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롯데마트 2분기 나란히 적자...위기 극복에 안간힘

▲ 이마트 성수점.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수년간 유통업을 주도해온 대형마트가 위기에 빠졌다. 경기침체와 소비 양극화 뿐 아니라 온라인 유통업체의 공습으로 소비패턴이 변화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온라인 쇼핑의 성장에 타격을 입은 대형마트는 실적 개선 발판으로 ‘초저가’ 전략을 앞세워 고객의 발걸음을 되찾겠다는 목표지만 곳곳에 위험요소가 존재해 실효성에 의문이 붙는 상황이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통공룡’이라고 불리는 롯데와 신세계가 운영하는 롯데마트, 이마트는 올 2분기 나란히 적자를 기록하며 부진을 이어갔다.

먼저 이마트의 경우 올 2분기 299억 원의 영업손실을 보며 1993년 창립 이후 첫 적자를 기록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이마트의 적자를 예상하면서도 그 규모를 45~105억 원 수준으로 전망했지만 실제로 300억 원 가까이 적자를 봤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832억 원이나 줄었다.

이마트의 이번 실적에 유통업계는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이마트는 신세계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맡아왔다.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이마트의 몰락은 곧 ‘대형마트의 몰락’이라는 해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마트는 올 2분기 대형마트 부문에서 영업손실이 43억 원에 달했다. 부츠와 삐에로쑈핑의 적자도 확대돼 전문점 부문 영업손실은 188억 원으로 집계됐다. SSG닷컴(-133억 원)과 이마트24(-64억 원), 굿푸드 홀딩스(-5억 원) 등 주요 자회사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2분기가 전통적인 비수기고 전반적인 대형마트 업황 부진, 전자상거래 업체의 저가 공세, 지난해 하반기 전문점 신규오픈에 따른 비용증가, SSG닷컴 등 일부 자회사의 실적 부진 등에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마트의 이번 적자는 정부의 세재개편으로 종합부동산세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마트는 전국 142개 점포 중 대부분이 자체 소유 부동산이기 때문에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마트는 올해 종합부동산세로 총 1012억 원을 납부했다. 이는 전년 대비 123억 원 늘어난 액수다.

이마트의 실적 하락에 시장 눈높이도 낮아졌다. 한국신용평가는 14일 이마트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주력사업인 대형마트의 실적저하로 수익창출력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 역시 이마트의 기업신용등급 ‘Baa3’를 유지하면서도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창립 이후 첫 적자 기록에 신용등급 하락까지 ‘엎친데 덮친’ 이마트의 주가는 사상 최저치까지 밀렸다. 이마트의 주가는 지난 14일 전일 대비 1.3% 줄어든 11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3월 2일 31만2000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현재 약 3분의 1로 감소한 셈이다. 1년 전 주가(약 21만2000원)와 비교해도 반토막 난 상태다.

이마트는 지난 13일 주가하락 방어를 위해 1000억 원 수준의 자사주 매입과 함께 점포 건물을 매각한 후 재임차해 운영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의 자산유동화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가는 발표 당일 전일(10만5500원) 대비 7000원 오른 1만2500원까지 깜짝 반등하고 곧바로 하향세를 탔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회복이 동반돼야 한다”며 “3분기에는 보유세 부담이 없는 만큼 다시 흑자 전환이 당연하겠으나 업황 회복을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롯데마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 2분기 33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폭이 늘었다. 매출도 1.5% 역신장했다. 외국계 기업인 홈플러스의 경우 실적을 공개할 의무가 없어 정확한 2분기 실적을 확인할 수 없지만 호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서울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이같은 대형마트의 부진은 온라인 쇼핑의 공습이 근본적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을 잠정 집계한 결과 전년동기 대비 5.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인 여름을 앞둔 6월 계절상품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온라인 부문 매출은 11.7% 늘어나 전체 유통업체 성장을 견인했다. 반면 오프라인 부문은 0.7% 증가하는데 그쳤다. 오프라인 부문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편의점과 백화점은 각각 3.0%, 4.1% 증가했지만 대형마트는 3.9% 감소했다.

연이은 악재가 겹친 대형마트들은 일제히 생존전략으로 ‘가격’을 설정했다. 이마트의 경우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지난 1일 선보였다. 온라인 유통업체의 성장으로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 ‘상식 이하의 가격’을 선보여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되찾아오겠다는 각오다. 롯데마트 역시 10년 만에 부활한 ‘통큰치킨’을 중심으로 ‘극한가격’을 선보이고 있다.

유통업체들의 초저가 전략은 긍정적 측면이 많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품을 값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업체 측에서는 모여드는 고객들에게 추가상품 구매를 유도해 활력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저가 마케팅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초저가 상품 판매로 인한 매출 증가 대비 영업이익이 줄어들어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과 마진을 맞추기 위해 대량구매가 불가피한 이상 판매 부진이 발생할 경우 재고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공주대학교 산업유통학과 조영상 교수는 <투데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은 2010년도에 나왔고 2015년도에 정점을 찍었다”며 “오프라인 업체들은 적어도 2015년에 영업구조를 바꾸고 체질개선에 나서 환골탈태를 했어야 됐는데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재무구조가 악화됐을 때 가장 먼저 내세우는 것은 ‘가격할인’인데, 이것은 악순환에 들어가는 징조”라며 “단기적으로 매출액을 늘린다고 해서 위기가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유통산업은 누가 미래시장을 선점하는가가 제일 중요하다”며 “장기생존을 위해서는 구조적으로 바꿔야 한다. 유통경영인들은 5년, 10년 뒤를 내다보는 시야가 필요하다. 지금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주력할 때”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