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 대부분 사용방법 몰라… 박원순 시장도 제로페이 대신 카드써


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율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제로페이가 취재결과 소상공인과 고객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었다.


지난달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중랑구에 제로페이 가맹점이 아닌 상점들에게 가입을 권유하고 결제 시스템을 알려주는 ‘제로페이 홍보맨’을 고용했다. 서울시는 이들의 인건비 등으로 세금 22억4100만 원을 투입했다.


<투데이코리아>는 중랑구의 제로페이 사용 현황을 확인하고자 서울 중랑구의 동부시장 일대와 중화역 부근 카페·음식점 등 15곳을 가본 결과 이중 11곳에서 제로페이 결제가 불가능했다.


제로페이 가맹점인 한 카페에서는 점주가 “저는 잘 모르는데 손님이 할 줄 아시면 해보세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음식점에서는 “그냥 카드로 (결제)하세요”라며 귀찮은 내색을 보였다. 심지어 제로페이 가맹점 스티커를 붙여놓고도 “제로페이로는 안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점주도 있었다.


▲ 제로페이 가맹점. 사진=편은지 기자



◇ 중랑구 음식점·카페 15곳 중 11곳은 결제 불가하거나 방법 몰라


소상공인 중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방법을 모르는 점주도 있었다. 중랑구의 한 카페 점주에게 제로페이 가입 당시 사용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았냐고 묻자 “알려줬는데 쓰는 사람이 없다보니 잊어버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제로페이로 결제가 가능한 곳은 15곳 중 4곳 뿐이었다.


제로페이로 결제가 가능하다며 매장 앞에 스티커가 붙어있지만 사실상 점주는 결제 방법조차 모르고 있었다. 또 다른 제로페이 가맹점에선 한 달에 제로페이로 결제하려는 손님이 몇 명이나 되느냐고 묻자 “한 달에 한 명도 보기 힘들다”고 대답했다.


서울시에서 수십억 예산을 쏟아부어 가맹점 늘리기에 나섰지만 실제 결제가 가능한 곳은 취재 결과 15곳 중 4곳으로 26.7%에 그쳤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서울시 제로페이 결제시연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로페이 사용자 “쓰고 싶어도 안 받아줘 사용 못 해”


그렇다면 제로페이 사용자들은 어떨까. 제로페이 사용자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결제하러 온 고객 50명 중 11명 가량은 한번이라도 사용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까지 꾸준히 이용했다는 사용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들이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사용하기가 불편해서’, ‘매장이 적어서’, ‘점주가 방법을 몰라서’ 등이었다.


29세 직장인 최모씨는 제로페이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느냐는 질문에 “항상 쓰려고 노력은 하지만 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유로는 “소득공제 40%라는 말에 쓰기 시작했는데, 쓰고 싶어도 도입된 매장이 적어서 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며 “집 앞 슈퍼마켓이나 작은 매장에 들어가면 제로페이가 뭔지 모른다고 할 때가 많고, 결제 시스템을 매장에 달아놓고도 점주조차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또 33세 한모씨는 제로페이 사용 자체가 불편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카드를 내는 것과 비교해 어플에 들어가서 QR코드를 띄우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번거롭다”며 “편의점에서 제로페이로 결제하려고 하면 어플에서 창을 띄우는 동안에 사람들이 뒤에 기다리고 있어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공제 40%도 일년내내 써야 공제가 크지, 쓰고 싶어도 도입된 매장이 적어 사용량이 적다보니 공제가 얼마 안될것 같아서 또 안쓰게 된다”고 설명했다.


제로페이의 상용화가 얼마나 진행됐는지에 대해 총 11명의 사용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직 멀었다”, “망할 것 같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긍정적인 답변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들은 모두 제로페이가 내건 ‘간편결제’의 측면에 전혀 동의하지 못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종로구 역사책방을 방문해 제로페이 10만호점을 알리는 스티커를 부착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혈세(血稅)먹는 하마’, ‘관치페이’… 오명 씻을 수 있을까


제로페이의 가맹점은 지난 7월 기준 27만 개로 늘어 카카오페이 가맹점 수를 넘어섰다. 지난 6월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감독원에서 제출한 제로페이 사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제로페이가 출시된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올해 5월 10일까지 제로페이 사용 건수는 36만5000건, 사용금액은 57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사용 건수, 사용금액과 비교했을 때는 현저히 떨어졌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신용카드 사용 건수는 49억 건, 사용금액은 266조 원이었으며 체크카드 사용 건수는 32억 건으로 사용금액은 74조 원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사실상 제로페이 사용율은 신용카드, 체크카드 사용에 비해 (수치로만 보면) 외면 받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제로페이에 추가경정예산으로 인프라 구축에 50억 원, 홍보·마케팅 비용으로 26억 원 등 총 76억 원을 추가로 배정했다.


이에 대해 박맹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지난 6월 “올해 제로페이에 정부 추가경정예산 76억 원이 추가로 배정됐다”며 “정부와 서울시가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제로페이에 홍보와 가맹점 확장 명분으로 이미 98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사용해 놓고도 여전히 지방공무원들에게 제로페이 확장만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는데도 계속해서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는다’는 지적은 제로페이 출시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제로페이가 ‘세금먹는 하마’, '혈세먹는 하마’ 등의 별명을 얻게된 이유다. 또 기업이 아닌 관(官)이 개입한 정부 주도 사업이라는 점에서 관치 논란까지 불거져 ‘관치페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심지어 지난 7월에는 박원순 서울시장마저 제로페이보다 카드결제를 더 많이 한다는 내역이 공개돼 한차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제로페이는 실패페이다”라며 “정부가 경쟁집단이 들어서지 못하게 다 막아놓고 인위적으로 고비용을 들여가며 가맹점을 모집하고 수수료를 낮춰준다고 생색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 대표는 “정부에서 관여할게 아니라 제로페이에 들어가는 재원을 시장환경이 조성되는데 지원해줘야 한다”며 “제로페이에 쓰는 재원을 시장에 보조해 줌으로써 시장환경의 변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과 자세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행히 8월 2일 추경 심사에서 제로페이의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이로써 기존 배정됐던 76억 원의 세금 지출은 한차례 막은 셈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으로 야심차게 출시한 제로페이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현재로서는 제로페이에 붙은 오명을 당분간 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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