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경우 환산 취업자수 기준 52만7000명 감소...정부 발표는 37만명 감소

▲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최근 일자리 쪼개기, 단기 알바 등의 현상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근로시간(36시간 이상·미만)’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정부가 공식 발표하는 취업자 수를 주 36시간 근로시간 기준으로 환산해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 수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성신여대 박기성 교수에게 의뢰해 분석한 ‘근로시간을 고려한 취업자 수 분석’ 자료에 따르면 1주일에 36시간 일자리 기준으로 취업자 수를 환산한 결과 올해 취업자 수는 2488만4000명으로 2017년(2509만1000명) 대비 무려 20만7000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결과는 정부에서 발표한 취업자 수가 같은 기간 2699만2000명에서 2732만2000명으로 33만명 증가했다는 것과 상반된다. 한경연 관계자는 “이는 통계상의 취업자수는 늘고 있지만 들여다보면 36시간 미만의 취업자가 주로 증가한 결과임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같은기간 주 36시간 이상 일한 취업자 수는 71만5000명이 감소한 반면 주 36시간 미만 일한 취업자는 100만5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에서는 공식 취업자가 59만4000명 증가했으나 주 36시간 이상 일자리 기준 환산 취업자수는 36만3000명 증가에 그쳤다. 30~40대의 경우 공식 취업자수는 약 37만명이 감소했으나 환산 취업자수는 52만7000명이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교수는 “근로시간을 고려한 ‘주 36시간 이상 일자리 기준 취업자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단기 일자리 촉진,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영향으로 인해 주 36시간 이상 근무할 수 있는 일자리가 단시간 근로로 대체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농림어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공무원)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을 제외한 주로 민간산업 분야의 환산 취업자수는 2019년 2079만8000명으로 2017년(2120만4000명) 대비 40만6000명 감소했다. 특히 제조업(17만명), 교육서비스(10만명), 도소매업(9만6000명) 분야에서 감소폭이 두드러지면서 전체 산업의 환산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각 취업자의 주 근로시간을 모두 합산한 고용총량의 변화를 추정해 보면 전체 일자리 변화가 더 분명히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각 취업자의 주 근로시간을 모두 합한 고용총량은 2019년 11억2792만2000시간으로 2017년(11억73531만1000시간) 대비 4738만9000시간이 줄었다. 2년 전보다 4.0% 감소한 것이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이 같은기간 1718만5000시간 줄어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이어 도소매업이 1096만2000시간, 사업시설·사업지원·임대 서비스업이 663만6000시간, 숙박·음식점업이 581만1000시간 순으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박 교수는 “취업자 수가 고용 상황을 파악하는 주요 지표가 될 수는 있으나 근로시간 등 일자리의 질과 관련된 지표들도 고려돼야 한다”며 “정부의 고용동향 발표에 ‘주 36시간 이상 일자리 기준 환산 취업자수’ 등의 보조지표가 함께 제공된다면 일자리 정책을 질적으로 평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 공공일자리, 임시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36시간 이상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좀 더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언급하면서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노력해 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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