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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문 대통령의 안이한 경제인식 동의할 수 없어”

    기사입력 2019.07.05 12:45   최종수정 2019.07.0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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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신환.jpg▲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투데이코리아=김충호 기자 |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5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제는 경제 해법은 정치”라며 문재인 정부를 향해 “경제정책의 대전환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대표연설에서 “바른미래당과 저는‘경제가 성공으로 가고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안이한 경제인식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사태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어 왔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확대재정 정책이 초래한 경제위기의 본질을 진단하고 경제회생을 위한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오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 폐기 및 경제정책 전환 △면피성 추가경정예산안 현미경 심의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동결 선언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개혁 △81만 혁신인재 양성 △노동개혁특별위원회 설치 △북한 목선 사건 국정조사 등을 요구했다.
     
    다음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문 전문이다.

    - 전문 -

    <문제는 경제다! 해법은 정치다! 경제정책의 대전환을 촉구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외동포 여러분!
    문희상 국회의장님과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그리고 이낙연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오신환입니다.

    ‘문제는 경제다! 해법은 정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너지는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지켜내는 일은
    정치가 최우선적으로 감당해야 할 책무입니다.
    아무리 정치인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정당 간의 갈등이 격화된다 해도
    국민에 대한 책임까지 내던지는 일만은 없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이어져온 국회 파행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어려운 잘못입니다.
    누가 더 잘못했는지 따지기 이전에
    정치인 모두가 자성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국민 여러분, 송구스럽습니다.
    저부터 반성하겠습니다. 너무나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하겠습니다.
    남에게 상처를 주고 남을 끌어내려서 이득을 취하는
    마이너스 정치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을 위해 보다 나은 정책을 내놓고,
    진정성 있는 실천으로 경쟁하는
    공존과 합의의 플러스 정치를 하겠습니다.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지켜내야 하는
    정치 본연의 책무를 단 한 순간도 잊지 않겠습니다.

    ■ 대한민국 경제가 총체적 난국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나라 안팎으로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기업들의 투자가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여의치 않은 시장상황과 높은 규제 장벽을 호소하며
    해외이전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마저도
    빨간 신호등이 들어온 지 오래입니다.
    자영업 몰락은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닙니다.

    ‘고용흐름이 좋아지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국민이 체감하는 최악의 고용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가계의 채무상환능력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여건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 분쟁이 장기전 양상에 접어든 가운데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반도체 등 우리의 수출주력품목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핵심소재 수급을 어렵게 만드는 경제보복을 가해 온 것입니다.

    일본의 경제보복은 즉각 철회돼야 합니다.
    외교적으로 해결할 과거사 문제를 빌미로
    경제보복을 가해오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일본의 보복이 없었어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등
    핵심 산업의 하반기 수출 전망은 이미 어두운 상황이었습니다.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하강 곡선을 그리며
    장기 침체의 조짐을 보이는데도, 대통령이 앞장 서서
    ‘경제가 성공으로 가고 있다!’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데
    경제상황이 어떻게 좋아질 수 있었겠습니까?

    이처럼 나쁜 경제상황에 대외 여건 악화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우리 경제는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게 된 것입니다.
    남북관계나 북미관계 못지않게
    한일관계도 중요하다고 그토록 지적을 했음에도
    외교적 해결 대신 강경대응으로 일관하다

    경제보복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했습니다.
    국민들 먹고 사는 문제를 비롯해서,
    마치 노후한 상수도관이 파열하듯
    곳곳에서 균열을 일으키고 있는 국정 전반의 문제들을 되돌아 봐야 합니다.

    ■ 10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 이래도 경제가 잘 되고 있습니까?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바른미래당과 저는‘경제가 성공으로 가고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안이한 경제인식에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올해 1분기 우리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며
    OECD 국가 중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1분기 GDP 성장률 –0.4%는
    세계금융위기가 불어 닥쳤던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입니다.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세계 꼴지를 하는 경제가
    어떻게 성공하는 경제일 수 있겠습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진정으로 어려운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망해가는 경제를 성공하고 있다고 우길 일이 아니라,
    그동안의 정책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합당한 대책 마련을 위해 여야 모두의 지혜를 구해야 합니다.

    문제의 소득주도성장론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분배를 개선하는 대책이지, 경제성장을 위한 정책이 아닙니다.
    최저임금을 대책도 없이 올리고
    열심히 세금을 거둬서 밑도 끝도 없이 재정을 쏟아 붓는다고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성장은 우리 국민과 기업이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해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한국경제의 총체적인 난국은
    이처럼 근본 개념부터 잘못된
    엉터리 성장론을 고집한 결과로 빚어진 참사입니다.
    정부는 지난 2년 간 소득주도성장을 한다고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오히려 국민소득은 줄어들었습니다.
    1분기 실질국민총소득 GNI가
    전기 대비 0.3% 감소했습니다.

    국민이 실제 쓸 수 있는 국민총처분가능소득 또한
    1.4% 하락했습니다.
    국민의 지출여력을 가늠 할 수 있는 저축률 역시
    2012년 이후 6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우리 경제는 지금 소득주도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소득도 성장도 뒷걸음질 치는 퇴행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현실을 직시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대신
    시시각각 다가오는 우리 경제의 위기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며,
    ‘하반기에는 경제 사정이 나아질 것’이란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사태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어 왔습니다.

    그 결과 미중 무역 분쟁에 이어 한일관계까지 악화되면서
    수출 전선은 먹구름이 가득하고, 국민들의 소비심리마저 얼어붙으며
    경제는 점점 더 미궁을 향하게 된 것입니다.

    ■ 모두가 가난해서 평등한 나라를 만들자는 것입니까?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무책임한 자세로
    경제상황에 대처해 왔는지는
    경제지표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에서도 확인됩니다.

    지난 5월 23일 정부는
    1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한 마디로 저소득층을 죽음으로 내모는
    소득주도성장의 문제가 여지없이 드러났습니다.
    소득 최하위 20% 계층의 평균소득이 5분기 연속 감소했습니다.

    단순히 소득이 줄어든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 큰 한 숨이 나옵니다.
    최하위 계층의 근로소득이 무려 14.5%나 줄어든 것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 최하위 계층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거나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소득이 감소했다는 사실이
    분명히 확인된 것입니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전체 가구의 월평균 사업소득이 2분기 연속 줄면서
    89만 2천원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면 늘어난 것은 정부와 지자체가 무상으로 보조하는 이전소득입니다. 근로소득도 줄고 사업소득도 줄었지만,
    이전소득만큼은 월 평균 67만 3천원으로 14.2%가 늘었습니다.
    그야말로 경제를 망가뜨리고 재정으로 틀어막는
    전형적인 악순환 구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정부는
    ‘상·하위 소득격차가 줄어들었다’면서
    ‘소득분배 상황이 1년 전보다 개선됐다’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비록 줄어들었지만
    소득주도성장의 결과 빈부격차는 개선됐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정직하지 못한 사실 왜곡입니다.
    최하위 계층의 소득이 크게 줄어들었는데도
    상·하위 소득격차가 줄어든 이유는
    소득주도성장의 결과가 아니라
    경기둔화로 대기업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최상위 계층의 소득도 함께 줄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문재인 정부는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의 소득을 함께 줄여놓고
    소득주도성장 때문에 소득격차가 완화됐다고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정부에게 바라는 것은
    서민들도 함께 잘 사는 나라지,
    모두가 가난해서 똑같이 못 사는 나라가 아닙니다.
    어떻게 상·하위 소득이 함께 줄어든 결과를 가지고
    ‘상·하위 소득격차가 줄어들었다’고 선전할 수 있습니까?
    이러려고 통계청장을 바꾸셨습니까? 부끄러운 줄 아시기 바랍니다.

