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특별대담] 송종환 경남대학교 석좌교수(전 주 파키스탄 대사)에게 듣는다 ①

    美中 패권경쟁 속에 日 경제보복과 北 핵 위기에 몰린 대한민국
    기사입력 2019.07.2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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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jpg▲ 송종환 교수(경남대 석좌교수)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와 한일관계, 북한 핵에 대한 우려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한일 기자
     
    투데이코리아=김충식 기자 |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패권전쟁을 쥐고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한편으로 중국을 압박하면서 우방국인 한국 등 국가들에겐 중국의 화웨이 제품 사용이나 이용을 아예 중지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편을 들어야 할지 중국의 편을 들어야 할지 기로에 서 있는 형국이다. 또 가까우면서 먼 나라인 일본은 한국 법원이 일본 기업에게 징용문제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을 두고 한국에 수출을 금지하는 경제보복 조취를 취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연일 강도높게 비난하면서 급 경색된 한일 관계의 해법은 보이지 않고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계속 대화를 시도하고 국제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곳은 북한이다. 북한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싱가폴과 하노이에서 두 번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리고 지난 6월 30일 일본에서 G20 정상이 모인 후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 자리에 모이는 ‘빅 이벤트’가 연출됐다. 정말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려 하는 것인지 아니면 위장 평화 쇼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에 많은 이들이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정부’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이에 송종환 교수(경남대 석좌교수)를 만나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입장과 한일관계,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인터뷰를 2회에 걸쳐 준비했다. <편집자 주>

    "미국, 중국-러시아-북한의 위협과 중국의 해양 패권 도전을 저지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안보협력체계 구축"

    김충식 편집국장(이하 김) =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19세기 말 우리의 조상들이 나라를 잃을 때 나라 밖에서 움직이는 국제정세를 잘 몰랐다는 것이 큰 요인이 되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러한 주장이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중 무역 전쟁 등 최근 국제정세의 특징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송종환 교수(이하 송) = 세계사는 패권국가간의 패권경쟁과 패권전쟁의 연속사라고 할 수 있겠지요. 예를 들면 기원전 5세기 당시 스파르타와 아테네 패권전쟁, 그 후 그리스와 페르시아 간의 패권전쟁을 예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20세기 세계 제1, 2차 대전이 대표적인 패권전쟁의 예입니다. 전체주의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전쟁에서 연합국이었던 미국과 소련은 다시 패권경쟁을 벌였지만 1990년대 전후 소련을 비롯한 동국 공산국가체제가 붕괴됨으로써 한동안 국제질서는 미국의 1극 체제로 유지됐습니다.

    미국은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북한의 6·25 남침 지원국가였던 중국(당시 중공)과 1972년 수교했습니다. 말하자면 미국이 중국 고서의 이이제이(以夷制夷) 계책을 쓴 것입니다. 그렇게 세계무대에 등장한 중국은 미국의 도움으로 세계 공장 역할을 하다가 이제는 미국 GDP의 70% 수준으로 세계경제대국 중 G2가 되어 미국의 경제, 안보에 심대한 위협을 주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의 지속적인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군 현대화, 일대일로 참여 강요, 주변국의 거점 항구를 확보하는 진주목걸이 전략과 화웨이와 같은 다국적 기업의 세계적 진출을 통한 기술탈취 등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자유민주국가들에게는 안전에 위해를 주는 요소라고 판단한 것이지요.

    2.jpg▲ 2014년 7월 ‘림팩’ 훈련 당시 동맹국 해군 함정을 이끌고 가는 美태평양 함대 항모 강습단. 美태평양 사령부가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바뀌면 사상 최대 규모의 무력이 한 사령부에 속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美해군 공개 사진
     
    우리나라도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절대 지지국인 중국의 해·공군이 한국을 포위해 오고 있다는 사례가 속속 들어나고 있습니다. 중국 군용기가 2018년 한 해에만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140차례 침범했고, 군함이 한·중 간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가운데인 ‘서해 중간선’도 100회 이상 침범했습니다. 또 서해의 한국 해군 군사 요충지와 이어도 인근에 음향정보탐지용으로 보이는 부표를 8개를 설치하여 서해를 중국의 내해로 간주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반면 미국은 2018년부터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시작하면서 미국의 펜스(Mike Pence) 부통령은 2018년 10월 4일 제2의 대중국 냉전을 선포하였습니다. 10월 20일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31년 만에 러시아와의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파기를 결정하였죠. INF 파기 결정의 표면상 이유는 2014년 2월 드러난 러시아의 새로운 중거리 지상 발사 크루즈미사일(SSC-8) 배치이지만, 실제로는 중국이 타이완 해협과 남중국해를 항해하는 미국의 구축함과 괌을 사정권에 두고 있는 중거리 지상발사 미사일을 1991년 이후 집중 배치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3.jpg▲ 아·태 주요국가와 태평양을 포함한 美태평양 사령부 작전 책임지역. 美 태평양 사령부 제공
     
    미국은 지난 6월 28일~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 앞서 5월 31일 인도-태평양지역에서의 중국-러시아-북한 등의 위협과 중국의 해양 패권 도전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 주도하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안보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 정책들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분쟁은 1980년대 미국-일본 간 무역분쟁 차원이 아니라 중국 공산주의 체제의 세계팽창 기도와 이에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고자하는 경제, 안보, 정치체제 간의 패권 경쟁입니다. 자유민주주의체제인 한국을 붕괴시켜 한반도를 공산화 통일하려는 북한의 절대지지국인 중국과 이에 대결하는 미국과의 사이에서 한국은 안보, 통일을 위해 또 경제발전을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대한 문재인 정부와 아베 총리의 시각차 뚜렷"

