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끝내 조국이 법무부장관으로 일할 수 있느냐, 아니냐는 검찰의 손에 달린 듯 하다. 그것도 시계의 초침이 딸깍거리며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무려 두 달을 향해 달려가는 조국 사태는 온 나라를 혼돈으로 몰아넣었고, 분열을 초래했다. 장관 한사람 임명하는 문제를 놓고 이처럼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을까 싶다.

결론은 어느 쪽으로든 나게 되어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국민들을 피곤하고 화나게 만든 원인은 뭘까. 우선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독선적인 인사와 좁은 인재풀을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그건 다 아는 얘기고, 이번 조국 사태의 경우는 좀 다르다. 엄청난 혼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주변으로부터의 직언(直言)이 없다는 점이다.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이 있고, 인사 관련 검증 등을 하는 민정수석도 있다. 이들이 민심과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대통령에게 직언하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또 직언하는 충신들이 안보인다.


여기에다 집권여당의 무력감은 더할 나위가 없어 보인다. 대통령에겐 중요한 순간에 충간(忠諫)할 멘토도 있을 것이고, 사회 원로(元老)들로부터의 의견 수렴 방법도 일을 터이다.

그럼에도 이 모든 장치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도 실수할 수 있고, 오판할 수 있다. 그럴 때 바로잡아 주는 직언 세력이 있어야 할 터인데, 문 대통령은 그런 시스템이나 인적 자원을 갖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촛불 시위가 천지를 뒤흔들 때 박근혜 전 대통령도 측근 어느 누구로부터 그 심각성을 경고 받지 못했다. 그의 성품으로 보아 경고를 쉬 받아들였을지도 의문이지만, 어쨌든 당시 대처방식을 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직언 참모가 없었다고 보여진다. 그 결과가 바로 탄핵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바른 말, 직언하기가 어려운 시대

세상은 시끄럽다. 조국이 법무부 장관을 해선 안된다는 국민 여론이 과반이다. 대학생들의 분노 분출에 이어 수천 명의 대학교수가, 변호사들이, 의사들이 장관 임명에 반대한다.


그럼에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조국 변호에 안간힘을 다한다. 온갖 궤변과 구차한 명분을 들이대며 조국을 엄호하는 세력들이 참으로 측은해 보인다. 그들의 언행은 대통령의 판단에 도움을 주기는 커녕, 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들 뿐이다.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직언을 하거나 소신 발언을 하는 사람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신상 털기 등 SNS상의 폭력이다. 왠만한 용기가 아니고선 이 시대에 바른 말 하기 어렵다.


한 예로 청문회 등에서 조국에 비우호적인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여당의 몇 국회의원이 곤욕을 치른다. 정의당의 데스노트와 관련, 당원 탈퇴를 신청했다는 이유로 진중권 교수가 어느 작가로부터 듣기 거북한 비난을 받는다. 건전한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다.

어떤 이들은 조국 가족 수사와 관련, “검찰이 이처럼 까발리면 살아남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검찰이 과잉 수사를 한다고 비난한다. 얼핏 들으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혐의가 계속 불거져 나오는데 덮으라는 얘긴가.


아무리 까발려도 깨끗한 사람이 더 많다. 보통 시민들은 다 그렇다.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까지 끌어들여 자신들의 악취를 덮으려 해선 안된다.

도끼 옆에 놓고 상소는 못하더라도..

조선 시대 충신들은 도끼를 옆에 놓고 임금에게 쓴 소리 상소(上訴)를 했다. ‘내 말을 들어주든지. 내 말이 틀렸으면 이 도끼로 나를 내치소서’라는 직언이다.


이 뿐인가. 성균관 유생들은 조정의 일 처리가 잘못되면, 임금의 행위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당당하게 왕에게 저항했다.

상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출근을 거부하기도 했고, 식당에 가지 않는가 하면(일종의 단식), 심지어는 곡(哭)을 하며 대궐로 행진하는 가두시위도 벌였다고 기록은 전한다.


전제군주 하에서도 이랬을진데, 오늘날 사라진 직언은 슬프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만고의 진리도 직언을 수용하고, 자리 걸고 직언할 수 있는 풍토에서나 통하는 얘기일 것이다.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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