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회의, '평화헌법' 개정 통해 전쟁 가능한 일본을 목표로 삼아

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 | 지난 7월 1일 일본은 지난해 우리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자에 대한 손해배상에 일본기업들이 배상해야한다”는 판결에 반박하며 수출규제조치와 더불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보복조치를 감행했다.

이로 인해 한·일 양국간의 갈등은 그 어느 때보다 험악해 졌고, 두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긴장 국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우리나라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하면서 일본에 대해 “지금이라도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다. 공정하게 교역하고 협력하는 동아시아를 함께 만들어갈 것이다”고 일본에게 공식 제의했다.

하지만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문 대통령의 제의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날 전범들이 합사되어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보냈고 유력 정치인들은 집단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를 강행했다.

브레이크 없이 가속화 된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는 아베 내각의 배후에 최근 우익단체인 ‘일본회의(日本会議) ’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과연 ‘일본회의’는 어떤 조직이고 그들은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알아본다.
▲ 아베 신조 총리(가운데)와 아소 다로 부총리(오른쪽)


일본회의의 탄생

‘일본회의’는 1997년 종교단체 ‘일본을 지키는 모임’과 보수 문화 단체인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가 합쳐진 단체로, 이 시기 정치 초년생이었던 아베 신조 총리역시 창립멤버로 참여한 단체다.

우선 아베 신조 총리는 1980년대 일본의 외무장관을 지낸 아베 신타로의 아들로 태어났고, 외할아버지인 2차 대전의 전범 ‘기시 노부스케’의 가르침을 받으며 자란 인물이다.

기시 노부스케의 가르침을 받고 자란 아베 총리는 어려서부터 정한론(한반도를 정벌하여 일본의 국력을 배양하자는 주장)을 주창한 ‘요시다 쇼인’의 사상을 공부했으며 요시다 쇼인을 가장 존경한다고 말해왔다. 요시다 쇼인은 일본 우익들의 정신적 스승으로 불리는 인물로 조선을 침략한 이토 히로부미, 아마가타 아리토모, 이노우에 가오루 등을 가르친 인물이다.

아베 총리는 자신과 똑같이 ‘정한론’을 받들고 있는 극우단체 일본회의에 가입해 정치 초년생부터 일본회의의 세력을 확장하는데 노력했다.

일본회의는 1997년을 기점으로 아베 신조를 비롯한 국회의원들을 연달아 영입하는데 성공하며 정계를 중심으로 세를 확장하는데 성공했다. 일본회의는 현재 일본 전역에 47개의 광역자치단체 본부를 만들었고, 241개의 지자체 지부를 설립했으며 브라질에도 해외지부를 두는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일본회의는 2016년 기준으로 등록된 유료 회원 수만 3만8천명에 이르고, 산하에 설립된 우익 가맹단체를 포함하면 총합 8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거대한 단체로 알려졌다.

이들은 “만들자! 건강하고 자랑스러운 일본”이라는 슬로건 하에 줄기차게 평화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일왕이 다시 나라의 행정, 사법권을 행사하는 ‘천황제 부활’을 외치고 있으며, 야스쿠니 신사의 국가 시설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자위대를 일본군으로 재편하여 동아시아로의 군사진출을 통해 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제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은 전범국이 아니므로 “전쟁을 일으킨 것을 사죄하라”는 다른 나라의 외교적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하고 있다.

당초 이들의 이런 주장은 허무맹랑한 주장으로 치부되었지만, 문제는 이들이 현재 일본 정치계를 장악하는데 성공했기에 더 이상 허황된 주장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는데 있다.

지난 2014년 기준 일본 전체 국회의원 중 40%가 일본회의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고, 아베 내각이 집권하면서 그 비율은 75%를 넘어섰다.

현재 일본회의를 이끄는 주요 인물들은 특별 고문을 맡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가 있으며, 부회장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간사장 대행의 이와야 다케시 방위대신, 야마모토 준조 국가공안위원장이 부간사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또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조치를 내리고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세코 히로시케 경제산업대신 역시 이 조직의 회원인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일본회의 소속 회원들이 아베 내각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르 몽드, CNN, 이코노미스트등의 해외 언론들은 이들에 대해 “일본의 정치판을 새롭게 조직하려는 극우로비단체”, “강력한 초국가주의 단체”, “아베내각을 좌지우지 하는 실세”라고 비판했고, “아베 내각을 뒤 흔드는 이런 거대한 단체가 일본 언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며 일본 언론들을 꼬집기도 했다.


