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깜짝 놀란 즉흥적 만남...향후 정상회담 장소에 전세계 이목 집중

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 |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는 세계의 역사 한 페이지가 새로 쓰였다.
지난 1950년 벌어진 한국전쟁 이후 반세기 넘게 서로 적대관계를 이어왔던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가 판문점에서 서로 만나 악수를 하고 군사분계선을 넘나든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한 뒤 “이 선을 넘어가도 됩니까?”하고 물었고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께서 이 선을 넘어오시면 북한땅을 밟는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되신다”며 손을 내밀었다.

결국 두 정상은 나란히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각 앞 도로까지 갔고 다시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점 자유의 집으로 걸어갔다.

자유의 집 앞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따뜻하게 맞이해 남북미 3국의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이는 초유의 이벤트가 벌어졌다.
▲ 남북미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 사상초유의 이벤트가 벌어졌다.

만남의 배경

북미 두 정상의 깜짝 만남은 말 그대로 즉흥적으로 이뤄졌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백악관을 떠날 때 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은 “G20을 마치고 한국을 방문하기는 하는데 김 위원장과 만날 계획은 없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에 청와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G20을 마치고 한국을 방문해 DMZ를 방문하기는 하지만 김 위원장과의 만남계획은 없다”고 공식적으로 전했다.

그렇게 G20 정상회의가 막바지에 다다른 28일 오전 7시경,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김 위원장이 이 메시지를 본다면, DMZ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손을 잡고 인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기습적으로 올려 화제를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메시지를 보낸 뒤 이날 아침 곧바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잠시 DMZ 방문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같은 메시지가 올라간 지 무려 5시간이 지난 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긴급 담화문을 통해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다. 성사된다면 두 수뇌분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친분관계를 더욱 깊이하고 양국관계 진전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화답을 보냈다.

양 국가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응답을 주고 받자 전 세계의 시선은 일약 한반도로 쏠렸다. G20을 마치고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자들은 “김 위원장과 만나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고만 밝혀 북한으로부터 응답이 안 왔음을 시사했다.

결국 30일 오전 한미정상회담 이후에도 한미정상이 DMZ를 같이 방문하는 일정만 알려졌으나, 이날 오후 1시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판문점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깜짝 발표를 했다.

결국 두 정상은 각각 헬기를 타고 판문점으로 이동했고 30일 오후 3시 46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역사적 만남이 이뤄졌다.

얼마나 즉흥적인 만남이었는지는 당시 제대로 된 취재 동선도 없이 취재경쟁을 벌인 남북미 기자들의 모습에서 알수 있었다.

평소의 정상회담은 정상들의 동선과 계획이 짜여져 있어 취재진 역시 그 가이드대로 따라 여유롭게 취재가 가능하지만 이날은 아무것도 사전에 정해진 게 없는 즉흥적인 만남이었기에 각국의 기자들은 서로 취재를 위해 미국, 북한의 경호원들과 몸 싸움을 벌이며 그야 말로 피 튀기는 취재 전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백악관의 스테파니 그리샴 신임 대변인은 백악관 취재단의 취재를 보장하기 위해 북한 경호원들과 옥신각신하며 몸에 타박상까지 입은 것으로 알려져 이 날의 뜨거운 취재열기가 증명되었다.

김 위원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오늘 오후 늦게 저도 갑작스럽게 제안을 받았다. 사전에 서로 친서를 주고받아 계획된 만남이 아니냐고들 하셨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오후 늦게서야 정식 만남 제의란 것을 알게 되었다”고 계획된 만남이 아니었다고 거듭 밝혔다.

이날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김 위원장과 1시간 가까이 회담을 진행한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김 위원장에게 백악관 방문을 초청했고, 김 위원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양 방문을 초청했다.

두 정상은 자유의 집을 나설때까지도 끊임없는 대화를 나눴고 후일 제3차 북미정상회담에서의 만남을 기약했다.


▲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놓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향후 전망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이렇게 즉흥적인 만남도 가능하다는 것에 대해 전 세계 언론들과 외교전문가들, 한반도 전문가들은 놀라움을 나타냈다.

또한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다는 의미는 그간 2번의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들이 제 3국에서 만나 회담을 벌이는 수고를 이젠 안 해도 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향후 평양과 워싱턴DC 둘 중의 한곳에서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것 이라며 이 과정에서 실무진들의 양보 없는 협상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4일 TBS<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향후 전망에 대해 “양국이 이젠 회담 파트너를 바꿨다. 북한은 협상 파트너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내세웠고 미국은 폼페이오 장관이 한발 물러나고 비건 대북특별정책 대표를 파트너로 내세웠다”며 “최선희 부상은 장관급이고 실권자이기 때문에 미국과의 협상에 이전과는 다른 진전이 보일 것 같다”고 예측했다.

이어 박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행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방문은 많은 제약이 있기에 김 위원장이 워싱턴을 가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간다면 백악관의 수행 팀 들이 한달 이상 평양에 머물며 상상하는 것 이상의 엄청난 요구사항을 북측에 전할 것이다. 북한은 현제 그런 요구를 수용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워싱턴 행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이 워싱턴을 갈 때 전용기인 참매 1호로는 못 간다. 전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님이 앵커리지에서 중간에 급유를 하고 가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며 “하지만 김 위원장이 9월 유엔총회, 10월 초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는 계획을 수립한다면 유엔 사무처에서 비행기를 제공하는 방법이 있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이어 “7월 말, 8월 초에 북미실무협상단이 협상을 시작할 것이다. 리용호 외무상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ASF회의에서 만날것이 예상된다”며 “그때 실무협상이 잘 된다면 김 위원장이 9월 뉴욕에서 유엔 연설을 하고 북미정상회담을 한 뒤 아울러 시진핑 중국주석까지 같이 함께해서 종전협정, 평화협정까지 가는 것이 최상의 길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위원은 최근 판문각에서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을 만날 당시 “광주에서 세계 수영선수권 대회가 열린다. 북한이 선수단을 꼭 파견해야 된다”고 요청했고 이에 김 부부장이 “알겠다. 위원장께 잘 설명드리겠다고 했다”며 이것을 계기로 남북한 대화채널이 왕성하게 가동됐으면 한다는 바램을 밝혔다.
▲ 미국과의 협상에 나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리용호 외무상


지난 2일 이번 북미정상의 핀문점 회담을 중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이번 회담을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개선과 북미 대화의 진전이 서로 선순환 관계에 있다”며 “세계를 감동시킨 북미 정상 간 판문점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의 SNS를 통한 파격적인 제안과 김정은 위원장의 과감한 호응으로 이루어졌다. 그 파격적인 제안과 과감한 호응은 상식을 뛰어넘는 놀라운 상상력의 산물"이라며 향후 정치, 외교에도 이러한 상상력을 발동시켜 문제를 해결해 나갔으면 한다고 국무위원들에게 당부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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