    김 = 최근 일본이 우리나라에 무역전쟁에 버금가는 수출규제에 돌입했습니다. 아베(安倍晋三) 총리가 우리나라에 무역전쟁을 시도한 것과 관련 그 이전부터 신호는 계속 이어져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번 수출규제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그리고 앞으로 한국정부가 취해야 될 외교, 안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또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송 = 일본 경제산업성이 7월 1일 반도체 제조과정에 필요한 재료와 부품 등의 한국으로의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4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한 이후 한일관계는 양국 정상과 장관들이 연일 강경한 발언을 하고 있어 위험할 정도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 시피 일본의 경제보복은 2018년 10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촉발했습니다. 핵심은 강제징용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이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소멸되었는지 여부입니다. 지난 2005년 1월 노무현 정부 시절 한·일국교정상화 교섭 외교문서가 40년 만에 공개된 것을 계기로 이해찬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문재인 민정수석비서관과 각계 전문가들을 망라하여 발족한 ‘한·일회담 문서공개 후속대책관련 민관합동위원회’는 7개월여 동안 수 만 쪽에 달하는 자료를 면밀히 검토한 끝에 청구권협정으로 일본에서 받은 무상 3억불에 강제동원(징용) 피해보상 자금이 포함되었으므로 강제징용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이 사실상 소멸되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

    4.jpg▲ 한국은 1965년 일본과 한일협정을 맺었다. 일본은 한일협정으로 무상 3억불을 한국에 지급했다. 한국 정부는 2005년 1월 외교문서를 공개하고 일본은 한국의 강제동원 피해보상 자금이 포함됐으므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된 것으로 결론낸 바 있다.
     
    다만 이 위원회는 박정희 정부가 그때 받은 돈을 경제건설에 쓰느라 피해자 구제에 소홀했고 특히 1975년 피해자 보상을 할 때 강제동원 부상자를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보상이 불충분했다고 판단하여 도의적·원호적 차원에서 2007년 특별법을 제정하여 사망자 유족 2000만원, 부상자 1000만원씩 모두 6,800억 원을 지급했습니다. 그간 정부가 북한과 국내의 사고 피해자에 대하여 고액의 지원과 보상을 한 것을 생각하면 징용 피해자 등에 대한 보상이 적다고 생각되므로 이들이 일본 기업에 보상요구를 하지 않도록 대일 청구 자금을 선용하여 경제발전을 이룩한 한국 정부가 예산으로 지급하는 것이 1965년 한·일 청구 협정 취지와 그간의 정부의 피해 지원 사정에도 부합하게 보입니다. 

    그간의 경위가 분명한데 문재인 정부는 대법원이 판결한 사안에 관여할 수 없다고 하고 징용피해자들은 미쓰비시 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매각(현금화)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외교관련 재판 때 행정부 판단을 존중하는 사법자제 원칙이 있습니다. 우리 법원이 국가 간에 맺은 조약을 뒤엎는 판결을 한다면 앞으로 국제사회는 한국 정부와 조약과 협정을 체결하려고 하지 않으려 하거나 또 체결하려고 할 때 법원의 의견을 받아오라고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외톨이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보호 차원에서 치밀한 계산을 오랫동안 한 후 행동하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는 일본이 세계 3대 경제국가라는 평가에서 볼 때 극히 치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복을 하면서 보복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근거도 없이 불화수소의 대북반출 의혹을 제기하고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것도 하필 8월 15일에 한다고 합니다. 이는 한국반도체의 추격 차단, 21일 참의원 선거 등의 분석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과 일본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고 북한 핵을 목전에 두고 국제공조 분열을 초래할 것입니다. 

    5.jpg▲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금지 조치를 내리게 된 핵심 사건으로 떠 오른 신일철주금 강제징용 배상 사건.
     
    "일본 경제보복, 북한 핵 목전에 둔 국제공조 분열 초래"
       
    = 6월 28~29일 오사카에서 있는 G20 정상회담을 마치자마자 일본이 우리에 대한 경제보복을 발표한 시점에 비추어 미일합작품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 김대중 조선일보 전 주필은 ‘아베’는 반일을 부추키는 문대통령에게 경제제재 얘기를 꺼냈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 해제에만 매달리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 등 대중(對中) 견제 요구를 비켜가는 문정부에 경고할 필요성에 공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합의하고도 북한 핵 폐기를 위한 최초 절차인 핵무기, 시설 등의 신고도 하지 않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평화’를 내세워 북한과 이러한 북한의 뒷배경이 되는 중국에 대하여 친북·친중 정책을 추진하면서 반일 프레임과 미국과 떨어지려는 반일·이미(離美)하려는 안보·외교 정책은 북한의 핵·미사일·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배치라는 엄혹한 안보 현실에 비추어 수정되어야 합니다.

    6.jpg▲ G20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일본 총리 앞을 걸어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2017년10월 30일 ‘한중 교류협력 정상화’를 위해 문재인 정부의 실무대표자 남관표 청와대 안보실 제2차장이 중국의 쿵쉬안유(孔鉉佑. 조선족 출신)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를 상대로 3불(사드 추가 배치를 중단한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는다,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을 약속한 것은 국가안보에 대한 주권을 포기한 것입니다. 지금은 사후약방문처럼 지적할 수 밖에 없지만 그 때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서 비롯된 만큼 북한 핵 폐기를 위해 중국의 대북 유류 지원과 수출 중지를 요구하는 등 대북 제재 강화를 요구했어야 했습니다.

    또 문 대통령의 적폐청산 프레임이 김명수 대법원장체제에서 2018년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영향을 주었고 지금 한·일 충돌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제대로 된 시각일 것입니다. 청와대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 체결 이후 장기간 견지해 온 대일 과거사 정책을 뒤집고, 그동안 개혁을 내세워 적폐대상인 것처럼 대했던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기술 자립과 수입선 다변화를 요구하였습니다. ‘이순신의 배 12척, 국책보상운동, 동학의 죽창‘ 등으로 국민의 각오를 다질 것이 아니라 일본이 수출규제하려는 고순도 불화수소 국산화의 어려운 원인이 우리 국내법의 엄격한 환경규제에 있다는 보도도 있으니 기술자립 요구에 앞서 일본으로부터의 수입품을 생산하고 있는 회사를 지원하고 관련법을 적극 보완 개정해야 할 것입니다.

