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노조, 요구 조건 한치도 물러설 수 없어 VS 우정사업본부 "국가 경제 타격 크다"

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 | 결국 터질게 터졌다. 최근 잇달아 과로사 한 집배원들의 소식이 보도되며 업무과중을 호소했던 우정노조가 결국 이대로는 못 살겠다며 사상 최초의 파업을 결의했다.

우정노조의 파업은 다른 공무원들의 파업과는 다르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행정업무인 우체배달이 파업으로 인해 중단 된다는 점인데, 국민들의 생활에 꼭 필요한 각종 고지서 송달업무를 비롯해 법원과 같은 국가 운영기관의 행정 및 사법 서류 배달, 개인적인 중요한 우편업무를 비롯해 국내 택배업체 만족도 1위를 달리는 ‘우체국택배’ 서비스의 운영이 완전히 중단되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파업은 왜 시작됐으며 우정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들의 현실과 처우는 어떠한지 알아본다.
▲ 당진우체국 집배원이 사망하자 우체국 직원들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과도한 업무, 예고된 과로사

발단은 집배원의 과로사로 시작됐다. 지난달 19일 충남 당진의 한 원룸의 화장실에선 집배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출근을 하지 않고 연락도 받지 않자 수상하게 여긴 동료들이 A씨의 집에 찾아갔고 화장실에서 쓰러진 A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부검결과 사인은 뇌출혈로 알려졌는데 유족들은 고인이 평소에도 지속적으로 ‘힘들다’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5월 13일에도 역시 집배원이 과로사로 숨졌다. 밤 늦게까지 업무를 마치고 귀가한 공주우체국의 무기계약직 집배원인 B씨는 가족들에게 “피곤해서 잠을 좀 자겠다”고 말한 뒤 결국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발견당시 그의 온 몸에는 파스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책상 위엔 정규직 전환 서류만이 놓여 있었다.

B씨의 죽음 전날에도 의정부 우체국의 집배원 C모 씨가, 보령오천 우체국의 집배원 D모 씨가 각각 심장마비와 백혈병으로 숨을 거뒀다. 이들의 주요 사인은 심정지로 사실상 과로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외에도 올해 들어서만 모두 8명의 집배원들이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정노조는 한 목소리로 “이들의 죽음은 과중한 업무로 인한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우정노조는 “우정사업본부와 정부는 그 동안 중노동 과로로 죽어가는 집배원을 살리기 위해서는 인력을 증원해야 한다는 우리의 주장을 무시했다”며 “집배원들의 잇다른 사망사고는 예견된 인재이자 타살이다”라며 분노했다.
▲ 우정노조가 결국 7월9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우정노조의 요구

우정노조는 지난달 24일 전국 노조가입원들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조합원 2만8802명 중 2만7184명이 투표해 2만5247명, 찬성률 92.87%로 총파업이 결의됐다. 이에 우정노조는 7월 9일 대대적인 전국 총 파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노조 측은 “집배원의 완전한 주5일제 및 인력 증원이 시급하다”며 정부가 요구를 들어줄 때 까지 파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이 같은 파업결의는 올해 갑작스럽게 진행된 것이 아니다. 지난 2017년 8월 노동조합과 우정사업본부, 노사관계 및 안전보건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획추진단은 26차례가 넘는 회의와 실태 조사를 통해 집배원들의 업무현실을 조사했다.

당시 이들의 조사에 의하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사망한 집배원은 총 166명으로 근무중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은 45명, 뇌심혈관 질환 29명, 암과 같은 중증 질병으로 숨진 노동자가 99명, 스스로 자살을 한 노동자가 23명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이 같은 현황을 파악한 뒤 2018년 10월 ‘집배원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한 7대 권고안’을 우정사업본부에 제출 했다.

권고안에는 정규직 인력 2000명 충원, 토요근무 폐지 등을 통한 노동시간 규제, 안전 보건 관리 시스템 구축을 비롯하여 집배 부하량 산출 시스템 개선, 수평적 네트워크 문화 구현, 집배원 업무완화를 위한 제도 개편, 우편 공공성 유지와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재정 확보 등의 구체적인 요구안이 담겼다.

하지만 이 같은 요구안에도 우정사업본부는 별다른 이행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1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집배원 노동조건 7대 요구 권고이행 토론회’에서는 오현암 전국집배원노조 국장은 "우정사업본부가 권고사항을 지키고 있지 않다"고 분노했다.

오 국장은 “현재 인력 증원 예산이 통과되지 않아 인력증원이 방기되고 있다. 노동시간을 감소하는 차원에서 노무관리가 지나치게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고, “토요택배 폐지 권고 요구를 전부 수용하지 않고 이원화만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내부적인 경쟁을 유발하는 듯한 태도로 미뤄 우정사업본부가 이행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우정사업본부의 입장

우정노조가 파업을 결의하자 우정사업본부는 25일 입장문을 발표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입장문을 통해 “우정사업본부는 그 동안 국민 누구나 이용하는 보편적 서비스인 우정 서비스의 안정적 제공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고생하는 집배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하여 우정 노조와 협의를 진행해 왔다”며 “집배원들의 과중한 업무 부담 해소를 위하여 우정사업본부의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며 우정노조와 수차례 마주앉아 논의했다”고 항변하며 이번 파업이 결정된데 안타깝고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9일 예정된 파업 전까지 지속적으로 노조와 대화를 할 것이며 조속히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고 대화 테이블에 계속 임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파업이 단순한 파업이 아니라는 점을 계속 강조해 노조를 압박하고 나섰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번에 우정서비스가 중단되면 우리나라 물동량과 우편물 유통의 근간으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 국가 적으로 타격이 크다”며 “우정 서비스는 농어촌 등 취약지역, 중소기업 등 서민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며 우정서비스 중단은 있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는 “파업까지 남은 기간 동안 노조와 합의안 도출을 내기위해 최선을 다할것이다”며 “만약 합의안 도출이 지체되어도 필수적인 우정서비스가 차질없이 제공되도록 할 것이다. 국민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 종로우체국 우편함에 한 시민이 죽은 집배원을 애도하는 편지를 부착했다.


이 같은 입장에도 노조는 오는 9일 파업을 진행 할 예정이다. 거기에 전국 24개 우편집중국 비정규직 직원들과 우체국에서 집배원의 업무를 보조하는 상시계약 직원들 역시 이번 파업에 동참하기로 래 파업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우편집중국까지 파업을 결의하며 우정사업본부는 코너에 몰렸다. 우편집중국은 전국의 물동량을 처리하는 ‘우체국 물류의 심장’으로 불리는 곳으로 이들이 모두 업무를 정지하면 우정사업본부가 밝힌대로 국내 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한 치도 물러설수 없다는 우정노조와 국내경제의 타격이 예상된다며 노조를 압박하는 우정사업본부의 치열한 대립속에서 과연 9일 총파업 전까지 합의안이 도출될수 있을지 전국민의 눈과 귀가 협상테이블로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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