    ■ 단기 아르바이트가 급증한 것이 고용 개선입니까?

    문재인 정부의 여론 호도는 이것 하나만이 아닙니다.
    정부는 지난 6월 12일 ‘5월 고용동향’을 발표하면서
    ‘고용률 67.1%로 통계작성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 장관, 일자리 수석이 돌아가면서 이구동성으로
    ‘고용상황이 그동안의 부진에서 벗어나 개선되고 있다’며
    반색을 합니다.

    이 말이 실제 사실이라면 박수를 쳐드려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고용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 또한
    국민우롱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고용률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실업률도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정직한 정부라면
    ‘고용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홍보에 열을 올릴 일이 아니라,
    실업률도 여전히 높아서 고용상황이 개선됐다고
    속단하긴 어렵다고 사실을 말했어야 합니다.

    고용의 질도 문제입니다.
    고용률이 올랐다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서가 아닙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서 만든 공공일자리와
    단기 아르바이트 같은 초단기 일자리가 크게 늘어서 입니다.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주당 17시간 미만 취업자 수가
    35만 명이나 급증한 반면
    36시간 이상 안정적인 일자리에 근무하는 취업자 수는
    무려 38만 2천명이 줄었습니다.

    공공일자리가 집중된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크게 늘었지만
    우리 경제의 중추신경인
    3, 40대 취업자 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제조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7만 3천명이 줄면서 14개월 연속 감소했습니다.
    한 마디로 고용흐름이 좋아진 것이 아니라 일자리의 질이 악화된 것입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유리한 통계를 앞세워서
    ‘고용상황이 좋아지고 있다’고
    국민들이 체감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진짜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말장난으로 진실을 호도하는 이 같은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여론몰이로 경제를 살릴 수는 없습니다.
    그동안 추진했던 경제정책이 잘못됐다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경제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것만이
    경제를 살리는 유일한 길입니다.

    ■ 추가경정예산은 알리바이용 면피성 예산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문재인 정부는 얼마 전부터 갑자기
    ‘하반기 경제 하방에 대비해야한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왜 입장을 바꾸게 됐는지 제대로 된 설명은 없이
    ‘추가경정예산을 빨리 처리해야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성공으로 나가고 있다’는 초현실적인 주장을 하다가
    추경안 처리가 빨리 안 되면 큰 일이 난다고 다그치는 것은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가 제출한 추경예산을 전액 집행해도
    경제성장률 상승폭은 불과 0.1%p라는 것이 정부의 계산입니다.
    우리 경제 상황이 확대재정만으로는
    도무지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사막의 오아시스라도 되는 양
    ‘신속한 추경안 처리’를 외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 뭐라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어서입니다.
    그래서 이번 추경안은 알리바이 만들기용
    면피성 추경안인 것입니다.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 같은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에 제출한 추경예산안 중 4조 5천억 원이
    경기 대응과 민생지원을 위한 예산이고,
    2조 2천억 원은 재난예방 예산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가운데
    경제 살리기와 직접 관련된 예산은
    전체 경제관련 예산 중 35.6%인 1조 6천억 원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예산들은 대부분 정부의 실패한 경제정책을
    세금으로 틀어막기 위한 예산들이거나
    당장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신규 사업 등에 관한 예산입니다.

    예를 들어서 국립대학 시설확충, 공공분야 드론조정 인력양성,
    산업단지 환경조성 같은 사업들은
    정부가 주장하는 미세먼지, 재해대책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긴급하게 재정 투입을 요하는 민생지원 예산도 아닙니다.
    이런 용도의 예산이라면 무리하게 추경을 편성할 필요 없이
    지난 해 국회를 통과한 무려 469조 6천억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의 예산부터 먼저 활용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합니다.

    미집행 예산과 예비비로 긴급한 현안에 대응 하고,
    신규사업 등 기타 예산들은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는 것이
    국민 부담은 줄이고 정책효과는 높이는 방법입니다.
    추경예산의 조달 방식 또한 큰 문제입니다.
    정부는 전체 6조 7천억 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3조 6천억 원을
    국채를 발행해서 조달하겠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문재인 정부 들어
    재정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관리재정수지는
    역대 최고치인 38조 8천억 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세수는 5천억 원이 감소했습니다.
    하반기에 경제가 더 어려워지면
    세수 확보 또한 더욱 어려워질 텐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빚을 내어 일단 쓰고 보자는
    위험천만한 발상을 또 다시 할 수 있는 것입니까?

    바른미래당은 경제 살리기와 긴급한 민생지원에
    반드시 필요한 예산들은 정부의 요청이 없어도 꼼꼼히 챙길 것입니다.
    그러나 국채를 발행해서 예산을 조달하겠다는
    얼토당토않은 발상만큼은 원천봉쇄하겠습니다.
    효과가 의심스러운 전시성 사업 예산들 또한
    전액 삭감을 원칙으로 추경안 심의에 나서겠습니다.

    ■ 더 늦기 전에 한국경제의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과 같이 잘못된 정책으로 경제를 망쳐놓고
    재정을 쏟아 부어 메우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이 길은 한국경제가 죽음으로 가는 길입니다.
    더 늦기 전에 병 주고 약주는 식의 엉터리 정책을 멈추고,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근본적인 개혁에 나서야 합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근본 문제는 저성장 양극화입니다.
    저성장 문제의 원인은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따라서 해법 또한 단순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기업과 국민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해서 부가가치를 생산해야
    경제가 성장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고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지 않으면
    양극화 문제의 해법 마련도 요원해진다는 것 역시
    변치 않는 진실입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가 가장 공들여 했어야 하는 일은
    기업이 신성장 산업에 투자하고 국민이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한국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일이었습니다.
    시장이 활력을 찾고,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국민이 늘어나야 경제가 성장을 하고
    일자리와 소득이 늘어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한국경제의 체질개선 대신,
    열심히 세금을 거둬 열심히 현금으로 나눠주는 일에
    열성을 다했습니다.
    그 결과가 성장 없는 분배, 성장 없는 복지에 갇힌
    길 잃은 한국경제입니다.

    ■ 대통령이 직접 최저임금 동결부터 선언해야 합니다

    경제가 성공하고 있다고 큰 소리 치던 문재인 정부가
    지난 3일,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당초 2.8%에서
    2.4 내지 2.5%로 낮추었습니다.
    발등의 불로 떨어진 경제상황 악화를 뒤늦게 감지한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보면
    눈 앞이 더욱 캄캄해집니다.
    정부가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낮추며 발표한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기존의 실패한 정책 수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으면서
    단순히 경기부양을 명분으로 투자세액공제 혜택을 늘리고
    재정투입을 확대하는 재탕, 삼탕의 대책에 불과합니다.
    이런 대책으로는 무너진 경제를 일으켜 세울 수도 없고
    단기적인 경기 침체에 대응할 수도 없습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경제정책의 방향을 전환해야 합니다.
    시장은 시장대로, 재정은 재정대로
    최악의 진퇴양난으로 몰아넣은
    소득주도성장론부터 반드시 폐기해야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과 과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의 어려움과 자영업의 몰락을 초래했습니다.
    보호받아야 할 저소득층은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오히려 줄었습니다.

    이처럼 소득주도성장론이
    저성장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률의 20배가 넘게
    또 다시 대폭 인상하자는 것입니다.
    더 이상 노동계의 주장에 휘둘렸다가는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의 완전한 몰락을 피할 수 없습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제쇼크가 다시 일어나는 일을
    막아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 바랍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선언할 것을 촉구합니다.