    7.jpg▲ 필자와 인터뷰하는 송종환 교수. 송종환 교수는 최근까지 주 파키스탄 대사를 지내며 한국 외교관으로서 북한에도 여러차례 다녀왔다. 송 교수는 한국 정부가 그 동안 쌓아올린 외교가 어느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유한일 기자

    중요한 것은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교각살우(矯角殺牛)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아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 인권 존중 등 기본가치를 공유하는 한·일 두 나라의 관계가 장기간 악화되면 무역은 물론 안보 측면에 엄청난 손실이 초래될 것입니다. 신각수 대사를 비롯한 일본에 주재했던 외교관들과 전문가들이 권고한 대로 한국은 한·일 관계가 하루 속히 상호 이해, 존중, 신뢰의 선순환 구조로 전환되도록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한·일 관계의 개선은 새로이 전개되고 있는 미·중 간 신 냉전 관계에 대처하고 북한 핵 폐기를 위한 국제공조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 정부가 국면 타결을 위해 특사 파견과 외교 채널을 총동원하여 외교적 해결 노력을 적극화할 것과 과거 한·일 간의 관계가 어려울 때마다 한·미·일 안보협력 차원에서 중재역할을 한 동맹 미국도 적극 나서줄 것을 기대합니다. <다음에 계속>

    송종환 교수 is...

