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패권경쟁 속에 日 경제보복과 北 핵 위기에 몰린 대한민국

▲ 송종환 교수(경남대 석좌교수)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와 한일관계, 북한 핵에 대한 우려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한일 기자

투데이코리아=김충식 기자 |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패권전쟁을 쥐고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한편으로 중국을 압박하면서 우방국인 한국 등 국가들에겐 중국의 화웨이 제품 사용이나 이용을 아예 중지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편을 들어야 할지 중국의 편을 들어야 할지 기로에 서 있는 형국이다. 또 가까우면서 먼 나라인 일본은 한국 법원이 일본 기업에게 징용문제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을 두고 한국에 수출을 금지하는 경제보복 조취를 취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연일 강도높게 비난하면서 급 경색된 한일 관계의 해법은 보이지 않고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계속 대화를 시도하고 국제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곳은 북한이다. 북한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싱가폴과 하노이에서 두 번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리고 지난 6월 30일 일본에서 G20 정상이 모인 후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 자리에 모이는 ‘빅 이벤트’가 연출됐다. 정말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려 하는 것인지 아니면 위장 평화 쇼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에 많은 이들이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정부’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이에 송종환 교수(경남대 석좌교수)를 만나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입장과 한일관계,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인터뷰를 2회에 걸쳐 준비했다. <편집자 주>


"미국, 중국-러시아-북한의 위협과 중국의 해양 패권 도전을 저지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안보협력체계 구축"


김충식 편집국장(이하 김) =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19세기 말 우리의 조상들이 나라를 잃을 때 나라 밖에서 움직이는 국제정세를 잘 몰랐다는 것이 큰 요인이 되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러한 주장이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중 무역 전쟁 등 최근 국제정세의 특징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송종환 교수(이하 송) = 세계사는 패권국가간의 패권경쟁과 패권전쟁의 연속사라고 할 수 있겠지요. 예를 들면 기원전 5세기 당시 스파르타와 아테네 패권전쟁, 그 후 그리스와 페르시아 간의 패권전쟁을 예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20세기 세계 제1, 2차 대전이 대표적인 패권전쟁의 예입니다. 전체주의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전쟁에서 연합국이었던 미국과 소련은 다시 패권경쟁을 벌였지만 1990년대 전후 소련을 비롯한 동국 공산국가체제가 붕괴됨으로써 한동안 국제질서는 미국의 1극 체제로 유지됐습니다.


미국은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북한의 6·25 남침 지원국가였던 중국(당시 중공)과 1972년 수교했습니다. 말하자면 미국이 중국 고서의 이이제이(以夷制夷) 계책을 쓴 것입니다. 그렇게 세계무대에 등장한 중국은 미국의 도움으로 세계 공장 역할을 하다가 이제는 미국 GDP의 70% 수준으로 세계경제대국 중 G2가 되어 미국의 경제, 안보에 심대한 위협을 주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의 지속적인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군 현대화, 일대일로 참여 강요, 주변국의 거점 항구를 확보하는 진주목걸이 전략과 화웨이와 같은 다국적 기업의 세계적 진출을 통한 기술탈취 등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자유민주국가들에게는 안전에 위해를 주는 요소라고 판단한 것이지요.


▲ 2014년 7월 ‘림팩’ 훈련 당시 동맹국 해군 함정을 이끌고 가는 美태평양 함대 항모 강습단. 美태평양 사령부가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바뀌면 사상 최대 규모의 무력이 한 사령부에 속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美해군 공개 사진

우리나라도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절대 지지국인 중국의 해·공군이 한국을 포위해 오고 있다는 사례가 속속 들어나고 있습니다. 중국 군용기가 2018년 한 해에만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140차례 침범했고, 군함이 한·중 간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가운데인 ‘서해 중간선’도 100회 이상 침범했습니다. 또 서해의 한국 해군 군사 요충지와 이어도 인근에 음향정보탐지용으로 보이는 부표를 8개를 설치하여 서해를 중국의 내해로 간주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반면 미국은 2018년부터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시작하면서 미국의 펜스(Mike Pence) 부통령은 2018년 10월 4일 제2의 대중국 냉전을 선포하였습니다. 10월 20일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31년 만에 러시아와의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파기를 결정하였죠. INF 파기 결정의 표면상 이유는 2014년 2월 드러난 러시아의 새로운 중거리 지상 발사 크루즈미사일(SSC-8) 배치이지만, 실제로는 중국이 타이완 해협과 남중국해를 항해하는 미국의 구축함과 괌을 사정권에 두고 있는 중거리 지상발사 미사일을 1991년 이후 집중 배치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 아·태 주요국가와 태평양을 포함한 美태평양 사령부 작전 책임지역. 美 태평양 사령부 제공

