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김충식 기자 | 권규홍 기자 | 유한일 기자 | 최한결 기자 | 편은지 수습 기자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 자율주행차가 생겨났다. 기다리던 택배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면 얼마나 좋겠냐 했더니 드론으로 배달되는 시대가 됐다. 이렇듯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발전된 것이다. 국내 산업계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내세운 곳이 있다. 바로 상조·장례 분야다. 4차 산업 혁명의 시대를 지나면서 상조·장례 문화는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우리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부분 중 하나를 꼽으라면 상조·장례 분야가 있다. 장례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겪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명절 때마다 납골당이나 묘지를 찾는다. 우리나라는 아직 전통적인 절차에 맞춰 장례를 치르고 대면(對面)하는 조문만이 예의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지만 세계적인 흐름으로 볼 때 장례업계 또한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른 나라인 일본의 경우는 이미 장례업계의 기술에 있어 세계적으로 인정받아왔다. 일본의 경우 매년 엔딩엑스포(Life Ending Industry EXPO)'라는 전국 단위 규모의 장례 산업 전시회가 열리며 세계 각국의 관련업계 종사자들이 줄지어 찾고 있다. 또 고령화의 속도만큼이나 우리나라 장례업계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수준의 기술이 발 빠르게 소개되고 있다. 이제는 장례문화도 IoT, 빅데이터, VR 기술 등으로 더 똑똑하고 편리해지는 것이다.
▲ (사진= KANKON SOUSAI AICHI GROUP)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조문
직접 장례식장을 찾아가 조문이 힘든 사람들을 위해 인터넷으로 방송을 하거나 고령자를 위한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조문도 장례업계의 혁명이라 할 수 있다.
일본 나가노에 위치한 ‘우에다 미나미 아이쇼덴 장례식장’은 일본 최초의 드라이브 스루 장례식장을 선보였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장내 참석이 힘든 조문객들은 빈소의 한쪽에 난 커다란 창문에서 차에 탄 채로 부의금을 내고 유족들과 인사를 나누면 된다. 상주를 비롯한 장내 참석자들은 모니터를 통해 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방명록은 태블릿PC에 이름을 적으면 되며 분향은 불을 붙이지 않는 전열식 향을 건네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식장 측은 “거동이 불편해 빈소를 찾기 힘든 노년층이나 장애인 등을 배려한 서비스”라며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친구나 이웃에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사진=업체 홈페이지 캡쳐.)

유골함 찾기는 터치 인식으로
유골함은 위치와 높이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유골함 위치가 좋지 못해 사람 키 높이보다 한참 높거나 아래일 경우에는 유골함에 적힌 이름 석 자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 생긴다. 이뿐인가, 이후에도 봉안당을 찾을 유족들은 유골함 위치를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만 하며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더더욱 힘들다. 이를 하이테크 기술로 해결한 업체가 있다.
도쿄 아라카와(荒川)에 있는 ‘도쿄 고뵤(御廟)’는 하이테크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묘지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일반적으로 넓은 부지를 가진 봉안당과 다르게 이 곳은 도심의 5층 건물 안에 7000여 개의 유골함이 보관돼 있다. 빌딩을 찾아온 유족들이 회원 카드를 입구의 터치 패드에 대면 영상으로 가족의 사진이 나타나면서 레일을 타고 고인의 유골함이 유족 앞으로 도착한다. 업체 측은 “비용도 기존 사찰보다 비싸지 않은 데다 도심에 있어 고인이 생각날 때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추모경관 살피는 VR 기기, 홀로그램
일본의 엔딩엑스포는 매년 갖가지 신기술과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지난해 열린 2018 도쿄엔딩엑스포에만 2만5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렸다. 2017년 엔딩엑스포에는 독경을 읊어주는 ‘로봇 스님’이 등장해 큰 화제를 불러 모은 적이 있으며 올해도 역시 VR기기, 홀로그램 기술, 온도조절 관 등이 등장했다.
2018 도쿄엔딩엑스포를 취재한 상조장례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VR기기는 추모공원을 둘러보기 위한 장치다. VR글래스를 쓰고 주위를 둘러보면 360도로 추모공원의 경관을 살펴볼 수 있다. 유족들이 VR글래스를 착용하면 고인이 안장될 지역의 경관을 확인할 수 있어 실제 계약 체결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또 ‘홀로그램’ 기술을 입체적인 영상을 선보인 업체도 있다. 상조장례뉴스는 한국에서도 언젠가 도입될만한 기술이며 입구에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은은하게 타는 불덩이를 설치해놓으면 봉안당 분위기가 차분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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