    現 경남대학교 석좌교수
    前 주 파키스탄 대사
    前 국가안전기획부 해외정보실장
    前 주 미 공사
    前 주 유엔공사 겸 유엔총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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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코칼럼
  • [박현채 칼럼] 내년에도 어두운 한국경제
  • 박현채 주필|2019-12-13
  • 한국 경제가 2% 안팎의 저성장 함정에 빠져 내년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대대적인 재정살포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잠재성장률(2.5~2.6%)을 밑돌 것이 확실시된다. 석유파동이나 외환위기 등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돈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집행 예산을 금년 내에 반드시 소진하도록 독려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에 힘입어 올해 성장률이 가까스로 2% 선에 턱걸이하더라도 이는 한은이 성장률을 집계하기 시작한 1954년 이래 5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10년 만에 최악의 성적이다. 성장률이 이보다 낮았던 해는 1956년(+0.7%), 1980년(-1.7%), 1998년(-5.5%), 2009년(+0.2%) 등 네 번뿐이다. 제2차 석유파동(1980년), 외환위기(1998년), 금융위기(2009년) 등 하나같이 세계적 차원의 경제 충격이 있을 때 발생했다. 내년에는 한국 경제가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과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교차한다. 한은은 올해보다 높은 2.3%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S&amp;P 등도 2.1~2.3%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내년을 더 나쁘게 보는 기관들도 많다. LG경제연구원 등 일부 민간 경제연구기관들과 국가미래연구원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1.8% 내외로 보고 있다. 외국 투자은행(IB)인 아메리카-메릴린치(BoA-ML)와 모건스탠리도 올해 성장률을 1.8%로 제시한 데 이어 내년에는 1.6%, 1.7%로 더 나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내년 성장률 전망이 엇갈리는 것은 대외경제 환경이 무척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내년이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미·중 무역 분쟁이 완화돼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고 이로 인해 내년 중반 이후 수출과 설비투자가 늘어나면서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 등으로 민간 소비도 증대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미·중 무역 갈등이 나아지지 않고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내년 역시 올해처럼 지지부진한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은은 내년도 설비투자 증가율을 4.9%로 잡았다. 일부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어 올해보다는 나아지겠지만 올해의 -7.8%와 수출부진 등을 감안해 과도하게 높게 설정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을 2.5~2.6%로 추정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자본과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하였을 경우에 무리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데도 이를 밑돈다는 것은 국가 경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불행하게도 한국 경제는 올해와 내년 2년 연속 2.5% 아래에 머물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195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를 반영,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한국 경제가 반세기 만에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경제는 점차 선진화하면서 매년 성장률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하는 모습이다. 산업구조를 고도화하지 못해 고부가가치 기술이 부족한 상태이고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은 이제 우리 주력산업의 기술력을 턱밑까지 추격, 우리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최근 발표한 ‘내년 40개 산업별 산업위험 전망’에 따르면 내년에 실적이 개선될 업종은 전무한 상태다. 주력산업의 조로현상과 새로운 성장 동력 부재가 한국 경제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저출산ㆍ고령화 심화로 우수한 노동력 확보마저 쉽지 않아 잠재성장률도 2%대 중후반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유니콘 기업 육성’과 ‘인공지능(AI) 국가’를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의 주요 키워드로 내세우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AI와 유니콘 기업 육성을 산업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제도 정비 방안을 다음 주에 확정·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I 계획에는 차세대 AI 기술 확보, AI 기업 육성, 공공·민간 전 분야에서의 AI 활용 전면 확대, AI가 촉발하는 미래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 정비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계획대로 모든 것이 잘 진행돼 AI가 제조업을 뒷받침할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lt;투데이 코리아 주필&gt; 필자 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 [김성기 칼럼] 패거리 정치에 밀려난 경제팀
  • 김성기 부회장|2019-12-10
  •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통하거나 이들과 가까운 인맥들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린다. 조국 사태가 좀 잦아지는가 싶더니 그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할 당시 감찰 무마 의혹에서 비롯된 곁가지 사건들이 파장을 더욱 키워가고 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둘러싼 무마 의혹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으로 수사 대상이 확대되면서 어디까지 번질지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게다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관련 첩보 처리에 비서진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 수색을 하기에 이르렀다. 금융위원회 재직 시 관련 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유 전 부시장은 청와대 출신 실세로 불리는 이호철 전 정무수석 등과의 친분을 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주위 관계자들에게 “호철이 형 잘 아느냐”며 위세를 떨었다고 한다. 청와대의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송철호 현 울산시장 역시 문 대통령과 호형호제(呼兄呼弟)하는 관계를 자랑해왔다. 청와대의 감찰 무마 사건 수사에는 김경수 경남지사,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까지 거론되고 있다. 현 정권의 실세나 측근으로 통하는 인물들이 정책 수행 등 국정운영과 인사, 감찰 등 각 방면에 어느 정도까지 깊숙이 개입해왔는지 짐작하게 한다. 청와대 비서실 전·현직을 중심으로 끈끈한 인맥을 형성해온 측근들은 문 대통령의 통치이념과 선거공약을 수행하는 과제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면서 정부와 여당 내에서 결집력을 발휘해온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경제 분야에서도 이들 측근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유 전 부시장이 2년 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할 때 특정 인물들을 거명하며 저지른 비리를 보면 그 행세가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경제정책은 이념성향에 치우친 정치권의 간섭을 가급적 배제하면서 경제 관료와 학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국민에 미칠 부담과 효과를 분석, 검증하고 추진해야 마땅한 과제다. 