미국은 지난 6월 28일~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 앞서 5월 31일 인도-태평양지역에서의 중국-러시아-북한 등의 위협과 중국의 해양 패권 도전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 주도하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안보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 정책들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분쟁은 1980년대 미국-일본 간 무역분쟁 차원이 아니라 중국 공산주의 체제의 세계팽창 기도와 이에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고자하는 경제, 안보, 정치체제 간의 패권 경쟁입니다. 자유민주주의체제인 한국을 붕괴시켜 한반도를 공산화 통일하려는 북한의 절대지지국인 중국과 이에 대결하는 미국과의 사이에서 한국은 안보, 통일을 위해 또 경제발전을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대한 문재인 정부와 아베 총리의 시각차 뚜렷"


김 = 최근 일본이 우리나라에 무역전쟁에 버금가는 수출규제에 돌입했습니다. 아베(安倍晋三) 총리가 우리나라에 무역전쟁을 시도한 것과 관련 그 이전부터 신호는 계속 이어져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번 수출규제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그리고 앞으로 한국정부가 취해야 될 외교, 안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또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송 = 일본 경제산업성이 7월 1일 반도체 제조과정에 필요한 재료와 부품 등의 한국으로의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4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한 이후 한일관계는 양국 정상과 장관들이 연일 강경한 발언을 하고 있어 위험할 정도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 시피 일본의 경제보복은 2018년 10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촉발했습니다. 핵심은 강제징용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이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소멸되었는지 여부입니다. 지난 2005년 1월 노무현 정부 시절 한·일국교정상화 교섭 외교문서가 40년 만에 공개된 것을 계기로 이해찬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문재인 민정수석비서관과 각계 전문가들을 망라하여 발족한 ‘한·일회담 문서공개 후속대책관련 민관합동위원회’는 7개월여 동안 수 만 쪽에 달하는 자료를 면밀히 검토한 끝에 청구권협정으로 일본에서 받은 무상 3억불에 강제동원(징용) 피해보상 자금이 포함되었으므로 강제징용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이 사실상 소멸되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


▲ 한국은 1965년 일본과 한일협정을 맺었다. 일본은 한일협정으로 무상 3억불을 한국에 지급했다. 한국 정부는 2005년 1월 외교문서를 공개하고 일본은 한국의 강제동원 피해보상 자금이 포함됐으므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된 것으로 결론낸 바 있다.

다만 이 위원회는 박정희 정부가 그때 받은 돈을 경제건설에 쓰느라 피해자 구제에 소홀했고 특히 1975년 피해자 보상을 할 때 강제동원 부상자를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보상이 불충분했다고 판단하여 도의적·원호적 차원에서 2007년 특별법을 제정하여 사망자 유족 2000만원, 부상자 1000만원씩 모두 6,800억 원을 지급했습니다. 그간 정부가 북한과 국내의 사고 피해자에 대하여 고액의 지원과 보상을 한 것을 생각하면 징용 피해자 등에 대한 보상이 적다고 생각되므로 이들이 일본 기업에 보상요구를 하지 않도록 대일 청구 자금을 선용하여 경제발전을 이룩한 한국 정부가 예산으로 지급하는 것이 1965년 한·일 청구 협정 취지와 그간의 정부의 피해 지원 사정에도 부합하게 보입니다.


그간의 경위가 분명한데 문재인 정부는 대법원이 판결한 사안에 관여할 수 없다고 하고 징용피해자들은 미쓰비시 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매각(현금화)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외교관련 재판 때 행정부 판단을 존중하는 사법자제 원칙이 있습니다. 우리 법원이 국가 간에 맺은 조약을 뒤엎는 판결을 한다면 앞으로 국제사회는 한국 정부와 조약과 협정을 체결하려고 하지 않으려 하거나 또 체결하려고 할 때 법원의 의견을 받아오라고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외톨이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보호 차원에서 치밀한 계산을 오랫동안 한 후 행동하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는 일본이 세계 3대 경제국가라는 평가에서 볼 때 극히 치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복을 하면서 보복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근거도 없이 불화수소의 대북반출 의혹을 제기하고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것도 하필 8월 15일에 한다고 합니다. 이는 한국반도체의 추격 차단, 21일 참의원 선거 등의 분석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과 일본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고 북한 핵을 목전에 두고 국제공조 분열을 초래할 것입니다.


