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종부세 등 감면 축소, 사업자 반발로 혼란 자초

▲ 김성기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주택 소유에 집착하는 인식을 거주 중심으로 바꿔 주택과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던 임대주택 활성화 정책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 40년간 추진해온 임대주택육성 방안이 갑자기 세금감면 혜택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최근 임대사업을 포기하는 사업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와 여당은 또 전월세 계약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해 사업자들의 정책 불신이 커지고 있다.

임대주택 활성화를 통해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목표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확고해 보였다. 2017년 12월에는 임대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해 의무임대기간을 채운 장기임대 사업자에게 재산세와 소득세 양도소득세 등 세금감면 폭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듬해 9월 등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이 과도해 투기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있다며 지금까지 정책을 뒤엎는 조치를 내놓았다. 임대사업을 부동산 투기의 온상으로 몰아세우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른바 9.13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서울 등 청약조정지역내 신규취득주택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해도 양도세 중과배제,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등 핵심 감면조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6월 현재 전국의 등록 민간 임대주택사업자는 44만명, 임대가구 143만 채로 집계된다. 2017년 말 24만9천여명 등록 사업자가 98만 채를 임대 중이었는데 임대등록 활성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정부 발표를 믿고 새로 등록한 사업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사업자 30명이 1만1천 채를 보유하는 등 집중 현상도 보였다. 하지만 대규모 사업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거주 중이거나 새로 매입한 단독주택 1가구를 다세대주택으로 다시 지으면서 세대별 여러 채로 나누어 소유권 등기를 하고 임대에 나선 중소규모 사업자가 대부분이다. 단독 1가구를 재건축하면서 다세대주택으로 분할 등기를 하면 다주택 보유자가 되고 분할하지 않고 다가구주택으로 등기하면 종전대로 1가구 보유로 집계된다. 대략 대지 330㎡ 이하의 단독주택을 4~5층으로 올려 다시 짓고 소형 다세대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외형상 주택 10여채를 가진 다주택자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소 사업자들은 그동안 정부의 임대주택 활성화 정책을 믿고 사업장 신고와 등록을 마치고 꼬박꼬박 소득세를 물면서 시책에 따라왔는데 갑자기 다주택 투기세력으로 몰아 세금감면을 줄이겠다는 발상에 반발하고 있다. 세금감면을 늘려주겠다고 밝힌 지 1년도 채 안 돼 정책 방향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면 누가 정부를 믿고 따르겠느냐는 것이다. 국토부의 정책 기조가 바뀌게 된 배경에도 불신이 적지 않다. 정밀한 현장 실사와 여론 수렴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이념성향이 강한 일부 전문가나 교수의 의견이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정부 여당이 불쑥 내놓은 전월세 계약기간 4년 연장 방안은 사업자들의 불신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면서 임대시장이 동요하는 조짐이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등록 임대사업자가 의무임대기간을 못채우고 집을 팔면 감면받은 세금을 반납해야 하고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하지 못하면 이달 24일부터 인상된 과태료 3천만원까지 물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서울지역 구청별로 사업자등록 말소신청이 늘고 있다. 소형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해온 사람들은 집을 팔려고 해도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하지 못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해 거래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부동산 업계는 집값이 뛰어도 한동안 안정됐던 전월세 임대시장이 최근 흔들리는 모습에 긴장하고 있다. 등록임대사업의 감면 효과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면서 무등록 임대가 다시 늘어 임차인 보호에 허점이 나타날 우려가 없지 않다. 계약기간 4년 연장 방침의 영향으로 임대료 산정에 벌써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고 한다. 게다가 김 장관이 부처간 협의도 충분히 거치지 않고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시행하겠다고 밝힌 이후 아파트 값이 널뛰기하는 현상까지 나타나 부동산정책 전반에 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정책 일관성을 잃어 신뢰를 상실하면 시장은 혼란에 빠지고 그 피해는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를 놓고 진영논리에 집착한 갈등이 날카로워지고 한반도의 안보지형까지 흔들리는 시기다. 가뜩이나 대내외 시장여건이 어려워 경제성장이 떨어지고 고용이 위축된 시기에 전월세 시장의 불안까지 겹치면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눈앞의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정책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신중한 결정이 아쉽다.<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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