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언론 로비 등에 관해선 "모른다" 일관


▲ 2019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가 열린 27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최창원 SK케미칼 전 대표가 피해자 및 가족들에게 고개숙여 사죄하고 있다. 청문회 첫날인 이날 주요 의제로는 가습기살균제 최초 개발 경위와 판매과정 및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의 안전성 시험 관련 정부 책임 등의 문제가 채택됐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이지현 기자 |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수천 명의 피해를 불러온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해 8년 만에 입을 열었다. 이들은 죄송하다면서도 청문회에서 받은 대부분의 질문엔 대답하지 않았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27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를 열었다. 이번 청문회는 오는 28일까지 이틀간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청문회에는 SK케미칼 전직 대표이사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김철 SK케미칼 대표, 양정일 SK케미칼 법무실장 전무, 이광석 SK케미칼 커뮤니케이션실장, 최상락 전 유공 연구원,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박찬영 AK홀딩스 상무, 송기복 애경산업 경영지원부문장 상무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청문회에선 SK와 애경 두 회사 간 협의체 운영과 대관·언론 로비, 증거인멸 의혹, 안전성 검증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이 집중 제기됐다. 두 회사는 옥시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원료사, 판매사다.
이날 두 그룹 측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일어난 지 8년만에 고개를 숙였다.
최창원 전 SK 대표이사는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켜서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SK케미칼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보고 고통을 받으신 피해자분들, 또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방청석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또 채동석 애경그룹 부회장도 “곧 재판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그에 맞는 대응을 하고 사회적 책임도 성실하게 지겠다”며 “피해자 분들이 악질기업, 살인기업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제가 부회장에 있는 동안 전부 안고 가겠으며 이번 기회에 국민의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관한 특조위의 질문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조위는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이 함께 협의체를 꾸려 사안에 대응했는지, 증거인멸을 시도한 적이 있는지, 고객들의 불만 사항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이유가 뭔지를 집중 질의했으나 두 그룹 증인들은 모든 질문에 대해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부인했다.
이에 방청석에서 청문회를 지켜보던 피해자 가족들은 “똑바로 말하라”, “사과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28일 진행될 청문회에서는 군 복무 중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돼 건강이 악화된 피해자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특조위는 군 당국이 피해자 조사 등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해 추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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