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1000만 시대에 접어들며 최근 펫팸족(Pet+Family), 펫코노미(Pet+Economy) 등의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들은 내 반려동물이 먹는 음식과 입는 옷이 아무리 고가라 하더라도 결제를 망설이지 않는다. 펫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유통업계에서도 펫팸족을 잡으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을 위한 한복, 피자 등이 출시됐다. (사진=뉴시스)

◇ 반려동물 맞춤 한복, 펫 피자… 반려동물 시장 ‘들썩’


지난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추석 기간 반려동물을 위한 추석 선물 세트의 인기가 지난 해에 비해 더 높아졌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명품관 반려동물용품 편집매장 ‘펫 부티크’에서 반려동물 한복 맞춤 서비스를 선보였다. 반려동물의 목둘레와 가슴둘레, 등 길이 등을 재면 사이즈에 맞게 한복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제작 비용은 약 20만 원 전후다. 일반 서민들에게는 저렴하지 않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처음 선보인 뒤 올해 매출이 60%가량 급증했다.

SSG닷컴에서는 명절을 맞아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를 출시했다. 지난 6일 SSG닷컴은 “반려동물 돌봄서비스 스타트업인 ‘페팸(PeFam)’과 손을 잡고 전문 펫시터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펫시터들은 교육을 100시간 이상 이수한 전문가들로만 선정했다. 송금아 SSG닷컴 생활팀 반려동물담당 바이어는 “시중에 나와있는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을 겨냥해 전문업체를 입점시켰다”며 “소비자 신뢰도가 높은 SSG닷컴의 플랫폼을 통해 기존 고객은 물론 신규 고객의 유입도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피자전문브랜드 미스터피자에서는 지난 3일 반려동물 용 피자인 ‘미스터 펫자’를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이 피자는 소화가 어려운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도우를 만들고 유당분해능력이 없는 동물도 먹을 수 있는 락토프리 무염 치즈를 사용했다.

이외에도 반려동물과 함께 쇼핑을 할 수 있는 대형 쇼핑몰도 생겨났다. 대형 쇼핑센터인 스타필드 하남·고양·위례점에서는 목줄과 배변 봉투를 소지했다면 식료품 매장을 제외한 쇼핑몰 전 구역에서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하다. 이에 최근 여의도 IFC몰, 롯데프리미엄 아웃렛 기흥점 등 반려동물과 동반 입장이 가능한 쇼핑몰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 미스터 피자가 지난 3일 반려동물이 먹을 수 있는 피자인 '미스터펫자'를 출시했다.

◇ “내 반려동물에게는 최고만 먹인다”… 펫푸드 고급화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내 반려동물에게는 최고만 먹인다’는 인식도 늘고 있다. 최근 펫팸족들은 시중에 나와있는 반려동물의 사료와 간식을 고를 때 가격이 저렴한 것보다 수제, 유기농 등이 붙은 고급 사료, 간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반려견의 영양과 건강을 고려해 단백질, 비타민, 광물질 등의 성분으로 만들어진 고급사료(Premium, 건·습사료 1만 원 이상)의 국내 사료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5년 56%에서 2018년 62%로 증가한데 이어 2020년 65%를 점유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가장 낮은 가격대인 일반사료(Economy, 건사료 4000원 이하, 습사료 5000원 이하)의 점유율은 2015년 30%에서 2018년 23%로 감소한데 이어 2020년에는 20%까지 축소될 것으로 예측됐다.

반려묘의 경우 △프리미엄(건사료 1만 원 이상, 습사료 1만3000원 이상)사료는 같은 기간 56%~58% △미들프라이스(건사료 5000원~1만 원, 습사료 1만 원~1만3000원) 13%~14% △이코노미(건사료 5000원 이하, 습사료 1만 원 이하) 28%~31% 등으로 각각 조사됐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거주하는 이모(27)씨는 2년 전부터 기르는 반려묘의 사료를 고르는 기준에 대해 “가격보다는 기능성 사료나 성분이 좋은 것을 산다”고 말했다. 이모씨는 “가격이 저렴한 사료나 간식은 꼬미(반려묘 이름)에게 안좋을 것 같다. 추천받은 (고가의) 사료를 먹이고 나서 꼬미의 모질이 좋아지고 설사가 멎었다”며 “간식도 조금 비싸더라도 수제, 동결건조된 것들을 주로 산다”고 말했다.

문화관광부·농촌진흥청·한국펫사료협회가 2018년 8월 31일~9월 17일 일반국민과 반려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최근 1년간 반려동물 항목별 평균 지출내역을 보면 반려견의 경우 사료구입이 26만7000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간식은 17만9000원으로 나타났다. 반려묘는 사료구입에 17만 원, 간식 10만 6000원 순이었다.

2마리의 반려견을 기르고 있는 서울시 중랑구 중화동에 거주하는 조모(30)씨는 반려견의 사료구입에 매달 15만 원을 지출한다. 조모씨는 “중형견 2마리를 기르는데 매달 사료값, 간식값을 포함하면 20만 원을 넘게 쓴다”며 “모질 관리나 소화를 돕는 영양제도 두달에 한번씩 사고 있다”고 밝혔다.

▲ 한국소비자원의 조사결과 반려동물의 사료, 간식 등의 허용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위생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 방부제 첨가, 대장균 검출… 펫푸드 ‘위생 취약’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펫푸드에 대한 허용기준이나 규격은 미비한 상태다. ‘수제’, ‘유기농’ 등 반려동물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다던 고가의 사료나 간식의 위생이 보장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소비자원이 지난달 27일 시중에 유통ㆍ판매 중인 반려동물용 수제 사료 및 간식 25개 제품에 대한 안전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분함량이 60%를 초과하는 사료 2개 제품 중 1개 제품에서 세균수가 최대 1.1×106, 대장균군이 최대 2.0×102 검출됐다고 밝혔다.

방부제를 첨가하지 않았다고 광고했으나 보존제가 검출된 제품도 있었다. 소비자원의 조사 결과 25개 제품 중 15개 제품은 ‘방부제 무첨가’, ‘無방부제’ 등으로 표시ㆍ광고하고 있었으나 이 중 7개 제품에서 소르빈산 등의 보존제가 검출돼 표시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값이 비싸더라도 더 건강하고 깨끗한 음식을 먹이겠다는 반려인들의 소비패턴을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원은 “농림축산식품부에는 반려동물용 수제 사료 및 간식의 제조ㆍ유통 단계에 대한 위생 관리ㆍ감독 강화, 수분 60% 초과 사료 및 단백질류를 포함하고 있는 냉동사료에 대한 대장균군 등 위해미생물의 기준 추가 및 세균발육 시험법 마련, 소르빈산 등 화학적 합성품의 허용기준 마련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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