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대안없이 폐지하면 안 돼”...“강남 8학군으로 학부모, 학생몰려”

▲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서울·부산 자율형사립고 10개교에 대한 지정 취소 동의 여부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올해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의 평가절차가 마무리 된 가운데 자사고 10곳이 지정 취소되면서 취소된 자사고 측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놓겠다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학부모단체에서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고발하겠다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지난 2일 전북 상산고를 제외한 서울·부산지역 자사고 재지정평가 결과 점수가 낮은 학교 10곳에 대해 지정 취소를 동의했다. 이로써 서울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경기 안산동산고, 부산 해운대고 등 10곳의 일반고 전환이 확정됐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정 취소된 일부 자사고들이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철경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장은 "교육부 동의에 따라 교육청이 지정취소 처분을 내리면 바로 법원에 효력정치가처분을 신청하고 이것이 인용되면 (취소처분 취소를 요청하는) 소송을 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교육청이 평가하고 교육부가 지정취소에 동의했더라고 최종 법원 판결에서 뒤집혀질 여지는 있다. 만약 법원이 자사고 지정 취소 효력을 인정하면 행정소송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자사고 지위를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자사고를 유지한 상태에서 입학한 학생들은 자사고 교육과정을 따르며 자사고 학생으로 졸업하게 된다. 다만 교육당국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기로 결정한데다 향후 대거 일반고로 전환될 것이라는 불안 심리 때문에 자사고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선호도가 하락할 수 있다. 2020학년도 신입생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학부모 측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입장문을 내고 “교육부 발표를 절대 수용할 수 없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현장에서 이뤄진 막무가내식 자사고 폐지쇼로 인한 학부모의 정신적 피로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할 것“이라며 교육당국을 압박했다. 일부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서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자사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고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7월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 청문회'가 열린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자사고 학부모연합 관계자들이 릴레이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자사고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때 내세운 공약이다. 교육현장이 입시위주로 운영되는 시점에서 이른바 대학진학율이 높은 '명문고'가 돼버린 국제고, 자사고, 외국어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것이 당시 문 후보가 내세운 공약이었다. 이번 자사고 10개교의 지정이 취소되면서 문 정부의 공약에 속도가 붙은 셈이다.


교육부가 지난 2014~2015년 평가 때와는 달리 10개 자사고를 지정 취소하기는 했지만 다른 자사고들은 5년 더 생명을 연장한 만큼 여전히 자사고는 유효하다. 특히 '원조 자사고'라 불리는 옛 자립형 사립고는 모두 살아남았다.

올해 평가를 받은 △강원 민족사관학교 △울산 현대청운고 △전남 광양제철고 △서울 하나고 △경북 김천고 △경북 포항제철고 △전북 상산고 △충남 북일고 등 8개교 중 전북 상산고를 제외하면 모두 평가기준을 넘겼다. 상산고는 당초 교육청 평가 기준점수인 80점을 넘지 못해 취소 통보를 받았으나, 교육부가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을 평가한 점이 위법하다고 보고 전북교육청의 결정에 부동의했다.


하지만 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정부의 결정대로 자사고가 폐지돼도 살아남은 자사고와 과학고, 영재학교로 학생·학부모의 관심이 옮겨가 오히려 입시 경쟁의 빈부 격차는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대안은 없고 섣불리 폐지부터 한 것은 오히려 학생과 학부모들이 강남 8학군으로 몰릴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지적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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