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편은지 수습기자 | 일본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일본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심상치 않다. 유니클로는 이번 운동의 가장 대표적 불매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11일 일본 본사 임원의 “한국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이 기폭제가 됐다.
최근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경제보복 수위를 높임에 따라 유니클로에 대한 불매운동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투데이코리아>가 직접 매장을 다녀왔다. 금요일 오후인 만큼 학생들과 주부, 연인 등 거리와 대형쇼핑몰 등에는 쇼핑객들로 넘쳐났지만 유니클로 만큼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 유니클로 강남역점.

◇ 강남역점, 외국인 손님 대부분...주변 탑텐은 ‘반사이익’

지난 2일 오후 2시께 기자가 찾은 유니클로 강남역점은 한산했다. 총 3개 층으로 나눠져 있는 이 매장은 유동인구가 많기로 유명한 강남대로에 위치해 있는 만큼 평소에는 손님들로 붐볐지만 이날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입구에 들어서자 한 직원이 “안녕하세요 유니클로입니다”라는 인사를 건넸다. 매장에 대한 첫 느낌은 ‘조용하다’였다. 기자가 세어본 결과 매장에는 손님이 약 30명 정도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한국인 손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간간이 영어를 쓰는 외국인 손님들이 진열된 의류를 살펴볼 뿐이었다.

불매운동의 영향인지 강남역점에는 가격인하 상품과 기간한정 할인 제품이 곳곳에 보였다. 떨어진 손님들의 발걸음을 세일을 통해서 되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매장에 있던 한국인 손님들도 물건을 구경한다기 보다는 필요한 것만 찾아 구매한 후 빠져나가는 유형이 대부분이었다. 일행이 있는 손님들은 “사람 정말 없다”, “불매운동 영향이 크긴 하다”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강남역점에는 15명의 직원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계산대와 피팅룸은 비어있는 상태가 잦았다. 평소대로라면 상시 직원이 배치돼 있는 곳이지만 줄어든 손님의 영향으로 자리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손님의 쇼핑을 도와주는 직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감이 없는 직원들은 매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거나 괜스레 진열된 상품을 정리하는 모습도 보였다.

반면 이날 유니클로 강남역점 인근에 위치한 탑텐 강남역점은 손님들로 붐볐다. 매장 규모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유니클로와 달리 탑텐 직원들은 손님들을 응대하느라 바쁜 분위기였다.

국내 패션기업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탑텐은 현재 유니클로 불매운동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확산된 지난달 탑텐의 매출은 전년동기 배디 20% 신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니클로의 ‘경쟁 브랜드’가 아닌 ‘대체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탑텐 직원은 A씨는 “손님의 경우 평일에는 평소 대비 10%, 주말에는 30% 가까이 늘어난 것 같다”며 “탑텐이 어느 나라 브랜드인지 물어보는 분들도 있다. 또 불매운동에 동참해 유니클로가 아닌 탑텐을 찾았다고 티내는 분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 유니클로 롯데월드몰점.

◇ 롯데월드몰점, 강남역점 보다는 붐벼

유니클로 강남역점에 이어 이날 오후 4시께 찾은 롯데월드몰점은 다른 대형매장들처럼은 아니었지만 강남역점에 비해서는 손님들로 붐볐다. 이 매장은 총 2개 층으로 롯데월드몰 내에서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날 롯데월드몰점에는 21명의 직원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확한 손님 수는 파악하기 힘들었다. 롯데월드몰 1층과 2층에 위치한 이 매장 입구는 따로 출입문이 설치돼 있지 않은 개방형 매장이다. 일부 손님들은 매장 입구에 진열된 상품을 살펴보다가 다시 나가기도 했다.

롯데월드몰점 내부를 돌아 본 결과 외국인, 가족 단위, 노부부 등의 손님이 대부분이었다. 이 중 장년층 고객들은 불매운동 소식에 밝지 않은 듯 했다. 한 60대 고객은 자녀에게 “이 매장은 왜 사람이 없냐”고 물었고, 자녀는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불매운동이 진행 중이다”라고 답했다.

▲ SNS에 게시된 유니클로 감시 게시물.

◇ ‘유니클로 감시’도 등장...직원들은 불매운동 질문에 ‘묵묵부답’

불매운동 현장을 둘러본 만큼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이야기도 들어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직원들은 “본사에서 매장에 대한 어떠한 이야기도 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유니클로 감시’ 운동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SNS에 ‘#유니클로’를 검색해 보면 일부 네티즌들이 비어 있는 유니클로 매장을 찍어 ‘인증 사진’을 게시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아가 유니클로 매장에 들어가거나 의류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찍어 ‘고발’하는 게시물도 있었다.

첫 번째로 방문한 강남역점 지하 1층에서 기자는 한 직원에게 최근 매장 상황에 대한 질문을 던졌지만 “일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라며 답을 피했다. 이때 옆에 있던 직원이 다른 곳으로 달려갔고 같은 층에 있던 직원들이 기자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이때부터 이들은 특별한 말을 하지 않고 기자 주변을 맴돌았다. 이들은 기자를 ‘유니클로 감시자’로 오해한 것 같았다. 신분을 밝히고 마지막에 대화를 나눈 직원은 “매장에 관한 질문은 본사를 통해서만 받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월드몰점에서는 손님 수를 파악하려 매장을 돌아다니자 ‘미행’이 붙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각 층에 위치한 직원들이 ‘수상한 사람을 발견했다’며 기자를 따라다니는 듯 했다. 한 직원은 기자의 뒤를 따라오다가 눈이 마주치자 진열된 의류를 정리하는 척 하기도 했다. 이 직원에게 다가가 불매운동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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