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재적소에 지원 갈 수 있는 세심한 지원책 필요

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 |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두고 진행된 일본의 수출규제보복이 어느 덧 2달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노골적으로 우리의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를 노리고 반도체에 들어가는 필수 소재인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 PR, 감광제), 불화수소(Hydrogen Fluoride, HF), 불화폴리이미드(Fluorine Polyimide, PI)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에 들어갔다.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 18%, 소재·부품은 50% 수준인 현 상황에서 이 같은 일본의 조치는 국내 산업에 있어 치명적인 조치임에 분명하다.

국내 반도체 1,2위인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는 일본의 이 같은 조치에 앞으로 “몇 달치 분량은 남아있다”고 하지만 일본의 규제조치가 계속될 경우를 대비해 소재를 수출하는 다른 나라와의 논의와 더불어 국내 중소기업과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일본의 이번 조치를 기회로 살리겠다며 부품 소재 국산화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국내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 포토레지스트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를 업체 관계자가 소개하고 있다.


소재 국산화에 나선 기업들

우선 접었다 펼 수 있는 스마트폰인 ‘폴더블폰’에 들어가는 소재인 폴리이미드는 폴더블폰의 핵심소재다. 이것이 없으면 폴더블폰은 만들어 질 수가 없다.

2000년대 중반부터 폴리이미드 개발을 시작했던 코오롱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당분간은 어렵지만 조만간 백프로 국내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정석 코오롱 인더스트리 상무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100% 대한민국 기업이 만든 미래지향적 소재라고 자신한다. 품질면에서는 동일하다고 저희는 자신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 제조 공정에 꼭 필요한 ‘포토레지스트’ 역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산화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소재기업들은 삼성 반도체와 SK 하이닉스등과 협업해 ‘포토레지스트’의 국산화 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우리 기술력으로는 2년 안에 개발 될 것이라고 하지만, 제조사는 내친김에 장기개발 계획을 가지고 제조개발에 들어갔다.

포토레지스트 개발에 나선 금호석유화학의 고지웅 생산팀장은 “아직까지 첨단 공정용 포토레지스트에 대해서는 일본과 기술격차가 있는 것은 인정한다”며 “언젠가는 꼭 진행을 해야되는 제품으로 판단해 개발을 멈추지 않겠다”며 각오를 전했다.

또한 포토레지스트와 더불어 일본이 수출규제를 건 불화수소(에칭가스)역시 국산화 개발이 한창이다. SK 그룹의 계열사인 SK 머터리얼즈는 “고순도 에칭가스의 연내 국산화를 목표로 개발을 한창 진행 중”이라며 일본의 수출규제조치에 국산화로 당당히 대응할 것을 밝혔다.

아울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 쓰이는 ‘정밀제조장비’를 50종류 넘게 생산하는 주성엔지니어링의 황철주 대표는 “우리국민들의 저력이 민족이니 단기간에 일본을 극복할 수 있다”고 밝히며 그간 국산화율이 왜 저조했는지를 설명했다.

황 대표는 M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머리가 좋고 뛰어난 국민이 대한민국 국민이다. 왜 못했냐고 물으면 안 해서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안 해서 국산화율이 낮았던 것 뿐이다”면서 “국산화를 하자고 하는 사람도 없었고, 쓰자고 하는 사람도 없었기에 낮았을 뿐이다. 기술력의 문제는 아니다 라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과의 기술격차가 50년이나 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일본을 따라잡는데 50년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생각 할 때는 유럽에 있는 ASML스캐너 장비 외에는 5년 내에 전체 부품의 국산화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국내 기술력을 믿어도 좋다고 전했다.
▲ 청주 SK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는 문재인 대통령

정부의 대책

지난 19일 정부여당은 당내 소재부품장비 인력 발전 특별위원회를 열고 소재 부품 국산화등 산업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 자리에 참석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8일 신속추진절차와 경제년 기술 도입등 혁신적인 R&D 제도 개선을 완료했고 이를 8월 말까지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020년 소재부품 장비 관련 예산에 대해서도 재정 당국과 협의하여 최대한 예산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대규모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예타 면제 조치도 곧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 장관은 “정부는 강력하고 지속적인 정책 실행을 전제로 범정부 차원의 소재부품장비인력위원회 설립을 추진 중에 있다”며 “소재부품장비 특별법 개정도 준비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소재부품 수급 대응센터를 지난 7월 22일부터 운영해서 신속한 현장 애로 해결을 지원 중이다. 일본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입 통제를 강화하는 고시 개정안을 의견 수렴 등 절차를 거쳐 9월에 시행할 예정이다”며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대학 내 연구소 노후장비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고, 지역 거점 지역에 장비혁신 랩을 설치하여 기술력을 갖춘 인력이 지역 기업에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성 장관은 “정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이번 대책을 속도감 있게 또 차질 없이 이행해서 핵심 전략품목의 공급 안정과 함께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라며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를 우리 소재산업을 발전시키는 기회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21일 정부는 국내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약 1조 9200억원 규모에 달하는 3개 연구개발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전략핵심소재 자립화 기술개발사업에 2025년까지 1조 5723억을, 제조장비시스템 스마트 제어기 기술개발산업엔 2024년까지 855억을 면제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테크브릿지 활용 상용화 기술개발사업에 2637억을 면제하겠다며 많은 기업들이 소재부품산업에 적극 나서주길 당부했다.


▲ 성윤모 산자부 장관과 여당 의원들이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신소재산업 국산화의 숙제

하지만 정부가 대책을 내놓고 지원금을 풀고 예타를 면제하겠다고 나섰지만, 그간 정부 지원금들이 대기업 등 안전한 곳 위주로 흘러가는 점은 지적할 사항으로 꼽을 수 있다.

또한 19년간 소재부품산업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실질적 이익은 일본에 뺏긴 ‘가마우지형 경제구조’ 개선도 시급한 문제로 지적된다. 그리고 정권마다 소재부품 사업에 대한 정책이 다른 점도 지적할 대목이다. 지난 2013년 정부는 글로벌 시장을 점유할 ‘200대 소재부품’ 정책을 내놨지만 2016년에는 그 수가 50대 과제로 대폭 줄었고 이에 따라 매년 지원금의 숫자로 들쭉날쭉할 수 밖에 없다.

신소재로 자동차에 들어가는 PCT 케이블을 개발해 미국과 일본등 해외 자동차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김경도 진영글로벌 대표는 “정부관계자들에게 몇 번 씩이나 투자 설명회를 하고 대출을 받으러 갈 때 마다 ‘소재부품 사업은 투자가 안된다’라고 이야기를 들으며 씁쓸히 발길을 돌렸던 기억이 있다”며 그 간의 정부의 지원정책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같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정부의 중소기업 차별에 대해 이건재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그 간의 정부 정책은 기술이 아니라 발표를 누가 잘했느냐 또는 얼마나 명성이 있느냐 네트워크가 있느냐에 따라 예산이 지원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정부지원이 이번 만큼은 제대로 된 적재적소에 지원이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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