그러나 현 정부가 추진한 주요 정책들을 보면 전문가와 관료들의 의견과 분석은 뒤로하고 비슷한 이념성향의 소집단과 시민단체들이 정권의 실세들을 중심으로 추진한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실정으로 꼽히는 소득주도성장이 그러하고 탈원전 정책은 학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은 물론 국민부담과 여론까지 외면한 폭거로 지목된다. 문재인 정부의 2기 경제사령탑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취임 1년을 맞았지만 그동안 제대로 성과를 본 정책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수출과 내수 투자 등 경제 분야 전체에 걸친 성적이 부진할뿐더러 규제개혁도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홍 부총리는 공유경제 활성화를 비롯한 혁신성장을 주장했지만 카풀서비스 확대는 ‘타다금지법’으로 제동이 걸렸다. 혁신성장 이름은 그럴 듯 했지만 성과를 낸 분야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다른 경제 장관들도 마찬가지다. 주요 정책을 주도하는 청와대에 밀려 경제장관들은 뒤치다꺼리나 실무를 챙기는 들러리에 머물러 있다. 홍 부총리와 경제장관들에게 힘이 실리지 않는 배경에는 권력 측근들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념이 주도하는 판도에서는 측근 실세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어느 정책도 추진력을 받지 못한다. 더구나 청와대나 여당이 경제관료에 대해 보수적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구도에서는 경제정책이 제 위상을 찾기 어렵다. 홍 부총리에 대해 여당내에서 내년 4월 총선 차출설이 나오는 걸 보면 경제관료를 보는 시각이 어느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장기판의 말이나 패거리를 위한 행동대원 정도라 할까. 그래도 경제가 잘 나가던 시기를 회상하면 대통령이 경제관료와 참모의 전문성을 인정해 정치권의 간여를 차단하고 직접 힘을 실어 준 정부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정희 정부의 오원철 경제수석과 전두환 정부의 ‘경제 대통령’ 김재익 수석은 기술관료의 전문성을 살려 성공한 사례로 지금까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경제분야라 해도 현실적으로 정치논리를 전혀 배제하기는 어렵겠으나 최소한 정치권의 패거리 인식이 경제를 뒷걸음치게 하는 만용은 없어야 한다. &lt;투데이코리아 부회장&gt;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 [권순직 칼럼] 2019년이 남긴 숙제
  • 권순직 논설주간|2019-12-06
  • 조국씨를 법무부장관에 앉히느냐 마느냐를 놓고 온 나라를 두 어 달간 벌집 쑤신들 헤집어 놓더니, 최근엔 울산시장 선거에 청와대가 개입했느냐 마느냐를 놓고 시끄럽다. 두 문제 다 심각한 이슈다. 국민들이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을 장관에 임명하려는 정부, 선거에 권력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놓고 벌이는 다툼은 어쩌면 민주주의의 근간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온 국민이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이들 사건은 국민들을 화나게 했고, 서글프게도 했으며, 어렵게 쌓아온 민주주의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에 대한 화두를 던져 걱정하게 만든 상태다. 이들 문제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우리네 서민들에겐 먹고사는 문제가 더 시급함으로 여기에선 저잣거리의 경제 문제 중심으로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려 한다. 우리네 삶에 지금 무엇이 제일 문제인가. 일자리다. 마음 놓고 직장에 출근하고, 조금이라도 더 많고 안정적인 수입을 올려 가족과 행복하게 사는 것 이상으로 서민들에게 중요한 게 있겠는가.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 ‘일자리 정부’임을 자처하고 일자리 창출에 노력했다. 그러나 성적표는 초라하다. 가슴 아픈 40대 고용 부진 가장 가슴 아프고 우려스러운 현상은 40대의 고용 부진이다. 어느 세대라고 고용이 중요하지 않을 리 없겠지만 일자리에서 밀려나 갈 곳 없는 40대 실업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심대하다. 지난 10월 고용통계에 의하면 20대 60대 70대 모두 고용률이 조금씩이라도 늘었으나 40대의 경우 하락세를 멈추지 않는다. 40대의 일자리 상실은 당사자 문제를 넘어서 사회 전체의 문제다. 자녀들이 한창 자라나는 시기이고, 그들 스스로도 생산성이 가장 왕성한 시기이기 때문에 40대의 대량 실업은 국가적으로 산업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우려가 높아 우려스럽다. 그런데도 경제부총리라는 분은 40대 고용 부진을 최근의 경제문제에서 찾기보다 인구와 주요 업종의 경기 및 구조의 변화가 큰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가정에서, 기업에서, 사회에서 허리 노릇을 해야 할 40대에 대한 안이한 정책 대응은 실망스럽다. 가파른 최저임금 정책의 영향으로 자영업자들의 사업이 부진, 소득이 줄고 폐업이 속출함을 주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나마 먹고살 만하던 중소 자영업자들이 종전보다 하위 소득계층으로 하향이동하면서 하위소득계층 소득이 늘어났다. 이를 두고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한다. 중상위소득계층에 속했던 자영업자들이 소득이 줄어 한 단계 아래인 저소득층이나 무직가구로 옮겨가면서 일어난 현상을 아전인수로 설명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및 주 52시간 근로 정책의 영향을 받은 편의점을 보자. 주인이 직접 가게 일을 하게 되면서 알바 자리가 없어지고, 그나마 풀타임 알바가 임시직 알바로 바뀌고 있다. 고용의 질과 양이 함께 악화된 케이스다. 52시간 근무제는 근로자의 업무시간은 줄여 주었을지 모르나 동시에 큰 폭의 소득감소를 초래했다. 달갑지 않은 여유를 감수해야 한다. 갑작스런 소득감소는 가계 운영에 치명적이다. 그래서 시내버스 운전기사는 퇴근 후 또는 비번 날에 대리운전 알바로 투잡에 나선다. 여기저기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소득감소를 메우려는 사람 때문에 투잡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 당국은 실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엉뚱한 소리로 서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열 번이 넘는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가격은 안정되기는커녕 치솟는다. 그래도 대통령은 무슨 비책이 있는지 부동산 가격상승을 막을 자신이 있다고 한다. 시장과 동떨어진 현실 인식 서민 삶은 갈수록 팍팍해져 가는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화자찬이다. 현금 살포식 알바 일자리 증대로 고령층 일자리가 늘어난 것을 고용 사정 호전으로 선전하는 정부를 국민들은 신뢰하기가 힘들다. 대통령이 경제전문가는 아니다. 경제 현상을 보는 것은 결국 경제 분야 참모들의 보고와 해석에 좌우될 터인데, 대통령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면 참모들의 잘못이라고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루속히 경제를 보는 시각을 재조정,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려면 경제 측근에 대한 정밀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경제정책에 대한 쓴소리가 많이 들리기 시작했다. 전임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조심스럽게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해오다 경질됐고, 후임 홍남기 부총리는 아예 그런 역할은 하지 않기로 작정한 듯하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인 J노믹스 설계에 참여했던 김광두 교수를 포함한 캠프 참여 인사들이 최근 들어 입을 모아 정책 비판을 하고 나섰다. 양극화 해소나 일자리 창출 방향은 옳으나 이른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속도 조절에 실패했고, 민간 일자리 창출보다 공공부문이나 알바성 일자리 늘리기에 치중함으로써 J노믹스의 밑그림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방향이나 지향하는 바는 옳았다 해도 방법이나 속도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냄으로써 시장 활력을 떨어뜨리고, 소기의 정책효과도 내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J노믹스 비판에 귀 기울여야 과감한 궤도수정 없이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 정부 들어 유독 현금 살포 성 재정정책이 많았다. 재정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경기가 하락세이니 예산도 급속한 확장편성이다. 지나친 복지에다 내년 총선을 앞둔 재정팽창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까지는 세수가 좋아 재정에 여유가 있었으나 이제 경기가 움츠러드는 상황에서 돈 마련은 빚을 내거나(국채발행) 세금을 쥐어짜는(증세) 수밖에 도리가 없다. 벌써부터 종합부동산세가 60만 명에게 3조3000억 원이 부과되는 등 사상 최대의 종부세 폭탄이 투하되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집값이 오르니 건강보험료가 껑충 올라 서민 가계에 주름살을 늘리고 있다. 집 한 채 보유에 소득이라고는 얼마 안 되는 연금뿐인데 건보료는 10만~20만 원씩 오르니 집 팔아 세금 보험료 내라는 거냐고 아우성이다. 양약(良藥)은 입에 쓰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쓴소리를 반대 세력의 저항으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늦지 않다. 널리 의견을 수렴해가며 과감한 정책 수정이 긴요하다. 그리고 청와대와 내각의 경제정책 책임자들의 이름을 이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의 이름표에 달아 ‘정책 실명제’를 실시하기 바란다. 정책의 책임을 진 고위 관료들에 대한 미래의 평가를 위해 실명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위원