    ■ 한국경제의 나아갈 길은 혁신성장과 신기술창업 인큐베이팅입니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현 상황에서
    경제회생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우리가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일은
    과감한 규제혁파로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신기술 창업을 활성화해서 새로운 성장산업을 일으키는 혁신성장입니다.
    규제개혁의 속도를 높이는 일이 시급합니다.

    이웃나라 중국의 경우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신기술 창업기업,
    이른바 유니콘 기업이 지난 1년 간 하루에 4개꼴로 증가해서
    현재 202개에 달합니다.
    인구수와 경제규모의 차이를 감안한다 해도
    우리와 너무나 큰 격차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 중국을 다녀오신 분들은 길거리 노점상까지
    핀테크 회사들의 QR코드를 매대 위에 펼쳐 놓고
    장사를 하는 모습을 보셨을 것입니다.
    서울 명동에서도 중국의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받지 않으면
    장사를 못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들 중국기업이 동아시아 간편결제시장을 휩쓸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모바일페이의 해외 결제서비스는
    외국환거래법에 막혀 겨우 지난 6월부터 시작됐습니다.
    더 뒤처지기 전에 신기술 창업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낡은 규제들을 혁파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임시국회가 추경안 처리보다
    더 시급히 처리해야 하는 일은
    신기술 창업 지원 활성화와 규제개혁 촉진을 위한
    관련 법률들을 통과시키는 일입니다.

    ■ 공공일자리 81만개 대신 혁신인재 81만명을 만듭시다

    혁신성장을 위해 바로잡아야 할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잘못이 하나 있습니다.
    수십 조 원에 달하는 국가재정으로
    공무원 일자리 17만 4천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바로 그것입니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입니다.
    정부가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는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공공일자리 81만개를 위해 수십 조 원을 쏟아 부으면서,
    4년 간 5천 756억 원을 투입해서
    고작 1만 명의 혁신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발상으로
    어떻게 경제를 살릴 수 있겠습니까?
    공공일자리 81만 개를 폐기하고
    미래산업을 짊어질 혁신인재 81만 명을 양성하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길입니다.

    ■ 노동개혁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왜곡돼 있는 노동시장 개혁 또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대기업과 공공기관 정규직 중심의 1차 노동시장과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중심의 2차 노동시장으로 분절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중소기업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가
    대기업 정규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차단되어 있습니다.

    이 같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더욱 떨어뜨리고
    청년일자리 문제를 가중시키는 중요한 원인입니다.
    한 번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사람이
    대기업 정규직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하늘에 별 따기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현격한 가운데 이동의 기회조차 없으니,
    청년들이 대기업 취직에 매달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온갖 일자리 대책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이 좀처럼 줄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일자리 양극화를 그대로 둔 채
    성장잠재력 회복과 사회양극화 해소를 이뤄낸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90%에 달하는 근로자들이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평생 시달려야 하는
    불평등 구조 속에서
    높은 노동생산성과 빈부격차 해소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여기서 더 늦기 전에 한국경제의 명운을 걸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격차 해소를 정책목표로 삼아
    노동시장의 유연안전성을 높이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노동시장 개혁에 나서야 합니다.
    그 길이 저성장 양극화를 극복하는 지름길입니다.

    공정한 경제 질서 확립으로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착취를 막고,
    국가가 투입하는 임금과 복지지원은
    중소기업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에 집중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처우 격차를
    획기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 해소를 위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또한 함께 확립되어야 합니다.

    1차 노동시장의 해고요건을 완화하고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임금조정을 가능하게 해서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보다 안정된 직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저는 이 같은 노동시장 개혁 문제를
    국회 차원에서 심도 깊게 논의하기 위한
    노동개혁특별위원회 설치를 여야 각 당에 제안합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방안과 함께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 법 개정,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최저임금위원회 개혁 방안 등
    노동개혁을 위한 종합적인 논의가
    노동개혁특위에서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민주당의 ‘북한 목선 사건’ 국정조사 수용을 촉구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경제 문제 이외의 몇 가지 다른 현안들에 대한
    바른미래당의 입장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먼저 국민을 불안에 빠뜨린데 이어
    어이없는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는
    북한 어선 삼척항 정박 사건의 진상규명 문제입니다.
    북한 소형 어선 한 척이 NLL을 뚫고 내려와
    삼척항에 정박을 하고, ‘핸드폰을 빌려달라’며
    우리 주민들과 접촉까지 했는데도
    우리 군은 전혀 감지조차 못했습니다.
    만약 북한주민이 아니라 무장군인이 내려왔다면 어땠을까
    상상만 해도 아찔한 일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경계실패의 책임을 덮기 위해 청와대와 군 수뇌부가 작당을 하여
    ‘경계에는 문제가 없었고, 북한 어선은 표류로 떠내려와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된 것’이라고 국민들을 속인 것입니다.
    이 같은 은폐・조작 행위가
    군 수뇌부의 내부 협의 아래 결정된 것이고,
    청와대 국가안보실 또한 국방부의 거짓말을 알고도 묵과했다는 사실이
    정부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명백히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청와대와 국방부는
    ‘누군가 거짓 브리핑은 지시했지만 은폐ㆍ조작은 없었다’며
    국민을 우롱하고 나섰습니다.
    어떤 절도 피의자가
    ‘남의 돈을 훔치긴 했지만 도둑질은 없었다’고 주장한다면
    절도죄가 사라지는 것입니까?

    ‘북한 어선 삼척항 정박 사건’만큼은
    반드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경계실패에 이어 은폐‧조작 의혹까지
    사실로 확인된 이 마당에
    청와대와 국방부가
    죄가 없다고 우기고 나섰는데도,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미루고
    진상규명을 회피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국회의 직무유기입니다.

    민주당에게 촉구합니다.
    국회는 정부의 거수기가 아닙니다.
    정부 견제는 국회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역할입니다.
    당당하게 국정조사를 수용하기 바랍니다.
    아울러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게 요구합니다.
    즉각 자진 사퇴하십시오.
    여러분은 그 자리를 지키고 계실
    자격이 없습니다.
    끝끝내 못 물러나겠다며 버틸 경우
    국민들의 분노의 화살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향하게 될 것입니다.

    ■ 공존의 정치를 위해 ‘선거법 합의 처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장기간 국회 파행을 부른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들의 처리 문제는
    임기 4년차 20대 국회의 순항 여부를 가를 중대한 사안입니다.
    바른미래당은 더 이상의 극단적인 갈등을 막기 위해
    ‘각 당의 안을 종합하여 논의한 후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는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합의가 지켜지기를 희망합니다.
    특히 게임의 룰을 다루는 선거법 만큼은
    13대 국회 이후 지난 30년 동안
    여야 합의로 처리해 왔던 관행이 지켜지기 바랍니다.
    이를 위해 자유한국당에 제안합니다.
    비례대표제를 폐지한다는 기존의 안을 철회하고,
    중대선거구제 등 비례성을 강화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제시해 주십시오.
    선거제도 개선 논의가 촉발된 이유는 사표를 양산하고
    소수정당의 의회진입을 가로막는 현행 소선거구제의 폐해 때문입니다.

    자유한국당이 현행 제도를 고집하면 선거법 합의처리는 불가능합니다.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보여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선거법패스트트랙 지정에 찬성했던
    다른 정당들에게도 당부드립니다.
    유사시에는 강행 처리를 불사하겠다는
    위협적인 태도를 거둬주십시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해도 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것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게 됩니다.

    한 번 힘으로 밀어붙이게 되면,
    다수당이 교체될 때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선거제도를 바꾸기 위한 소동과 분란을 피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국민과 정치인들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좋은 제도를 여야가 함께 만들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주십시오.

