. 이 가운데 제조단계에서 혼입된 것은 12.9% 수준이다. 오히려 오인신고가 14.6%로 더 많았다. 유통업체나 소비자 과실에 따른 소비·유통단계 혼입이 28%로 가장 많은 편이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블랙컨슈머 갑질 규제법’이 발의돼 법안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법률안은 파워 블로거를 사칭한 블랙컨슈머의 갑질 규제 근거 마련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을 보면 현행법상 불법 정보의 유통 금지에 관한 사항에 ‘사업장의 영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허위의 글을 게시 또는 전송하는 행위’를 포함시켜 해당 행위에 대한 규제 근거를 명시했다.

박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상의 영향력을 무기로 악의적 갑질을 한 블랙컨슈머는 법망의 사각지대에 있어왔다”며 “이들로 인해 선량한 업체들이 경제적·심리적 피해를 입었다. 본 개정안이 신속하게 본회의를 통과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국회가 개점 휴업상태로 있어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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