▲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일본인들


일본회의의 성장 배경

지난 2015년 일본회의의 존재를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하고 이들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던 이영채 교수(일본 게이센여대)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일본회의의 성장배경과 목표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일본회의는 원래 풀뿌리 대중 조직으로 존재했고, 자민당 내에서도 비주류 이단자 취급을 받았던 단체 였는데, 이들은 거의 90년대 중반부터 당내 주류를 장악하게 되면서 정치권 전면으로 드러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2차 대전의 전범들이 주축이 된 극우 보수 세력들이 전후 정치권에서 명맥을 유지해 왔었는데 이들이 1970년대부터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라는 그룹을 만들었다. 또한 야스쿠니를 보존해야 한다는 신토계 종교 단체들이 일본을 지키는 모임이라고 만들었다. 이들은 1993년 고노 담화와 1995년 무라야마 담화가 한국의 위안부강제동원과 식민지배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죄하는 내용을 담자 이에 크게 반발하며 정치계 전면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크게 두 가지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하나는 ‘천왕 중심의 국가’ 즉 메이지시대의 천왕 중심으로 돌아가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고, 또 한 가지는 이전 대일본제국은 자랑스러운 제국이었으며 2차 대전은 침략전쟁이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을 서구열강으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전쟁이었다’라고 주장하며 전쟁 범죄행위를 인정할 수 없으며 타 국가에 사죄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당시 두 단체들이 결성할 당시 초창기의 결성멤버로 아베 수상이 있었고 이 단체를 후원해 주기위해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 등을 만들었는데 현재는 아베 내각의 거의 80%에 달하는 의원들이 일본회의 소속이다”며 이들의 목소리가 곧 아베 내각의 정책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정치 초년생이었던 아베 신조를 사실상 총리로 갈수 있게 지원해 준것도 이 단체였다”며 “이들은 자민당내의 자유주의 세력, 즉 ‘한국의 역사를 인정해야 한다’, ‘인적 조항들을 역사에서 배려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세력들을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현재는 일본회의 소속 의원들이 국회를 장악하면서 이 회의 소속이 아니고서는 주류 정치인으로 남을수가 없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 일본회의 총회 모습 (출처=YTN)

평화헌법 개정을 노리는 일본회의

일본회의는 현재 4선이 금지된 자민당의 당규에 따라 아베 총리의 임기 마지막인 이번에야 말로 평화헌법을 어떻게든 수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회의는 평화헌법의 9조를 어떻게든 개정하겠다는 입장인데, 현재 일본의 평화헌법 9조는 “일본이 국제 평화를 성실히 희구하며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써 국권이 발동되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영구히 포기한다”고 되어 있으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 그 밖의 전력을 보유하지 아니한다. 국가 교전권은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일본회의는 이 9조가 “연합군이 강요한 헌법이기 때문에 9조를 가지고 있는 한 굴욕적인 일본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것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영채 교수는 “그 동안 일본회의는 이 9조의 폐기를 위한 시나리오를 실행 해 왔다. 지난 2015년 중의원 선거에서 이겨서 희망을 가졌고 2018년 일본회의 창립 20주년이 된 기념으로 헌법 개정안을 밀어부쳤다”며 “이들은 내년 2020년 도쿄올림픽과 함께 일본이 전쟁전의 헌법으로 돌아감으로써 자신들의 모든 숙원 사업이 성취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계획에 변수가 생겼다. 박근혜 정권이 탄핵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북한과의 평화 무드가 이어졌다.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이벤트까지 벌어졌는데, 결국 한반도의 상황이 평화적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고려하지 못한 변수가 생긴 것이다. 결국 이들이 주장하는 헌법 개정은 물거품이 되기에 이들은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연 이들이 내년 도쿄 올림픽과 맞물려, 아시아 각국이 반대하는 평화헌법 개헌에 성공할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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