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소미아 연장...한일 양국에 요청

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 |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놓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며 경제적 보복을 감행한 일본의 결정에 한일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이 같은 결정에 일본을 똑같이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며 맞불을 놓았고 시민사회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다.

일본과의 갈등이 매일 벌어지는 이런 시국에서 오는 24일 연장 또는 파기 통보가 결정될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포괄협정)'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시민 사회단체들은 연일 일본 대사관앞에서 집회를 열고 "지소미아를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각종 여론 조사에서도 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대중적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점에서 과연 '지소미아'란 무엇이고 지소미아에 관한 양국간의 입장, 그리고 중재자에 서있는 미국의 입장은 어떤지 알아본다.

▲ 일본 대사관앞에서 시민단체가 지소미아 폐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지소미아란 무엇인가

지소미아의 정식명칭은 ‘Korea-Japan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으로 약어로 GSOMIA로 불리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 협정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으로 부르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국 정부 간의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Agreement between the Government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Government of Japan on the Protection of Classified Military Information)으로 지칭하고 있다.

이 협정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6년 11월 23일에 체결됐으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후 한일 양국이 맺는 첫 번째 군사협정으로 알려졌다.

협정에 규정된 교환정보는 한국의 군사 2급 비밀(Secret)과 3급 비밀(Confidential) 일본의 극비 특정 비밀(Secret)과 HI급 비밀(Confidential)로 1급 비밀을 제외한 모든 정보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그간 남·북 접경지역 뿐만 아니라 북·중 접경지역의 휴민트, 군사분계선 일대의 도·감청 수단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일본에 제공했고, 일본은 자체적으로 보유한 위성, 이지스함, 레이더, 조기경보기, 해상초계기 등으로부터 탐지된 정보를 한국 측에 제공하는 것을 기본으로 했다.

한일군사정보협정은 유효 기간이 1년으로 기한 만료 90일 전인 오는 24일까지 협정 종료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1년이 연장된다,

하지만 한일 양국간 무역 전쟁이 벌어진 지금 연장여부는 매우 불투명해진 상황이고 사회적인 반일여론이 들끓음에 따라 정부 역시 연장과 파기를 놓고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소미아 연장 여부에 답변하고 있다.

정부의 입장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6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지소미아에 대해 “24일 통보를 하게 되는데 그 전까지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이라며 “무엇이 더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여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도발을 취한 상태에서 우리가 대응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국가의 자존심, 국격의 문제라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다”라며 지소미아 연장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를 보이기도 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역시 “상호 모순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와 과연 민감한 군사정보를 계속 교환할 수가 있는 것인지, 그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는 필요한 것으로 본다”라며 지소미아 연장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경두 국방부장관 역시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당초 지소미아는 연장된 것으로 하려했었으나 최근 일본이 우리 정부에 대한 신뢰를 결여시켰고, 안보문제로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과연 지소미아를 연장할 수 있을 것인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

자가당착에 빠진 일본

하지만 우리정부의 이 같은 입장과 달리 일본은 지소미아에 대해 연장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은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 파기를 할 생각은 없다. 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외교상 여러 가지 엄중한 상황이 있다. 안전보장 면에서 일본과 미국, 한국에 대한 연대는 중요하다”며 파기는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같은 일본의 입장은 현재 자가당착에 빠진 상황이다. 일본은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대한 이유로 한국에 대한 안보불안을 들었고 특히 불화수소를 비롯한 한국으로 반출되는 물자가 “북한의 무기개발에 전용되었다”는 주장을 하며 "한국이 수입해 간 불화수소의 사용처를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20년간 일본 정부와 강제징용자에 대한 배상을 놓고 싸워온 일본의 사회활동가 야노 히데키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군사정보를 공유하자고 하면서 안전보장상 한국을 우호국이 아니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지소미아는 유지하자고 한다. 이건 완전히 논리적으로 모순인 상황이다”며 아베 정부의 행보를 비판했다.
▲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아베총리를 만났다.


난감해진 미국

사실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의 필요보다는 북한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의지로 이뤄진 협정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소미아는 동아시아 지형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3각 체제를 공고히 하려했던 미국이 한일간의 갈등을 봉합하고 양국의 군사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에서 내놓은 것이란 분석이다.

한일양국에서 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여론이 불거지자 미국은 지소미아 유지에 대한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달 15일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을 방문할 당시 미 정부 인사들이 “지소미아가 흔들려선 안된다. 경제분야 갈등으로 어떤 경우에도 안보 분야가 위협 받아선 안된다”라며 지소미아 연장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또한 미군 태평양사령관을 지낸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 역시 지난 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한 미국 대사 부임 직전까지 태평양사령관으로 지소미아 성사를 위해 노력했다”며 “나는 지소미아가, 한·일간 군사협력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 지소미아는 미국과 한국, 일본의 국방·안보 관련 정보 공유 역량이 향상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국이나 일본이 양국 간 문제로 이 합의를 파기하려고 한다면 매우 유감스러울 것”이라며 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한 ANN, 산케이를 비롯한 일본 언론은 7일 일본을 방문한 마크 에스퍼 신임 미 국방장관이 아베총리에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지소미아의 틀을 유지하도록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일본을 거쳐 9일 한국을 방문하는 에스퍼 장관은 우리나라에도 지소미아의 연장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우리정부가 중재자로 나선 미국의 제안에 어떤 결정을 내릴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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