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난항에 파업 수순 돌입한 노조, ‘8년 연속 파업’ 기록 세우나

▲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홈페이지)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현대자동차가 올 2분기 대폭 개선된 성적표를 거두며 ‘V자 반등’에 시동을 걸자마자 ‘노조 리스크’에 직면할 위기를 맞았다. 현대차 노조가 최근 사측에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한데 이어 본격적인 파업 수순 절차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 현대차는 불황을 타개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지만 노조가 파업을 단행할 경우 생산 차질에 따른 하반기 실적 하락도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2분기 △매출액 26조9664억 원 △영업이익 1조2377억 원 △경상이익 1조3860억 원 △당기순이익 9993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현대차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30.2% 증가하며 1조원을 돌파해 7분기 만에 ‘1조 클럽’에 재진입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전년동기 대비 0.8%포인트(p) 상승한 4.6%를 달성했다.

현대차는 이번 2분기 실적과 관련해 “글로벌 무역 갈등 지속과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주요 시장의 수요가 침체돼 어려운 여건이 계속됐다”며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원화 약세 등 우호적 환율 환경이 지속됐고 팰리세이드 등 고객 요구에 부합하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의 판매 증가에 따른 제품 믹스 개선과 쏘나타 등 신차 효과가 더해지며 수익성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분기 실적 개선을 발판으로 반등을 노리던 현대차의 질주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현대차 노조가 사측과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난항을 겪자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수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실적 개선에 따른 ‘대가’를 원하고, 회사는 아직 경영상황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양 측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지난 19일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열린 16차 교섭에서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이후 지난 22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조정 신청을 냈고 25일에는 임시대의원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쟁의 발생을 결의했다.

현대차 노조는 29일과 30일 이틀간 전체 조합원 약 5만여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현대차 노조는 30일 오후 각 위원회의 투표함이 울산공장에 모이면 개표에 들어가 31일 새벽께 개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이번 투표가 조합원 과반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되고, 중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 현대차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한다. 현대차 노조는 파업 일정을 정하지 않았지만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지난 2012년 이후 ‘8년 연속 파업’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 △성과급 당기순이익의 30% 지급 △상여금 통상임금에 적용 등을 요구했다.

또 정년을 국민연금법에 따라 노령연금 수령개시일이 도래하는 해의 전년도를 바꾸는 안을 제시했다. 현재는 만 60세가 정년이다. 이와 함께 인원 충원, 해고자 복직 등도 요구안에 담았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경영상황 악화 등의 이유로 임금동결을 원하는 상태다. 또 당기순이익의 30%에 달하는 성과급 요구에 대해서도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여금의 경우도 양 측이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기아자동차 노조와 같은 기준으로 통상임금 미지급금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측을 상대로 승리한 기아차 노조와 달리 현대차 노조는 사측에 패소했다.

▲ 팰리세이드.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이처럼 현대차 노사가 올해 임단협에서도 쉽사리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회사는 실적 개선의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파업은 생산 차질로 직결되는 만큼 최근 실적 개선을 이끌고 미국 수출길에도 오른 팰리세이드 물량 조달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현재 울산 4공장에서 생산되던 팰리세이드를 2공장에서 공동생산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노조가 파업을 단행할 경우 팰리세이드의 생산은 멈출 수 밖에 없다.

팰리세이드는 국내에서 구매 후 차량 인도 기간이 1년에 가까울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파업으로 생산이 지연될 경우 인도 기간이 더 길어지며 고객 이탈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팰리세이드 출고를 기다리던 고객 2만1700명이 구매를 취소하기도 했다.

만약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단행할 경우 여름휴가가 끝나는 8월 말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현대차 노조는 “사측이 전향적 교섭 의지를 밝히면 언제든 교섭에 임한다”며 문은 열어놓은 상태다.

현대차 노조는 “집행부는 단체교섭이 결렬됐지만 사측의 태도 변화와 5만 조합원 요구안 수용 의지가 확인된다면 교섭 요구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