▲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금지 조치를 내리게 된 핵심 사건으로 떠 오른 신일철주금 강제징용 배상 사건.

"일본 경제보복, 북한 핵 목전에 둔 국제공조 분열 초래"

= 6월 28~29일 오사카에서 있는 G20 정상회담을 마치자마자 일본이 우리에 대한 경제보복을 발표한 시점에 비추어 미일합작품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 김대중 조선일보 전 주필은 ‘아베’는 반일을 부추키는 문대통령에게 경제제재 얘기를 꺼냈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 해제에만 매달리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 등 대중(對中) 견제 요구를 비켜가는 문정부에 경고할 필요성에 공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합의하고도 북한 핵 폐기를 위한 최초 절차인 핵무기, 시설 등의 신고도 하지 않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평화’를 내세워 북한과 이러한 북한의 뒷배경이 되는 중국에 대하여 친북·친중 정책을 추진하면서 반일 프레임과 미국과 떨어지려는 반일·이미(離美)하려는 안보·외교 정책은 북한의 핵·미사일·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배치라는 엄혹한 안보 현실에 비추어 수정되어야 합니다.


▲ G20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일본 총리 앞을 걸어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2017년10월 30일 ‘한중 교류협력 정상화’를 위해 문재인 정부의 실무대표자 남관표 청와대 안보실 제2차장이 중국의 쿵쉬안유(孔鉉佑. 조선족 출신)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를 상대로 3불(사드 추가 배치를 중단한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는다,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을 약속한 것은 국가안보에 대한 주권을 포기한 것입니다. 지금은 사후약방문처럼 지적할 수 밖에 없지만 그 때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서 비롯된 만큼 북한 핵 폐기를 위해 중국의 대북 유류 지원과 수출 중지를 요구하는 등 대북 제재 강화를 요구했어야 했습니다.


또 문 대통령의 적폐청산 프레임이 김명수 대법원장체제에서 2018년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영향을 주었고 지금 한·일 충돌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제대로 된 시각일 것입니다. 청와대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 체결 이후 장기간 견지해 온 대일 과거사 정책을 뒤집고, 그동안 개혁을 내세워 적폐대상인 것처럼 대했던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기술 자립과 수입선 다변화를 요구하였습니다. ‘이순신의 배 12척, 국책보상운동, 동학의 죽창‘ 등으로 국민의 각오를 다질 것이 아니라 일본이 수출규제하려는 고순도 불화수소 국산화의 어려운 원인이 우리 국내법의 엄격한 환경규제에 있다는 보도도 있으니 기술자립 요구에 앞서 일본으로부터의 수입품을 생산하고 있는 회사를 지원하고 관련법을 적극 보완 개정해야 할 것입니다.


▲ 필자와 인터뷰하는 송종환 교수. 송종환 교수는 최근까지 주 파키스탄 대사를 지내며 한국 외교관으로서 북한에도 여러차례 다녀왔다. 송 교수는 한국 정부가 그 동안 쌓아올린 외교가 어느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유한일 기자


중요한 것은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교각살우(矯角殺牛)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아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 인권 존중 등 기본가치를 공유하는 한·일 두 나라의 관계가 장기간 악화되면 무역은 물론 안보 측면에 엄청난 손실이 초래될 것입니다. 신각수 대사를 비롯한 일본에 주재했던 외교관들과 전문가들이 권고한 대로 한국은 한·일 관계가 하루 속히 상호 이해, 존중, 신뢰의 선순환 구조로 전환되도록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한·일 관계의 개선은 새로이 전개되고 있는 미·중 간 신 냉전 관계에 대처하고 북한 핵 폐기를 위한 국제공조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 정부가 국면 타결을 위해 특사 파견과 외교 채널을 총동원하여 외교적 해결 노력을 적극화할 것과 과거 한·일 간의 관계가 어려울 때마다 한·미·일 안보협력 차원에서 중재역할을 한 동맹 미국도 적극 나서줄 것을 기대합니다. <다음에 계속>


송종환 교수 is...


現 경남대학교 석좌교수
前 주 파키스탄 대사
前 국가안전기획부 해외정보실장
前 주 미 공사
前 주 유엔공사 겸 유엔총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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