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문 산업부장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 홍콩 반정부 시위가 새로운 악재로 떠올랐다.


홍콩은 한국의 4번째로 큰 수출상대국이자 중국으로의 수출 우회로였다. 따라서 홍콩 경제가 흔들리면 한국에 타격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홍콩의 대규모 시위 사태가 중국 중앙정부의 무력개입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으면 한국경제에도 상당한 충격이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對홍콩 무역액은 480억 달러로, 이 가운데 수출이 460억 달러(약 56조원)에 달했다.

수출액 기준으로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어 4번째로 큰 규모로 홍콩으로 수출되는 제품의 대부분은 중국으로 재수출되는 상황이다.


우리 기업들이 홍콩을 중계무역지로 적극 활용하는 것은 동아시아 금융허브로서 무역금융에 이점이 있고, 중국기업과 직접 거래 시 발생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낮은 법인세와 무관세 혜택도 장점으로 꼽힌다.


주요 수출품목은 반도체로 지난해 홍콩을 상대로 한 수출액이 274억1111만 달러로 60%를 차지했고,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기기와 기계류는 전체 수출액의 82%에 달했다.


이에 따라 홍콩 사태가 격화하면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가뜩이나 쪼그라들고 있는 대(對)중국 수출이 더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중국으로의 수출은 작년 대비 16.6% 줄었다.


한국 기업들이 홍콩을 중국 수출의 중간 단계로 활용하는 건 중국과 직접 거래하는 것보다 법적·제도적 리스크가 적고 무관세 등의 혜택이 많아서다.


2003년 홍콩과 중국이 체결한 포괄적경제 동반자협정(CEPA)에 따라 홍콩은 중국으로 수출하는 상품에 관세를 면제받는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린다. 이때 홍콩 내 외국 기업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한국 기업들은 중국 진출에 홍콩을 활용해왔다.


홍콩이 동아시아 금융·물류 허브로서 우리나라 핵심 수출품목의 중국 시장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향후 사태가 악화하면 금융시장 불안은 물론 중계무역 등 실물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관련 홍콩 관련 금융투자 상품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홍콩H지수(HSCEI)는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기초자산으로 많이 쓰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발행된 ELS 가운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포함한 상품(중복 집계)은 39조9072억 원어치에 이른다. ​올해 전체 ELS 발행금액 52조1981억 원의 76.5%다.​


금융당국은 당장 국내 ELS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ELS는 만기 내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기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하지만 홍콩 사태가 장기화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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