  • [데스크 칼럼] 정부나 권력이 자살의 이유 제공하지 말아야
  • 김충식 편집국장|2019-11-30
  • 대한민국이 2003년 이후로 OECD 회원국 가운데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자살률이다. 자살율은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를 비율로 나타낸 것으로 우리나라는 2009년 31명, 2010년 31.2명, 2011년 31.7명으로 증가했다가 2012년 28.1명으로 떨어졌다가 2013년 28.5명, 2014년 27.3명, 2015년 26.5명, 2016년 25.6명, 2017년 24.3명으로 하락세를 그리다 2018년 26.6명으로 다시 상승했다. 2019년은 아직 통계수치가 확인되지 않았다. 자살률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보고 기준과 관련된 자료상 문제로 자살에 대한 보고는 대부분 축소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축소된 수치만으로도 OECD 1위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자살에 관한 한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일본의 자살률도 높은 수준이지만, 2010년 이후 감소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2000년을 기점으로 오히려 급증하다가 2012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 2018년 다시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 2003년 이래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자살 사망률 부동의 1위를 이어 오고 있다. 자살에 따른 연간 경제적 손실도 6조4800억 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서한기, 2015).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률(OECD 표준인구 10만 명당)은 28.1명(2012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2.1명보다 16명이나 많다(OECD, 2015). 그리스, 터키, 멕시코, 브라질, 이탈리아는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가 6명 미만으로 자살에 의한 사망률이 가장 낮다(OECD, 2013). 반면, 한국, 헝가리, 러시아연방, 일본의 경우 자살 사망률이 인구 10만 명당 20명 이상이다. OECD 표준인구 10만 명당 20건 이상의 죽음이 자살로 발생하는 것이다. 실로 국가 간 자살률의 차이가 매우 크다. 자살 사망률이 가장 높은 국가인 한국과 가장 낮은 국가인 그리스는 10배 정도 차이가 난다. 개인의 우울증이나 가정형편, 경제적 악화 등의 문제는 개인이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또는 사회나 정부가 해결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도 있다. 심리상담이나 약물치료, 개인의 문제해결을 위해 사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기도 한다. 최근 연예인들 중 자살하는 사건이 늘고 있다. 가수 구하라(여, 28세)가 11월 24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앞서 지난 10월 4일에는 설리(여, 25세)가 먼저 세상과 이별했다. 이들이 자살한 원인에는 SNS상에서 단 댓글 이른바 악플도 한 원인이었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정부나 국가가 또는 거대 권력이 사람을 죽이는 경우도 있다. 적페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은 ‘기무사 친위쿠테타설, 세월호 유족 사찰의혹’에 대해 수사 받던 중 2018년 12월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뿐만 아니다. 이해할 수 없는 자살도 있다. 노회찬 의원은 5000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2018년 7월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조국 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던 상상인그룹 사건의 피고발인은 11월 29일 안양의 한 모텔에서 숨친재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 혐의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김정은 정권에 ‘애걸복걸’하고 있는 동안 북한을 탈출한 고(故) 한성옥 모자는 지난 7월 아파트에서 아사한 상태로 발견됐다. 또 3명이 16명을 죽였다는 탈북귀순자(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그들이 북한으로 돌아가면 사형당할 것으로 생각한다)들은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 도살장에서 총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주민은 북한 정권이 지배하는 지역에 있지만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들이 탈북해 왔다는 것은 대한민국에 귀순한 것으로 정부는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 개인의 자살을 누구의 탓으로 돌리기보다 정부가 개인을 상대로 자살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원인제공은 하지 말아야 한다. OECD 가입국이라고 자랑만 할 것이 아니고 세계경제 불황에도 '우린 할 수 있다'는 정신승리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다. 개인이 힘든데, 그 원인이 정부나 국가가 그 원인을 제공해서야 되겠나. 개인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그 원인을 찾고 최소한 국가가 자살의 원인을 제공하는 일은 없어야 자살률도 내려 갈 수 있다.
  • 조은경 작가의 귀촌주부다이어리
  • [조은경의 귀촌주부 다이어리]2-8
  • 조은경 작가|2019-12-02
  • 올해의 장미가 드디어 그 생을 다했다. 11월 내내, 무서리에 이어 들이닥친 몇 차례의 된서리에도 굴하지 않고 꼿꼿이 봉오리를 키워내던 장미나무들의 가지가 11월 말이 되어가자 점차 말라가기 시작했다. 지난 5월부터 꽃을 피우더니 10월에 가장 풍성하고 아름다운 꽃을 보여주었고 11월 초에도 힘겹게 몇 개의 꽃을 피워냈었다. 결국 다섯 개의 못 다 핀 꽃봉오리가 고개를 푹 숙이면서 올 한 해의 소임을 끝낸 것이다. 장렬하기는 하지만 전사는 아니다. 내년 봄을 또 기약할 수 있으니 말이다. 추운 동안 잠시 흙속에서 동면하고 있으렴. 우린 내년에 또 만날 테니까. 마을회관에서 할머니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화제는 3년쯤 후에 문을 열 예정인 우리 동림원으로 돌아간다. 그럴 때면 할머니들은 말한다. “3년 후? 그럼 우리 모두 다 죽어있을 텐데.” 그러면 나는 깔깔 웃으면서 그 분들을 안심시킨다. “절대 돌아가시지 않죠. 걱정은 붙들어 매셔도 될 것 같아요.” 모두 건강하시니 분명 그 사이에 돌아갈 분은 아무도 없어 보인다. 3년은 일 년을 세 번 돌리면 다가오는 시기이다. 일 년은 또 네 계절이 한 바퀴 순환하면 오게 되어있는 시간이고. 그러고 보면 세월은 계절을 나선형으로 돌리면서 전진하는 시간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계절을 음미하다가 보면 언제 세월이 갔는지 모르게 만드는 조물주의 은혜이기도 하다. 지금은 겨울의 초입이다. 무서리에 그만 생을 다한 호박 줄기들 사이에 주렁주렁 달렸던 호박은 크고 작은 놈을 가리지 않고 모두 말려 호박곶이 나물 재료가 되어 지금 냉동실에 있다. 핼러윈 날에 쓸 법 한 늙은 호박도 열 개나 수확했으니 호박 모종 여덟 개로 시작된 결과에 나도 그만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다. 그 동안 여린 잎으로 호박잎은 또 얼마나 싸 먹었는지. 대조적으로 앞마당 뒷마당에 하나씩 있는 감나무의 수확은 시원찮았다. 감의 크기는 작년보다 컸지만 숫자는 몇 개 되지 않아 곶감꽂이에 매달아 고택의 주랑에 매달아 놓았다. 툇마루엔 늙은 호박이 줄지어 미모(?)를 뽐내고 기둥엔 곶감이 달려 있으니 고택의 모습이 넉넉하고 풍요로운 마나님의 모습과 빼닮았다. 풋고추는 수확해서 반은 냉동실에 넣었고 반은 소금물에 절였다. 소금물에 절인 놈들을 꺼내 양념해서 지금 먹고 있다. 김치보다도 맛있는 밥반찬이다. 냉동실에 넣은 고추는 된장찌개 만들 때 서너 개씩 넣어 사용한다. 된장에 고추가 없으면 칼칼한 맛을 내지 못하니까. 밤은 밤벌레 퇴치 조처로 펄펄 끓는 물에 잠깐 데쳐서 냉장실, 냉동실에 나누어 넣어 두었고, 텃밭에서 수확한 옥수수는 삶지 않고 그대로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 그 편이 훨씬 맛이 좋다고 하는 지인들의 방법을 따르기로 했다. 이번 가을의 특징은 단풍이 아름다웠다는 점이다. 우리 집 뽕나무의 넓은 잎들은 모두 황금빛으로 변했고 과실이 신통찮았던 감나무가 반대로 아름다운 단풍잎을 가득 드리웠다. 영양과 햇빛이 풍성해야 단풍도 잘 드는 것 같다. 