    ■ 유능한 경제정당, 합리적인 대안정당의 길을 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정상화 협상 과정에서 거대양당 중심의 대결정치가
    얼마나 소모적이며 퇴행적인 것인지 이미 충분히 목격하셨습니다.
    입으로는 경제와 민생을 말하면서도
    실상은 당리당략을 앞세워 선거를 겨냥한 갈등 증폭에 몰입하는
    양당체제의 폐해는 반드시 극복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경제다! 해법은 정치다!’
    이것이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이자, 바른미래당의 존재 이유입니다.
    바른미래당은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거대양당의 극단적인 대결정치를 제어하면서
    경제와 민생에 집중하는 유능한 경제정당의 길을 가겠습니다.
    남을 비판하기 이전에
    먼저 대안을 내놓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주도하는
    합리적인 대안정당의 길을 가겠습니다.

    그 길 위에서 바른미래당의 변화된 모습과
    생산적인 정책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 정직한 자세로
    국민 여러분의 공정한 평가를 구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어느 당이 진정으로 국민의 편에서
    경제와 민생을 지키는 정당인지 살펴봐 주십시오.
    바른미래당이 잘 하겠습니다.
    경제와 민생을 지켜내겠습니다.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투데이코리아 :: & www.todaykorea.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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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코칼럼
  • [권순직 칼럼]재계의 별들 잇단 퇴장
  • 권순직|2020-01-23
  • 타계한 롯데그룹 신격호명예회장은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주변을 5분여간 천천히 돈 다음 고향 선산에 영면했다. “초고층 건물을 올려 세계적 명품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30여년 만에 이룬 123층 롯데월드타워는 당분간 한국의 지붕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재벌 총수의 죽음을 놓고 ‘재계의 별 지다’라는 표현에 동의한다. 암흑했던 시기 불굴의 의지와 번뜩이는 혜안(慧眼)으로 맨땅에서 기업을 일구고, 거대한 성을 쌓아 올린 이들은 영웅이었다. 그래서 그들을 별이라 칭하는데 인색할 수가 없다. 최근 들어 유난히 재계의 별들이 많이 타계했다. 작년만도 구본무LG회장 조양호한진해운회장 구자경LG 명예회장 김우중대우회장에 이어 신격호회장이 우리 곁을 떠났다. 2000년대에 들어서만도 이동찬코오롱회장 정세영현대회장 박태준포철회장 임대홍미원회장등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들은 대부분 40~50년대 기업을 세웠거나, 60~70년대 경제개발시대에 영웅적인 활약으로 대한민국 경제가 일어서는데 별 역할을 했던 창업세대다. 그들의 나이가 100세 가까워오면서 창업세대의 퇴장을 가져온 것이다. 산업화 이후 1세대 기업가들의 시대가 저문 것이다. 재벌 탄생, 그리고 공(功)과 과(過) 우리가 본격적으로 경제를 일으키려고 할 때인 60년대에 우리는 개인도, 사회도, 국가도 모두 빈손이었다. 전후(戰後) 우리는 하루 세끼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다.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했다. 미국 같은 선진국과 유엔이 보내주는 쌀 밀가루 분유로 식량을 했고, 그들이 준 비료로 농사지었으며, 초등학교 교과서 맨 뒷장에는 ‘유엔에서 지원해서 만든 책’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러던 한반도에 기적이 일어났다. 식량 자급(自給)도 못하던 나라가 한 세대 만에 선진국클럽이라는 OECD에 가입했고, 지구촌 곳곳에 원조도 하는 나라로 우뚝 섰다. 한강의 기적이다. 그것은 절로 온 기적이 아니라 피와 땀이 베인 ‘발로 뛴 기적’이다. 온 국민이 일궈낸 기적이지만 그중 기업가들의 공도 컸다. 재벌 1세대들의 퇴장을 계기로 그들의 공과 과를 한번쯤 되돌아 보자. 군사 쿠테다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경제건설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경제개발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했다. 그 밖의 것은 무시했다. 예컨대 인권 민주화 환경 노사 분배 등 등 보편적 가치를 모두 뒷전으로 하고 오직 경제개발에만 몰두했다. 그것이 박정희 철학이었다. 그러나 가진 것이라고는 빈 손 뿐이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일본과의 국교정상화를 하면서 유무상(有無償 )자금(대일청구권자금 등)을 끌어들여 경제개발의 밑거름으로 썼다. 그 이후에도 필요한 외자(外資)를 조달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했고, 열사의 나라 중동에 건설 근로자를 보내고, 월남파병을 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그 당시로서는 엄청난 달러를 손에 쥘 수 있었고, 그 외자가 곧 경제개발의 토대가 된 것이다. 돈도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산업을 일으키려는 박정희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온갖 자원을 한곳으로 몰아주어 경제를 일으켜보자는 것이었다. 이래서 재벌이 탄생한 것이다. 달러가 모자라면 달러를 밀어주고, 돈이 모자라면 은행 돈 찍어 기업들에게 제공했다. 이자도 싸게 줬다. 특혜로 성장한 재벌, 사회기여로 보답해야 내자 외자 모두 특혜로 몰아주고, 노사분규가 생기면 정부가 막아줬다. 산업화로 공해 문제가 발생하면 정보부가 나서서 해결했다. 분배 인권 민주화는 사치라고 여겼다. 그렇게 모든 것을 올인 해 경제개발을 하다 보니 성과는 엄청난 속도가 붙는다. 압축성장이라 불린다. 압축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재벌이 형성된다. 정경(政經)유착이 발생했다. 중소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배려는 미약했다. 따라서 분배나 평등 균형 이런 것들은 뒷전에 머물렀다. 우리 사회의 재벌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불만은 당연하다. 온갖 자원을 집중지원 받아 성장한 재벌들이 사회에 기여한 바가 부족하다는 것이 국민들의 인식이다. 우리 재벌이 경제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한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엄청난 특혜 속에 성장한 사실을 감안하면 앞으로 두고두고 국민들에게 갚아야 할 빚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재벌 또는 대기업들의 공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이유는 경제개발 초기 창업세대들의 불굴의 기업가정신, 미래를 꿰뚫는 혜안(慧眼), 번뜩이는 아이디어 등 수많은 영웅담을 우리는 잊기 어렵기 때문이다. 창업 1세대가 무대에서 사라진 지금, 2세대 3세대가 짊어진 재벌들은 이제 사회에 빚을 갚아야 한다.
  • [김성기 칼럼] ‘주택매매허가제’ 그 발상에 경악한다
  • 김성기 부회장|2020-01-21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회견에서 부동산 가격 ‘원상회복’을 공언한 다음 날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부동산 매매허가제'까지 언급했다. 강 수석은 한 방송에 나와 “특정지역에 대해 매매허가제를 둬야 한다는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유재산권을 위협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반발이 커지자 청와대와 여당은 개인적 의견일 뿐이라며 선 긋기에 나섰으나 발언 배경이 심상치 않다. 청와대에서 경제 분야가 아니라 주로 국회, 여야 정당들과의 소통을 담당하는 정무수석이 나서 허가제를 거론한 것부터 4월 총선을 앞둔 편가르기가 아닌가 의구심을 부른다. 초법적 국가주의를 앞세운 주장에 섬뜩한 오기가 느껴진다. 주택은 대부분 중산층 가계의 재산 목록 1호로 꼽힐 정도로 중요한 사유재산이며 주택거래는 거주이전의 자유와 직결되는 사안이므로 대부분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허가제' 채택을 꺼리는 실정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리를 비웃듯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독선에 기울어 서슴없이 편향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문 대통령이 공언한 부동산 가격 원상회복을 위해 ‘끊임 없는 대책’을 내놓다 보면 시장이 얼마나 충격을 받아 왜곡되고 국민의 세부담은 얼마나 고될지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정부 대책이 주로 강남 등 특정지역을 겨냥한 공세로 보이지만 강남 의 고가 아파트값이 원상회복 수준으로 폭락하면 강북 등 다른 지역은 더 큰 충격을 받게 마련이다. 게다가 주택 담보가치의 하락은 금융부실까지 불러 시장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몰아오게 된다. 과거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뼈저리게 경험한 일들이다. 그런데도 강 수석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매매허가제까지 들고 나왔다. 