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조국 법무부장관 내정자에 대한 각종 비리 의혹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자신의 가족이 얽히고 설킨 학교재단, 사모펀드, 자녀의 논문과 대학 입학 관련 의혹 등이 어지럽게 파헤쳐지고 있다. 당사자는 ‘불법행위는 결코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여기에다 조 내정자가 평소 쏟아냈던 발언과 기고 등이 자신 또는 그의 가족이 행한 실제와는 딴판임이 만천하에 드러나 많은 사람들을 분노케 한다. 행위의 불법 여부는 ‘살아있는 권력도 예외 없이 파헤치라’는 대통령의 주문과 함께 출범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에 달렸다.

의혹의 불법 합법 판가름은 일단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불법 여부보다 훨씬 큰 가치’에 관해 더 큰 좌절과 분노가 있음을 우리는 절감하고 있다. 그가 장관이 되건, 낙마하건 관계없이 조국이 이 사회에 던진 도덕성 문제는 국민의 뇌리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교수 생활 24년차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로서 이 글을 쓴다... 조국 교수 딸의 장학금 수혜 관련 사실관계를 파악하려는 기자들로부터, 그리고 장학금 기부를 끊고 싶다는 동문 가족의 전화를 받느라 업무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내 마음이 불편한 건 이 일이 우리 환경대학원 재학생과 졸업생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들이(너희들이) 느낄 자괴감과 박탈감 때문에 괴롭고 미안하다.

이들에게는 환경대학원이 인생의 전부다...스스로 이 분야의 전문성을 증진하여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고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 한다. 100만원의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기 위해 수업에 최선을 다한다. 국제학회 발표를 위해 밤잠을 자지 않고 논문을 작성한다...

법 이전의 숭고한 가치, 윤리 배려 책임성

그런데 누구에게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이 너무 쉽고 가벼운 곳이다. 의학전문대학원이라는 목표 앞에 잠시 쉬어가는 정거장이다... 학업에 최소한의 성의를 보였어야 마땅하다. 게다가 동창회로부터 상당한 액수의 장학금까지 받았다...


환경대학원이 12명을 뽑는데 46명이 지원, 네명중 세명은 탈락했다. 그의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해 동년배 친구들을 희생시킨 것이다. 장학금까지 받는다. 이것은 합법과 불법의 문제가 아니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공유하고 공감하는 훨씬 큰 가치가 있다. 윤리 배려 책임성 같은 가치 말이다.

이 학생의 아버지는 정의(正義)를 최고 가치로 삼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조국 교수에게 2014년 자신의 딸의 일련의 의사결정 과정과 행태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묻고싶다... 결과적으로 다수의 학생을 떨어뜨리고 입학한 대학원에서 한 과목 수업을 듣고 1년간 800만원이 넘는 장학금을 받는 꼴이 됐다.

괴롭고 미안하다, 그러나 더 당당히 노력하자

조국 교수가 집에서 자식을 이렇게 가르쳤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평소 조교수의 밖에서의 주장과 안에서의 행동 사이에 괴리가 너무 커 보여 마음이 몹시 불편하다...


사랑하는 환경대학원 학생들에게 말한다. 이번 일로 자괴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박탈감을 가지 필요 없다. 더 당당히 열심히 수업 듣고 공부해서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는 여러분의 꿈을 실현하기 바란다.


우리 교수들도 더 열심히 가르치고 연구해서 여러분이 정말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약속한다 >


- 이상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의 글 (사랑하는 제자들, 한국의 모든 젊은이들의 가슴에 절절이 와 닿는 참 스승의 글이어서 길게 발췌했습니다. 홍교수님 허락 없이 인용한 점 양해 바랍니다 )

조국 파문을 보면서 사회가 던진 화두 몇가지를 보자.

‘신분사회에서 마지막 희망, 절차적 공정성이 훼손됐다’

‘반칙과 특권이 동원되어 무한 리필한 스펙, 스펙 쌓기 신공(神功)’

‘황제 장학금, 금수저 전형’

다수 국민들이 분노하고 허탈해 하는 것은 지도층의 언행불일치(言行不一致)이다. 특히 추상같은 말투와 글로 정의를 설파한 법학교수 조국, 그러나 그의 행동은 과거 그가 했던 말과 글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우리를 슬프게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길 기대합니다.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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