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개표. (사진=현대차 노조 제공)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자동차 업계 맏형 격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조합원 찬반투표 끝에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했다. 이로써 현대차 노사는 8년 만에 파업 없는 ‘무분규 임단협 타결’에 이르게 됐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를 제외한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노사 관계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올해 임단협 과정 곳곳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와 내수 침체 등 악재가 산적한 가운데 노사 갈등 장기화까지 겹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역성장’ 우려에 휩싸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2일 전체 조합원(5만1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결과 4만3871명(87.56%)가 투표해 2만4743명(56.40%) 찬성으로 가결했다. 반대는 1만9053표(43.4%)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27일 열린 22차 교섭에서 △임금(기본급) 4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150%+320만원(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포함) △임금체계 개선에 따른 미래 임금 경쟁력 및 법적 안정성 확보 격려금(200~600만원 근속기간별 차등 지급/우리사주 15주)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파업권을 확보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 없이 임단협을 타결한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또 현대차 노사는 ‘상생협력을 통한 자동차산업 발전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협력사의 안정적 물량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차량용 부품·소재 산업의 지원과 육성을 통한 국산화에 매진해 대외 의존도를 축소하는 등 부품 협력사와의 상생협력 활동을 지속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실제로 현대차 노사가 8년 만에 무분규 임단협 타결에 이른 배경에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감에 양측이 공감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현대차 노조는 앞서 잠정합의안 도출 직후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에 따른 세계 자동차 산업 및 한국 자동차 산업의 침체와 구조조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침체국면에 진입하고 자동차 산업의 주변상황이 급변하는 것도 중요한 고민지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간 ‘강성노조’로 불리며 임단협 시즌만 되면 우려를 불러일으키던 현대차 노조의 이번 결정에 각계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사 간 협력관계가 절실히 요구된다”며 “이번 현대차의 무분규 합의가 우리나라 전반에서 노사관계 선진화를 정립하는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현대차 노사는 내외 경제여건의 변화와 자동차 산업의 어려움을 고려해 분규 없는 임단협 타결과 소재·부품의 국산화 등을 결단했다”며 성숙한 결단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8년 만에 파업 없는 임단협 타결을 이끌어내며 실적개선에 시동을 건 현대차와 달리 실적부진에 빠진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는 올해 임단협을 두고 노사 갈등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먼저 한국GM은 노사가 임단협 과정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며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오는 6일까지 사측이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9~11일 주·야간조 각각 8간씩 전면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7월 9일부터 사측과 8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한국GM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등을 골자로한 임단협 요구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사측은 경영상황 악화 등을 이유로 임금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GM의 지난 5년간(2014~2018년) 누적 적자는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에도 8594억원의 적자를 냈다. 수익성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인 만큼 노조의 요구를 현재로서는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2일 상견례를 가진 뒤 본격적인 교섭을 앞두고 있지만 벌써부터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임금을 비롯해 구조조정을 두고 양측의 대립이 예상된다.

르노삼성 사측은 2012년 이후 7년 만에 450여명 규모의 대규모 인력감축을 예고했다. 연간 10만 대에 달하는 닛산 로그 위탁생산 계약이 끝나고 후속물량 확보도 확정되지 않아 시간당 차량 생산량(UPH)을 기존 60대에서 45대 수준으로 낮추는 것에 대한 조치다. 반면 노조는 “조합원 의사와 관계없는 일방적 구조조정은 절대 반대한다”며 투쟁을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 노사분규가 올해도 재현될까 우려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 협상을 두고 1년 가까이 교섭과 파업이 교차되는 진통을 겪었다. 결국 지난 6월 24일 ‘공동선언문’을 선언하고 임단협 조인식으로 지난해 교섭을 마무리 지었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되풀이되는 노사갈등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라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침체되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노사간의 화합으로 회사 발전에 힘써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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