봉급생활자들을 비롯한 대부분 중산층은 허리띠를 조여가며 어렵게 장기간 저축해 몫돈을 마련하고 여기에 대출을 더해 내집마련에 착수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 성장에 따라 집 크기를 차츰 늘렸다가 자녀 결혼과 은퇴를 맞으면 집을 처분해 줄여나가는 식으로 자금을 융통하는 가계가 많다. 어찌 보면 타고난 금수저가 아닌 다음에야 내집마련을 비롯한 주택거래에 평생의 경제활동을 집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택매매허가제는 대다수 국민의 재산형성 과정에 정부가 간여하고 거주이전까지 간섭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측면에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정책이다. 시중에는 얼마 전부터 묘한 사설 정보지(속칭 찌라시)가 돌았다. 정부가 강남 등 15억 원 이상 고가주택에 거래허가제를 도입하고 대출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추가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를 즉각 부인했지만 강 수석의 발언이 여기에 다시 불을 붙였다. 정무수석이 매매허가제를 들고나온 배경에는 부동산 포퓰리즘이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고가 아파트를 규제해 중산층과 재산가들을 묶어두면 박수칠 유권자들이 더 많다는 표계산이 깔려 있다. 그리고 시장과 싸워서라도 부동산을 꺾고 말겠다는 오기가 ‘끊임 없는 대책’ 발언에서 느껴진다. 그러나 정부가 아무리 자신감에 차 있다 할지라도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초법적 조치를 국민이 용인할 것이라는 발상은 무모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시장에 역행하는 연이은 대책들은 부작용을 불러와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줄 우려가 크다. 죽창 들이대고 윽박지르는 식의 정책이 시장에 먹힐 것이라는 구상은 큰 오산이다. 충동적인 정책을 마구 들이대 여론을 둔감하게 만들려는 속셈도 깔려 있겠으나 국민이 언제까지 그 횡포를 인내할지 두고 볼 일이다. 그 독선을 용납하다 보면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게 될지 가늠하기조차 두렵다. &lt;투데이코리아 부회장&gt;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 [데스크 칼럼] 세금으로 표를 사려는 한심한 정치가
  • 김충식 편집국장|2020-01-14
  • 최근 정의당이 '총선 공약 1호'로 발표한 '청년 기초자산제도'를 놓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이 지난 9일 제21대 총선 공약 1호로 내놓은 ‘청년기초자산제도’는 소득 기준 없이 20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각 3000만 원을, 양육시설 퇴소자 등 부모가 없는 청년들에게는 최고 5000만 원까지 기초자산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표풀리즘(표+포퓰리즘 합성어)이라며 정치권의 비판이 이어지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만 20세 청년에게 청년기초자산 3000만 원을 제공하겠다는 정의당의 공약은 이번 총선을 위해 급조된 공약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지난 대선 때 제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청년사회상속제를 청년들이 최소한의 자립기반을 할 수 있는 소요 경비를 기준 3000만원으로 확대 강화한 것”강조했다. 이어“청년기초자산제도는 청년들에게 단지 수당을 올려주자는 차원이 아니다”라며 “청년의 미래를 위해서 청년의 기초자산을 국가가 형성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당장 내년부터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필요한 예산을 18조원 정도로 추산하면서 "여기에 소요되는 재정은 상속증여세 강화, 종합부동산세 강화, 부유세 신설 등 자산세제 강화를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챦다. 특히 올해 총선에서 투표권이 현재 고등학교 3학년생인 만 18세까지로 하향 조정된 만큼, 이들의 표를 노린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이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20살이 되면 일률적으로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에 진정성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엄청난 돈을 어떻게 구할 것이며, 20살이 받는 거액을 21살이 못 받는다면 그들은 가만히 있겠는가? 결국 모든 국민에게 그 돈을 다 쥐어주겠다는 것인가? 말이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이종철 새로운보수당 대변인도 "돈으로 청년의 정의를 사겠다는 마음이 악하다. 정의당의 정의는 시궁창에 던져버려라"며 "당명에 정의라는 단어를 쓰는 정의당이 참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정치인들이 청년들을 위한다면 돈을 주기보다 희망을 갖고 꿈을 펼칠 수 있는 시스템과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유대인들의 자식교육법에는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치라”고 했다. 자식에게 물고기를 주어 한끼 배불리는 부모와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치는 부모, 누가 더 현명한가. 일본의 전 일본 총리 다나카 가쿠에이는 “정치는 곧 머릿수이고, 머릿수는 곧 힘이며, 힘은 곧 돈이다”라고 말했다. 정치에는 사람이 필요하고, 그 필요한 사람을 모으기 위해 돈으로 표를 얻고, 그 얻은 표로 의원 수를 늘려 힘을 가질려는 것. 지금 대한민국은 이러한 정치가가 인기를 얻고 있다.
  • [박현채 칼럼] 혁신 경연장에서 고군분투하는 한국 기업
  • 박현채 주필|2020-01-10
  • 정부와 정치권이 기득권의 눈치를 보며 온갖 규제로 혁신산업을 가로막고 있으나 기업들은 퍼스트 무버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안간 힘을 쏟고 있다. 한국은 9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된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2020'에 400개 가까운 기업 등이 참가, 혁신기술 선보이기에 나섰다. 역대 최대이자 미국과 중국에 이어 3번째로 많은 규모다. 올해 161개 국가에서 4500여개 기업이 참가한 CES는 최첨단 혁신 기술을 선보이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다. 단순한 가전박람회 차원을 넘어 앞으로 10년 동안 어떤 미래가 펼쳐질 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무대이다. 그런 만큼 전통제조업에서 첨단산업으로의 성공적인 전환과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고 있는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대기업과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는 스타트업들은 그동안 개발해 온 신기술을 선보여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기술 전쟁에서 잔존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글로벌 니즈를 파악해 혁신의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삼성과 LG, 현대자동차, SK, 두산 등 재벌그룹을 비롯해 웅진코웨이, 팅크웨어 등 중소·중견 기업, 창업기업, 협회·단체, 정부출연 연구기관, 대학 등이 올해 CES에 대거 참가했다. 삼성전자는 자율주행 시대를 맞아 5G 이동통신 기반의 ‘디지털 콕핏 2020’과 테두리가 없는 QLED 8K 텔레비전 등을 선보였고 LG전자는 지난해 ‘롤 업’ 방식에 이어 올해는 위에서 아래로 펼쳐지는 ‘롤 다운’ OLED 텔레비전을 내놓았다. 특히 현대차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5명이 탈 수 있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선보였다. 활주로가 필요 없는 수직이착륙 기능을 지닌 실물 크기의 날개 달린 개인용 비행체 ‘S-A1’를 공개, 관람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CES 2020’ 슬로건은 '삶의 일부로 파고든 인공지능(AI)'이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AI가 여러 기술과 접목돼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는 다양한 미래 기술들과 함께 AI가 차세대 신기술이 아니라 이미 보편적 기술이 됐음을 알려주는 제품들이 대거 새롭게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AI로봇 '볼리'를 비롯해 LG전자의 가상 의류 피팅 솔루션 '씽큐 핏 콜렉션', 인텔의 차세대 AI칩 '타이거 레이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제품은 AI가 부지불식간에 우리 곁으로 다가왔음을 실감케 하고 있다. 특히 금년에는 자동차업체 전시관에 항공기와 스마트시티 콘셉트가 등장, 자동차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넘어 개인용 자율항공기, 이른바 ‘플라잉 카’로 모빌리티 기술이 한 단계 더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이후 세계경제 지형 변화를 이끌 이슈로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간의 4차 산업혁명 주도권 경쟁을 꼽았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각국 간 기술 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는 국가나 기업은 더 이상 존속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 혁신이 이제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된 것이다. 