그런 생각으로 빨갛게 변할 생각을 못 하는 우리 집 단풍나무가 걱정되어 뿌리 주변에 구덩이를 파서 퇴비며 음식 찌꺼기를 주면서 공을 들였는데 우연히 청단풍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났다. 이리저리 자료를 찾아보았다. 청단풍은 가을에 붉게 변하지 않고 그대로 떨어진다고 한다. 섭섭했지만 벌레가 잘 꾀지 않고 병치레도 하지 않는 수종으로 근래 각광을 받는다고 하니 평상 위에서 그늘을 드리우는 역할은 확실히 할 것으로 믿어 아쉬움을 달랬다. 여름 내내 큰 키와 붉은 꽃으로 우리 텃밭의 터줏대감 역할을 톡톡히 해 주던 칸나도 두 번째 된서리가 내린 아침, 올해의 생을 마감했다. 검게 변한 넓은 잎과 가지를 쳐 주고 뿌리에 달린 구근을 수확했다. 내년 4월에 심게 잘 보관해야 한다. 반대로 여름 내 보관하던 튤립 구근은 땅 속에서 내년 3월 개화기를 기다리고 있다. 같은 시기에 뜰의 화분 속에 있던 키 큰 벤자민의 잎 색깔도 검은 색으로 변했다. 죽었나 싶었는데 원예 전문가 한 분이 사무실로 가지고 가서 살려 보겠노라고 한다. 그 벤자민은 과연 살 수 있을까? 모과나무에 달려 있는 모과는 반대로 서리를 맞아야 향을 발하며 익어가나 보다. 된서리 몇 번을 지나면서 색깔도 아름다운 황금빛으로 변했다. 먼저 두 개를 수확해서 얇게 채쳐 꿀에 담가 두었다. 차 이외에 모과 열매의 다른 이용 방법은 아직 잘 모르겠다. 가까이 두면 모습이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모과의 향에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모과차 준비를 하다가 지인에게서 계피 생강차를 만들어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계피란 사람한테 갖가지 좋은 효능을 갖고 있는 식물인데 생강과 더불어 꿀에 재어 차를 준비하면 감기 걸린 사람들에게 유용한 음료가 된다고 한다. 요즘 동림원에 관한 구상을 하면서 음료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방차 또는 국산차를 판다고 하는 찻집에서도 직접 달인 차를 파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직접 재어서 손님에게 팔기가 힘들어 어려울까? 아니면 이익이 많이 남지 않기 때문일까? 계피 분량 1, 생강 분량 2, 꿀 분량 3으로 섞어서 일주일간 숙성시켰다가 한 숟갈 씩 떠먹으면 좋다고 해서 만들어 두었다. 내년엔 박하를 심어 볼까 한다. 벌레나 병충해가 적다고 하는데...박하 잎을 띄운 차도 소비가 잘 될까? 대추차는 주로 끓여서 차를 내오는데 그것 보다 채쳐서 꿀에 재우는 방법이 보존에 더 좋지 않을까? 3년 후에 동림원 옆에 세워질 카페에 대한 구상이다. 어쩌면 실행에 이르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꿈은 꾸는 만큼 아름답다. 겨울 준비가 바쁘다. 집에서 먹을 만큼만 심은 열 포기의 배추는 배추벌레한테 먹히면서도 잘 컸고 대파, 실파도 잘 컸다. 김장을 할 때, 파도 들여놓아 신문지에 싸 놓으면 겨우내 싱싱한 파를 먹을 수 있겠지. 아파트에 살 때는 그때그때 마트에 가서 사 먹었었다. 이제 갈무리라는 것을 해 보니 정말 재미있다. 시골의 풍광 속에서 계절과 친구 되어 아기자기하게 사는 재미가 솔솔 풍겨져 나온다. &lt;작가&gt; 조은경 약력 △2015 계간문예 소설부문 신인상 수상 △소설 '메리고라운드' '환산정' '유적의 거리' '아버지의 땅'등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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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 [기자수첩] 규제에 발목 잡힌 미래…‘데이터 3법’ 어디로 가나
  • 송현섭 기자|2019-12-11
  • 각종 규제와 감독이 많아 규제산업으로 불리는 금융업에서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포함한 ‘데이터 3법’의 입법은 최대 당면 과제다. 4차 산업혁명의 성과인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블록체인 및 다양한 핀테크 기술을 금융업에서 활용할 수 있으려면 경직적으로 운영돼온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국내 금융사들 입장에선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차별화된 금융상품과 서비스 경쟁력을 조속히 갖춰야 한다. 당장 금융사들과 관련 협회, 유관기관 등이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빅데이터 사업이 법적 규제에 묶여 시작도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조속한 법·제도 정비를 공언했던 정부도 정쟁으로 요동치는 정국흐름에 따라 국회의 입법처리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9개 금융협회와 유관기관은 최근 공동 성명을 발표해 데이터 3법을 우선 처리해달라고 국회에 재차 촉구했다. 국내 금융업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빅데이터 사업이 시작도 못해본 채 사장돼선 안 된다.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대부분 금융권 관계자들은 시민사회 일각에서 제기하는 금융소비자 보호문제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과거 모 시중은행에서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했으나 이후 2차 피해가 전혀 없었다는 사례도 생각해야 한다. 수사당국조차 사건 조사를 위해 잠긴 6자리 아이폰 비밀번호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금융사들이 갖춘 보안은 세계 최고수준이란 것이 대부분 금융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다른 선진국에서 빅데이터 사업을 본격화하기 전 우리 금융권에서 경쟁력을 갖춰 미래 글로벌 혁신을 선도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업의 미래를 위해 빅데이터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
  • [기자수첩] 달달한 초콜릿, 그 이면에 자리한 아동 노동 착취
  • 김태문 기자|2019-12-03
  • 국내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초콜릿. 그 달콤함은 어른과 아이들 할 것 없이 즐겨 찾는 맛이다. 하지만 이 ‘달콤함’은 해외 아동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시작한다.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는 1년 내내 강우량과 습도가 일정해 초콜릿의 주 원료인 카카오가 자라나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 이런 이유로 코트디부아르와 이웃 나라 가나에서 생산되는 카카오는 전 세계 생산량의 70%를 재배·수확한다. 문제는 코트디부아르의 대부분의 가정이 생활고를 겪으며 카카오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인데, 농부들은 일당 2달러 미만을 받고 있다. 한명이라도 더 일해야 생활고를 해결할 수 있는 탓에 농장에는 어린 아이들까지 동원된다. 코트디부아르의 아동들은 ‘마체테’라는 40cm에 이르는 무거운 칼을 들고 카카오 껍질을 벗긴다. 단순히 껍질을 벗기는 것이 아니라 전기톱을 들고 높은 나무를 오른다. 병충해에 취약한 카카오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농약 등 화학물질이 사용되지만 아이들에게 보호장비는 제공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캐나다 월드비전의 아동노예반대 캠페인 ‘노 칠드런 포 세일(No Child For Sale)’을 담당하는 셰릴 호치키스는 “카카오 재배와 수확을 위해 아이들은 비위생적이고 위험할 뿐 아니라 온갖 해로운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면서 “카카오 열매를 따기 위해 크고 날카로운 마체테 칼을 휘두르다 다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들이 카카오 열매에 뿌리는 농약에 중독 돼 병에 걸리기도 한다. 뜨거운 햇빛 아래서 고된 노동을 하지만 일한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면서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보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카카오 농장의 아이들은 병들어가고 있다. 심지어 가족들과 떨어져 살며 농장주인의 학대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제재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 7월 툴레인 대학교의 ‘페이슨 국제개발센터(Payson Center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의 카카오 농장 조사 발표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아동들의 수치는 증가했다. 지난 2009년 아동노동자는 175만 명으로 추산됐지만, 2014년에는 220만여 명에 달했다. 20여년 전 코트디부아르 카카오 농장의 아동 노동 상황이 알려지며, 비판 여론과 함께 대안이 제시됐지만 현실은 더욱 악화된 것이다. 마스, 캐드베리(크래프트와 몬델리즈), 네슬레, 페레로, 허쉬 등 해외 다섯 곳의 초콜릿 회사가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반면, 코트디부아르를 포함해 서아프리카 지역의 550만 명의 농민(아동은 220만 명 이상)이 싼 값의 노동력을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당장 초콜릿의 소비를 줄일 수 없다면 공정무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초콜릿의 공정무역 관련 부분은 미미한 상황이다. 규모를 확대해 최소한 아동 노동 현실을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 [기자수첩] 블록체인 기술, 총애 받는 4차산업 기술 맞나?
