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강원도 양양에서 열린 쉐보레 트래버스 공식 출시 행사에 참석한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사측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GM 노동조합이 자사 신차를 구입하지 말자는 이른바 ‘셀프 불매운동’ 소식과 관련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불매운동으로 회사를 압박해 임금 인상 등 이익을 얻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 노동자의 미래를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23일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투데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노조가 수입차 반대 입장을 밝힌 이유는 ‘우리가 생산해서 팔 수 있는데 왜 수입을 해서 팔려고 하느냐’는 의미”라며 “노조는 수차례 수입차를 국내 생산하자고 제안했지만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다른 제조사들이 시장에 비슷한 급의 신차를 투입하자 뒤늦게 수입차를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GM 노조는 지난 19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재개와 수입차 불매운동 기자회견 등을 골자로 한 투쟁지침을 발표했다. 노조가 언급한 수입차는 최근 출시된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트래버스’와 중형 픽업트럭 ‘콜로라도’다. 이 두 모델은 한국GM 공장에서 생산하지 않고 미국 현지에서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노조가 수입차를 불매운동 타깃으로 거론한 이유는 해당 차량이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지 않고, 미국에서 수입해 판매하기 때문에 한국GM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수입차 판매 증가는 곧 국내 생산 물량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노조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한국GM이 국내 판매에 나선 쉐보레 브랜드 모델 중 미국GM에서 수입한 모델 비중을 점점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GM은 미국GM으로부터 콜로라도와 트래버스를 포함해 6종의 수입차를 판매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생산 모델(5종)보다 많다.

또 당장 2022년 부평2공장 폐쇄가 우려되는 상황에 사측이 생산물량 배정 등 뚜렷한 계획을 내놓지 않은 점도 노조가 강경노선을 밟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우리 노조는 단순히 돈을 더 달라고 투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2022년 공장의 미래를 보장해 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노조가 수입차 판매를 반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언론과 업계에서는 ‘제발등찍기’, ‘자해행위’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부평2공장은 2022년 이후 생산할 차종이 없다는데 보고만 있어야 하나”라며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단행하겠다는 의도를 알면서도 노조가 조용히 있어야 되는가”라고 밝혔다.

반면 사측은 해외에서 검증된 경쟁력 있는 모델을 국내로 들여와 판매함으로써 내수 판매 회복에 시동을 걸겠다는 계획이다. 비록 수입 판매지만 이들 모델이 판매 호조를 보일 경우 한국GM의 매출과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GM의 우선 과제는 경영정상화다. 올 1~8월 내수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17.2% 줄었고, 지난 5년간(2014~2018년) 누적 적자는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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