한편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AI에 힘입어 앞으로 최소한 10년간 매년 1.2%포인트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18세기 증기기관 발명이 산업 발전에 기여한 것과 비슷한 수준의 대단한 영향력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당장 눈앞의 표만을 의식, 온갖 규제로 혁신산업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니 기업들은 손발이 묶인 채 선진 AI 기업들의 독주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현대차가 지난해 11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카셰어링 등 신규 혁신사업을 국내가 아닌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하는 등 국내기업들의 해외 탈출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규제가 없는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정부는 지난달 야심찬 ‘AI 국가전략’을 발표하고 ‘정보기술(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우리의 AI 기술수준이 미국, 중국 등 선두주자에 2년여 정도 뒤처져 있는데다 현실성이 떨어진 뜬구름 잡는 구상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어 이 대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정부가 혁신성장에 관심을 두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 하겠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혁명이기도 하지만 규제혁명이라는 말도 있다. 제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지니고 있더라도 이를 펼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그 기술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AI가 제대로 육성되려면 ‘마음껏 상상하고 도전할 수 있는 마당’이 조성돼야 하는 만큼 기업의 기술과 정부의 정책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야 미래전쟁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정부의 ‘AI 국가전략’이 대(對)국민 홍보용이 아니라 진정으로 기득권 장벽을 허무는 혁신 성장의 주춧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lt;투데이 코리아 주필&gt; 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 조은경 작가의 귀촌주부다이어리
  • [조은경의 귀촌주부 다이어리]2-11
  • 조은경 작가|2020-01-13
  • 2020년도의 새 날이 밝았다. 양력 정초라면 겨울의 한 복판이다. 음력 설 정초까지가 깊은 겨울이다. 진짜 겨울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때다. 이 시기에 사람들은 마실을 다닌다. 사람들과 만나는 일, 말이다. 서울에서는 친구들과 전화해서 서로 좋은 시간을 고르고 난 다음, 찻집이나 음식점을 정해서 만나러 나간다. 만나러 가는 장소는 더 이상 서로의 집이 아니게 되었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여전히 집으로 방문한다. 집으로 방문하니까 더욱 정겹다. 외출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손님을 접대하는 점도 편안하다. 이번 달엔 중요한 방문객이 몇 분 있었다. 우리 부부가 준비하고 있는 동림원의 설계를 맡아주기 위해 서울서 일부러 내려와 준 과일 박사 최 동용님이 있었다. 우리가 심으려고 하는 과일 묘목에 관련된 책자를 여러 권 선물로 가지고 왔다. 다음은 본인도 과수원을 하고 있으면서 우리 부부의 과일 나무 정원에 흥미를 가지고 자신의 경험을 아낌없이 털어내어 동림원의 기초를 다지는데 조언을 주는 젊은 이장, 이 영수님이 있었다. 그는 말하자면 시골에서 바라마지 않는 젊은 농업인이라 할 수 있다. 동림원 예정지 현장에서 토목 관계로 직접 조언을 주기도 했지만 오늘은 전체적인 식목에 있어 꼭 필요한 조언을 해 주었다. 즉 과일 나무들이 정원의 모습으로 나타나려고 한다면 밀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촘촘히 심으면 질병에 취약하니 과일나무간의 간격을 넓게 잡으라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들라면 스토리가 있는 정원을, 또는 테마가 있는 정원을 조성 단계에서부터 기획하라는 것이었다. 이장님이 떠나자 새로운 불빛이 반짝 켜지는 느낌이었다. 통찰력 있는 젊은 이장의 방문이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 주었다. 이름부터 바꾸기로 했다. 전에는 동림원의 부제를 –과수 박물관-이라 부르려 했지만 지금은 –과일나무 정원-으로 바꾸었다. 그러자 향기로운 과일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어여쁜 정원의 모습이 떠올랐다. 처음부터 과일들에게서 높은 소출을 기대한 바가 없고 다만 어린이들을 위시한 방문객들에게 갖가지 과일 나무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려는 목적이었으므로 우린 쉽게 방향을 바꿀 수 있었다. -그리고 바닥엔 잔디를 심는 거야.- -그 넓은 곳에 전부? 과수원 바닥에 잔디를 심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게........우리 동림원은 보통 과수원이 아니고 과일 나무 정원이기 때문이지. 정원에 잔디를 깔고 싶어, 과일 나무를 심을 곳과 산책길, 그리고 산책 길가에 꽃 심을 곳은 빼고 말이지.- 이런 생각 후에 나는 다시 과일 나무의 종류를 셈해 보았다. 다 해서 20가지 였다. 동림원에 20 군데의 과일 나무 빌리지가 생기는 것이다. 잔디 위에........정말 근사한 일이 아닐까? 또 한 분 멋진 인물이 방문했다. 남편의 학교 후배로 가끔씩 우리를 방문해 주는 분이 친구와 같이 왔는데 그 친구 분이 자신을 테너라고 소개하며 씨디 하나를 건네준다. 국내 유수의 음악대학과 이탈리아의 음악원을 정식 졸업한, 수많은 오페라에서 주역을 한 백 용진 씨가 그 분이다. 깜짝 놀랐다. 동림원이 개원하게 되면 노래를 불러 주시겠다고 미리 약속도 해 주었다. 이럴 수가! 다음 주에 우리 부부는 방문객이 되어 같은 고경면에 사는 두 분 이웃을 방문하러 갔다. 첫 번째는 고도리 와이너리의 최 사장에게다. 전부터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고 그 와이너리의 와인을 선물로 받아 마셔 본 기억도 있어서 궁금했었다. 이장님과 함께 방문했다. 최 봉학 사장은 영천 토박이로 27년 전에 귀향해서 10년 전부터 고향의 명물 영천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데 신명을 바친 인물이다. 그 곳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 8 종류를 모두 시음하도록 해 주었다. 흐음... 내가 마셔본 바에 의하면 레드 종류를 빼고 모든 와인이 합격점 이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곳의 화이트 와인은 이미 수많은 품평회에서 수상해 객관적 평가가 이루어진 제품이지만, 시음한 바, 복숭아 와인이라든지 아이스 와인이라든지 스파클링 와인 등 특수 와인도 세계 유명 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방문해서 시음해 본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와이너리의 와인과 비교해서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사장님은 레드의 품질을 높이는 데에도 도전해 보고 싶지만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씀했다. 아마 최 사장의 열정이라면 언젠가 그 일도 이루어낼 것이라고 믿는다. 다음은 우리 마을에 들어올 때면 언제나 지나가는 첨단 비닐하우스 온실이 있는 서원 농원의 김 형수 사장 댁으로 갔다. 호국로 큰 국도로 나가기 전에 항상 지나는 길인데 언젠가부터 온실 안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한라봉(?) 아니면 천혜향(?)일 것 같은 주황색 큰 과일이 내 눈을 끌었던 것이다. 아! 나는 역시 과일의 아름다운 모습에 마음이 가는 사람이라는 것이 또 한 번 증명되는 일이지만. 남편을 졸라서 아는 분에게 소개받아 시간 약속을 하고 방문했다. 김 사장님은 유리 온실이 아닌 비닐 온실임에도 두께가 1.5센티의 특수재질로 방염, 방풍에 강하고 투광도 아주 좋다고 설명한다. 일조량이 많은 덕분에 영천이 위도 상으로는 남쪽인 제주도와 연료비 차이가 별로 안 난다는 파격적인 말씀을 했다. 믿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앞날을 내다보는 혜안으로 옛날 사과 과수원이었던 넓은 땅에 25년 전부터 편백을 심어왔다는 얘기도 해 주었다. 안쪽으로 또 하나의 비닐하우스가 있었는데 그 안에는 놀랍게도 커피, 파파야, 바나나 등 열대 과일이 무성했다. 빨갛게 익은 커피 열매를 보여 주고 로스팅 머쉰과 브루잉 머쉰을 보여 준 것은 사모님이다. 두 분은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시켜 준다고 했다. 우리 고경면 안에 이렇게 자랑스러운 농업인들이 있다니, 가슴이 뿌듯했다. 오늘, 겨울이 깊은 밤, 백 용진 테너의 아름다운 우리 가곡을 들으면서 제주 산보다 더 향기로운 한라봉을 안주로 고도리 와인을 마시고 있다. 시골에 내려와서 이렇게 멋지게 사는 사람, 어디 나와 보라고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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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 [기자수첩] 여전한 저성장의 늪…탈출구는 있나