  • 김성민 기자|2019-12-02
  • 정부가 블록체인 산업의 안정화를 위해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에선 '늑장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블록체인의 보안성은 소중한 정보와 자산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출발해 범죄자 및 테러리스트의 자금세탁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29일 미국 연방 경찰로부터 체포된 미국인 버질 그리피스(Virgil Griffith)의 사건은 국가적 손실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그리피스는 싱가포르에 거주하며 미 국무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지난 4월 중국을 거쳐 북한을 방문해 평양에서 4월 18일부터 25일까지 열린 ‘평양 블록체인 가상화폐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이 회의에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발표를 하고 대북제재를 회피하는 기술적인 방법에 대해 조언을 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the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을 위반했다. 윌리엄 스위니 주니어 FBI 부국장은 “북한이 자금과 기술, 정보를 획득하게 되면 핵무기를 구축해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 검사에 따르면 그리피스가 주제발표의 제목을 ‘블록체인과 평화’로 정한 뒤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북한을 도울 수 있는지와 북한과 한국의 암호화폐 교환을 촉진하기 위한 계획까지 수립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 무엇인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국내에서는 최근 3년간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횡령 등으로 12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어 지난 27일에는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590억 원 규모의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 21일 오후 2시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유동수 위원장 민주당 의원)는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금법 개정안 가결이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블록체인협회가 특금법을 위해 회원사 의견을 취합하고 국회 정무위 여야 의원들과 금융위원회 등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미사용시 신고 불수리 요건에 이의 제기 ▲ISMS(자산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국가 공인의 인증기관으로부터 평가심사를 받아 보증받는 제도) 인증 미 획득 시 유예기간 요청 등 업계가 안심할 법한 내용들이다. 피해를 입은 업비트는 ISMS 인증을 이미 획득했고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정보보안·클라우드보안·클라우드개인정보보안 인증도 갖고 있어 전 세계 거래소 14위, 국내 거래소 중에서는 1위의 보안 능력을 평가받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실력 좋은 해커들의 공격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며 암호화폐 거래소 규율이나 투자자의 피해 보상·보호를 위한 법체계는 사실상 손 놓고 당할 수밖에 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 기업들은 삼성전자 블록체인 플랫폼 SDK를 비롯해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메인넷) 클레이튼 등 블록체인 기술을 실생활에 적용시키는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방관자 신세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8년 3월 체포된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씨는 음란물 22만 여건을 유통하면서 이용자들로부터 약 4억 원을 챙기면서 비트코인도 함께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월 7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2019 과학수사 학술대회'에서 최상훈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 검사는 지난해 5월 손씨가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취득한 216비트코인 중 191비트코인을 압수했다고 전했다. 윤정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191비트코인을 압수한 해당 사건의 경우는 범죄자가 자신의 전자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으로 순순히 이체해 준 상황이었기에 가능했다”라며 “범죄자의 비트코인이 탈중앙화해 개인 지갑에 보관 중이고 범죄자가 해당 지갑의 주소와 비밀키 공개를 거부하는 경우는 비트코인이 몰수 가능한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 검사는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먼저 압수수색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 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정부는 여전히 범죄자들이 벌어들인 암호화폐 범죄수익을 몰수하는 방법과 처리방법까지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대형 SNS인 페이스북도 '리브라'라는 암호화폐를 만들고 있는 마당에 국내에서는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페에 대해 아직 확실한 입장이 세워지지 않은 것 같아 답답하기 그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 등 4차 산업의 총애를 받고 있는 기술들이 발전이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기자수첩] ‘요란한 빈 수레’ 된 코리아세일페스타, 내년에도 하실 겁니까?
  • 편은지 기자|2019-11-25
  • 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속 빈 강정’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어정쩡한 국내 행사가 있다. 정부가 주도해 예산을 잔뜩 쏟아부은 자칭 ‘세일 대축제’인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가 바로 그것이다. 정부가 중국의 광군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해 야심차게 내놓은 코세페가 올해도 소리 없이 막을 내렸다. ‘세일 없는 세일 행사’와 같은 비아냥이 쏟아져 나오자 올해는 처음으로 민간에서 주도하도록 했으나 올해 역시 예년과 다를 바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세페에 대한 국민들과 관련업계의 관심은 점점 저조해지는 모양새다. 블랙프라이데이와 광군제 기간에 해외 직구를 하는 국민은 늘고 있으나 어쩐지 국내에서 시행하는 쇼핑대축제에는 외면하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이 저조해지자 올해는 카드사까지 혜택을 줄였다. 카드사 역시 블랙프라이데이와 광군제에는 온갖 혜택을 쏟아붓고 있지만 코세페에 대한 혜택은 무이자 할부가 전부였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국내 유통기업들은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이제는 울며 겨자먹기로 참가업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부는 이번 코세페가 시작하기 전부터 “올해 참여 업체가 500개를 넘어섰다”며 예년보다 더 큰 규모로 진행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사실상 국내 백화점의 경우 정부가 원하는 80~90% 수준까지 세일 행사를 할 수 없다며 보이콧에 나서기도 했다. 코세페에 지난 5년간 투입된 국가 예산은 195억 원이다. 코세페가 등장한 지 4년이 지났지만 국내에서 이렇다 할 성과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코세페 주요 참가업체의 매출은 8조7217억 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4조2378억 원으로 반토막났다. 이대로라면 코세페는 예산 낭비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수 있다. 물론 좋은 의도로 시작된 행사다. 그러나 코세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딱 하나다. 세일 행사라고 홍보하지만 가격은 전혀 싸지 않다는 점이다. 국민들의 소비심리를 진작시키고 더 많이 찾는 행사가 되려면 근본적으로 가격이 더 저렴해질 수 있는 방안을 정부는 찾아야만 한다. 참여를 원하지 않는 기업들에게 참여하라고 압박해 행사 규모가 커졌다고 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꼴이다. 광군제, 블랙프라이데이를 흉내만 내는 데에 그치지 않으려면 코세페에 대한 정부의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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