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8일 오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울산 북구 현대차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올해 임단협 요구안 확정을 위한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국내 자동차 업계 노동조합들이 올 여름도 어김없이 ‘파업’ 준비에 돌입했다. 양대 노조인 현대·기아자동차 노조와 한국GM 노조는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고 정부 산하 행정기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조 역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에 난항이 예상돼 언제든 파업에 나설 가능성은 열려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대외 상황에 대응해 자동차 업계는 실적 회복에 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결속력을 다져야할 내부에서는 ‘하투(夏鬪)’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3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29일과 30일 이틀간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70.5%의 찬성을 얻어 가결했다. 같은 날 기아차 노조 역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해 73.6%의 찬성을 얻었다.

현대·기아차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됨에 따라 파업을 위해서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결정만 남은 상황이다. 중노위는 노조의 쟁의조정 신청에 따라 노사간 조정을 시도한다.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는데, 이때 노조는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한다.

현대차의 경우 모든 조건을 충족해 올해도 파업에 나설 경우 2012년 이후 ‘8년 연속 파업’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여름휴가 기간이 끝나는 8월 말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노조는 8월 1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진행하고, 8월 13일 1차 회의에서 교섭방침과 투쟁일정을 결정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투쟁이 이제 막 실적 회복에 나선 현대·기아차에 찬물을 끼얹는게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 2분기 영업이익 1조2377억 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에 재진입하는 등 ‘V자 반등’에 나서고 있다. 이번 실적 개선의 주요인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판매 증가와 우호적 환율로 꼽혔다.

실제 현대차는 올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대비 7.3% 감소한 판매량을 거뒀지만 영업이익은 30.2% 증가했다. 3분기에도 실적 개선을 이어가려면 물량 확보가 최우선인데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생산량 감소는 불가피하다.

기아차 역시 올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대비 5.0% 줄어든 판매량을 보였지만 환율 영향과 SUV 모델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전년 대비 51.3% 증가한 533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에 나선다면 인기를 끌고 있는 현대 팰리세이드 등 수익성이 좋은 차종의 생산량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노조의 파업이 현대·기아차 실적 회복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한국GM 노조 역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74.9%의 찬성률로 가결하고 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한국GM 노조도 마찬가지로 중노위의 ‘조정중지’ 결정만 내려진다면 파업에 나설 수 있다. 한국GM 노사는 교섭장을 두고 의견차를 보이다가 지난 7월에야 상견례를 치렀다.

2018년 임단협 타결로 경영정상화 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르노삼성자동차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오는 8월 13일 본교섭에 돌입하기도 전에 르노삼성차 노조가 기본급을 대폭 인상하는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사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난항이 예상된다.

쌍용자동차 노사는 8월 말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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