  • 송현섭 기자|2020-01-22
  •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0% 늘어나는데 그쳐 지난 10년이래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심지어 작년 4/4분기엔 1.2% 성장에 머물러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가 우려된다. 일단 미중간 무역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반도체 등 주요품목의 수출 부진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전반적 수출 증가세 둔화와 민간소비의 위축, 설비투자 부진이다. 한 중소기업 경영자는 “저성장의 늪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며 “대내외 악재보다 겉도는 정부의 경제정책과 정쟁에만 골몰하는 정치권의 태도가 더 우려된다”고 하소연 했다. 그는 또 “기업의 신사업 도전을 위해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 활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경기전망을 낙관할 수 없기에 고용을 늘릴 수 없고 설비투자도 진행할 수 없다는 의미로 보인다. 리스크가 큰 사업을 벌이기엔 국내외 소비가 너무 침체돼있다는 점도 문제다. 그러다보니 요즘엔 폐업하는 자영업자나 사업장이 많아 사무실 철거관련 업종만 재미를 보고 있다는 씁쓸한 후문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항간엔 또다시 최악의 경제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도 팽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고용과 설비투자가 부진한데 따른 대책 마련보다는 집값 잡기에만 골몰하는 모양새다. 금융권 대출규제와 과세를 강화하고 극단적 처방으로 부동산시장으로 자금유입을 차단하려는 정책이 이미 시행중이다. 거래도 없이 주택가격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자 잇따른 긴급조치가 발동됐다. 시장 수급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극단적 조치 때문에 부동산업황은 사상 최악의 수준이다. 팔겠다는 사람도 사겠다는 사람도 없으니 중개업소들은 몇 년째 빙하기를 지내고 있는 셈이다. 반면 주택 수급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하는 극단적 처방만으로 집값이 잡힐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 견해다. 과거 정부에서 주택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서울과 수도권에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시그널만으로도 집값을 잡은 사례가 있다는 점을 조언하고 싶다. 또한 정부가 집값 잡기에만 집중하는 사이 대기업의 고용과 투자를 독려하고 벤처·스타트업 지원을 통해 성장을 추진하려던 정책은 겉돌고 있다. 불투명한 경제전망으로 창업에 나서는 사람은 감소하고 20대에서 40대까지 주요 경제활동 연령대의 실업규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위해 국민 조세부담은 크게 늘었지만 경제성장을 위한 명확한 방향성이나 뾰족한 대안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라는 말이 있다. 정부가 저성장의 장기화로 국민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기 전에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집중 육성하려는 정책으로 선회하기를 기대한다.
  • [기자수첩] 인도 시민권법 개정, 특정 종교인 제외로 ‘몸살’
  • 김태문 기자|2020-01-14
  • 홍콩에서 범죄자 송환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인도에서는 인도의 시민권법 개정에 무슬림교도 등 특정인들을 배제하면서 인도헌법과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시민법 개정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 민주화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항의가 거세지고 있다. 인도정부가 지난해 12월 통과시킨 ‘시민권법 개정안(Citizenship Amendment Act)’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민권법 개정안’은 2014년 12월 31일 이전에 인도에 도착한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안인데, 적용대상에서 무슬림교도와 유대교도 그리고 무신론자 등은 배제됐기 때문이다. 인도 집권당인 인도 국민당(BJP)은 해당 법안으로 약1500만 명이 시민권 신청 자격을 획득할 것으로 내다 봤다. 이와 함께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는 “오늘은 인도 역사상 획기적이 날로 기록될 것이다”고 밝히고 법안 통과를 환영했다. 그러나 아삼(Assam)주와 트리푸라(Tripura) 주를 비롯한 인도 북동부 지방에서는 정부의 시민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발생했다. 특히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국제민주연대 등 20여개 단체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무슬림이 배제된 인도의 시민권법 개정안은 ‘모든 시민에게 기본적인 평등권을 제공한다’는 인도 헌법 제14조와 ‘모든 종교를 공평하게 대우한다’는 인도 헌법의 세속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법이 통과되면 스리랑카에서 이주해온 약 15만 명의 타밀족, 4만 명의 로힝야 난민을 포함하여 상당수의 무슬림 난민들이 차별과 억압을 당하게 될 것”이라면서 “13억 5천만 인구 중 2억 명에 해당되는 무슬림들은 이미 모디 정부가 강화하고 있는 힌두 민족주의로 인해 억압과 차별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법마저 통과된다면 무슬림에 대한 탄압이 더욱 강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해당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인도 시민권 취득을 노리고 방글라데시로 유입되는 불법 이민자의 수가 급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16일 마마타 바네르지 서부 벵골주 수상도 콜카타에서 시민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하고, 뭄바이에서도 항의 집회가 개최되는 등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도 정부가 국가주민등록 시행으로 인해 국적이 박탈될 우려가 있는 힌두교도를 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민권법 개정을 추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방글라데시 접경 지역인 아삼주에서 국가주민등록 제도를 시행하고 인도 국적 보유를 입증할 서류를 제시하지 못한 주민을 추방하기로 했으나, 서류가 없는 주민의 상당수가 힌두교도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엔 역시 최근 이슬람 국가에서 가장 박해받는 주민들이 이슬람교 소수 종파와 무신론자인데, 인도의 시민권법 개정안에는 이들이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어 심각한 차별에 노출됐다고 비판한 바 있다. 국가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고 종교와 이념, 사상을 떠나 정책 실현에 있어 다방면으로 보호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줄 의무가 있다. 또 특정 종교를 떠나 다양한 의견의 표출이 이루어져야 건강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 [기자수첩] 가상화폐는 ‘법정통화 아냐’라더니 빗썸엔 800억 과세
  • 김성민 기자|2020-01-08
  • 투데이코리아=김성민 기자 | 지난해 가상화폐 시장은 ‘초상집 분위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다. 정부가 가상화폐 제도화를 위한 명확한 규정조차 세우지 않고 외국인 암호화폐 투자자에 대한 과세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먼저 지난 7월 24일 정부는 ‘혁신기술 규제자유특구’ 7곳을 선정해 혁신기술을 테스트하고 이와 관련된 사업체를 양성함에 있어 규제로부터 자유롭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시를 블록체인특구로 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응용기술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가상화폐 영역과 관련된 사안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상화폐 시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는 가상화폐 관련 사안을 허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기존 블록체인 기반의 부산 디지털 지역화폐는 가상화폐의 성격을 제거한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성격으로 법정통화에 기초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는 결국 정부가 가상화폐를 법정통화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업계관계자는 “정부가 2018년 6월부터 과세를 고지했다”며 “가상화폐를 합법적 자산으로 인정조차하지 않으면서 과세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국세청은 지난 12월 29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코리아(이하, 빗썸)에게 지난 5년간 거래액에 대한 803억 원 규모의 기타소득 과세를 통보했고 빗썸은 이를 완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빗썸의 최대주주 비덴트는 “가상화폐 과세에 대한 법령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과된 부당과세”라고 반박했다. 현재 가상화폐 과세에 대해 한국을 제외한 12개 국가(미국, 일본, 스위스, 독일, 호주, 싱가폴, 포르투갈, 몰타, 말레이시아, 벨라루스, 이스라엘, 스웨덴)에서 각기 다른 과세 비율과 내용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빗썸에 803억 원 과세와 관련해 “빗썸이 외국인 거래자(국내 비거주자)에게 자산 거래에 관한 원천징수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에 이를 방기한 책임을 지운 것”이라고 했다. 또 가상화폐를 단순히 ‘부동산 이외의 자산’으로 전제할 뿐이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기획재정부가 국세청과 달리 “소득세법은 과세대상으로 열거한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개인의 가상통화 거래 이익은 열거된 소득이 아니므로 소득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국세청과 반대입장을 내세웠다. 또 업계 관계자는 과세 대상자가 외국인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에 대해 “국세청은 아마도 투자자의 계좌번호를 추적해 국적을 판단했을 것”이라며 “사실이라면 한국 사람도 외국에서 통장 만들 수 있는데 그 사람도 외국인 투자자로 간주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한국시장을 떠날 확률이 커진다는 의미에서 심각한 상황”이라며 “시작도 안했는데 세수확보 한답시고 업계 성장을 애초부터 막는 것”이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처럼 정부는 내부에서 ‘불협화음’만 내고 있는 와중에 중국은 암호화폐 발행에 앞서 관련 법안 정비를 위해 지난 1일부터 암호법을 새롭게 시행했다. 반면 우리는 지난 11월 21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을 뿐 여전히 제도화를 위한 추가적인 규정도 없이 세금만 과세했다. 이렇다보니 세수확보에 혈안이 되어있다는 비판 여론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상화폐 시장이 휘청거렸던 것은 지난해 업계에서 유난히 해킹 사고가 많았던 탓도 있다. 업비트에서 ‘이더리움’ 580억 원이 해킹을 통해 도난당했으며 이 외에 ‘트론’과 ‘비트토렌트’까지 합치면 900억 원에 이르는 피해금액이 발생했다. 이같은 거래소 해킹 사고들이 발생하면서 향후 정부의 특금법은 안전성에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금법을 통한 새로운 입법들이 안전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기반이 튼튼한 거래소들은 보안 인원을 확충하거나 시스템 구축에 투자하는 등 안전성을 확보할 것이다. 또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 경쟁자들이 도태되는 상황을 오히려 반기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 시장에 스타트업 진출이 까다로워진다는 우려가 발생함과 동시에 기존 거래소들의 수수료가 상승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한편 일부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법령 체계 구축이 신속하지 못한 것은 미국·일본 등 주요국 정부의 방향에 따라간다는 반증이며 이같은 늑장대응으로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엔 한참 늦었다는 평가도 있다.
  • [기자수첩] 친환경 잡으려다 고객 다 놓칠라...숨찬 유통업계
  • 편은지 기자|2020-01-03
  • 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10분만 앉아있다 간다는 손님들께 ‘머그잔에 담아드렸다가 나가실 때 테이크아웃 잔에 바꿔드릴게요’라고 말하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10명 중 8명은 짜증 섞인 얼굴로 잠깐 있다 갈 거니까 그냥 플라스틱 컵에 달라고 말합니다. 정부 정책이 바뀌어서 그렇다고 해도 소용이 없어요. 환경문제 때문인 건 알겠는데, 옆 가게는 손님들 끊길까 봐 테이크아웃 잔에 그냥 준다고 합니다.” (남가좌동 A카페 점장) 친환경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정부가 최근 몇 년 사이 발 빠르게 친환경 정책을 펴고 있다. 환경문제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국내 유통업계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작스럽게 강해진 정부의 친환경 규제에 숨이 찬 모습이다. 소비자들은 불편함을 참다 못해 터뜨리기에 이르렀다. 정부의 일회용품 플라스틱 컵 사용 규제가 3년 차에 접어 들었다. 소비자들은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사용하게 됐고 커피전문점에서는 5분만 앉아있다 가더라도 머그잔에 커피를 받게 됐다. 이는 꽤 많이 자리 잡은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커피업계 종사자에 따르면 여전히 테이크아웃잔에 음료를 달라고 떼쓰는 고객들은 많다. 소비자 불만은 여전하지만 정부는 일회용품 규제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1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중장기 단계별 계획’에 따르면 현재 커피전문점에서 쓰이는 종이컵 또한 오는 2021년부터는 머그컵으로 대체된다. 먹다 남은 음료를 포장해갈 경우 무상으로 제공되던 테이크아웃 컵은 유료로 변경된다. 포장·배달에 쓰이는 1회용 수저와 식기류 또한 돈을 받도록 했다. 갈수록 높아지는 규제에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잡아야 하는 유통업계는 정부와 불편하다는 소비자 사이에서 진땀을 빼고 있다. 지난 2017년 처음 시행된 플라스틱 컵 규제 당시에도 매장을 이용하며 일회용품 컵을 달라는 소비자들의 아우성을 견뎌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머그컵 사용이 많이 자리 잡기는 했으나 2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플라스틱 컵을 원하는 소비자를 어르고 달래는 건 매장 종사자들의 몫이다. 그러다 정부의 친환경 욕심에 참다못한 소비자가 큰 소리를 낸 첫 사례는 ‘대형마트 종이박스 폐지’다. 지난해 8월 환경부는 대형마트 3사와 자율협약을 맺고 매장 안에서 자율포장대와 종이박스를 모두 없애기로 했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고 장바구니 사용을 독려하겠다는 계획에서였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커피전문점에서 플라스틱컵을 제공하지 못하게 했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대형마트의 자율포장대를 이용해왔던 소비자들은 ‘한 번에 대량구매를 자주 하는 대형마트에서 장바구니만 사용하라는 게 말이 되냐’며 강하게 반대했다. 자율포장대를 계속 운영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결국 환경부는 “대형마트의 자율에 맡기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의 대형마트들은 환경문제에 주범이 되는 테이프와 노끈만 철수하고 자율포장대와 종이박스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환경문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이전보다 많이 높아졌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녹색소비자연대와 공동으로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7.4%는 ‘제품 구매 시 플라스틱 포장이 과도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플라스틱 등의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쇼핑 방식이 등장한다면 구매처를 변경해서라도 이용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졌다고 해서 어제까지 당연히 여겼던 것을 갑작스레 규제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회용품 방출이 목표라는 건 소비자도 안다. 중요한 것은 속도에 있다. 작은 불편함부터 익숙해지도록 만들어야 규제가 강해져 더 불편해지더라도 받아들일 만한 인내심이 생긴다는 의미다. 친환경 정책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소비자들이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고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을 펴는 것이 우선이다. 정작 정부가 펴낸 무리한 정책에 짜증 내는 소비자들을 달래는 건 유통업계 종사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전체를 아울러 보고 인내할 만한 대책과 대안을 만드는 정부의 혜안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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