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비무장지대(DMZ) 내 야생맷돼지 폐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되며 북한에서의 유입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4일 오후 경기 파주시에서 철책 너머로 개성 일대가 보이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최한결 기자 | 8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 최초로 발생한지 3주째에 접어들면서 정부가 펼칠 초동 대응 시간이 지났다.
지금까지 경기 북부를 중심으로 강화와 인천 일부 지역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더 이상의 확진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방역본부는 이 지역들을 중점관리지역으로 설정하고 방역과 돼지의 이동 제한 등에 중점으로 두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렸다.

또한 지난 3일 이후 5일째 추가 확진 사례가 나오지 않으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이 소강상태에 이른 것으로 분석도 나오고 있다.

충북지역에서 의심 신고가 잇다랐지만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고, 예방적 살처분과 방역 조치가 어느정도 성과를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아직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발생 원인은 나오지 않고 있다. 북한과 인접한 경기 북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점과 차량과 사람의 접촉이 제한되는 석모도의 폐농가에서도 확진 사례가 나왔다.

또한 파주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다시 연달아 발병한 적이 있어 방역 당국의 방역이 촘촘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지도 (농식품부 자료, 뉴시스 그래픽)

가장 큰 문제는 발병의 원인인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유입 경로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효율적인 방역을 위해선 감염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처음 겪는 가축 전염병인 데다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아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순민 방역정책국장은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역학(질병의 원인에 관한 연구) 조사 관련해 계속해서 업데이트(update)하고 있고, 정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리가 중간 단계에 이르렀을 때라도 가급적 밝히는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감염원인으로는 크게 3가지를 꼽는다. 감염이 된 돼지(멧돼지)를 접촉하거나,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잔반을 먹거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국가로 여행을 간 사람 등으로 인한 감염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초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 소재 농장은 외부로부터 접촉이 불가능하게 울타리가 쳐있으며, 잔반을 지급하지 않았고 농가 관계자가 감염 국가를 방문한 적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발생지역이 경기 북부에 몰려있는 점을 두고 북한이 원인이라는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 북쪽 부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된 멧돼지 사체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달 24일 서훈 국정원장의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북한 평안북도의 돼지가 전멸했다"며 "(북한에) 고기가 있는 집이 없다는 불평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은 "지난 5월 북한이 국제기구에 돼지열병 발병을 신고했고, 그 이후에 방역이 잘 안 된 것 같다"며 "북한 전역에 돼지열병이 상당히 확산됐다는 징후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 당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최초로 발생한 만큼 감염 경로를 정확히 규명하는데 최대 6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하면서 일단 급한 불인 살처분과 방역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1차 발생지인 경기 파주시 적성면 소재 농가가 소규모 농가였다는 이유만으로 방역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던데다 등록과 허가도 돼 있지 않은 불법 농장에서 감염 사례가 나온 만큼 책임에서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 생겼다.

해당 농가는 멧돼지와의 접촉을 막을 수 있는 울타리도 없고, 그간 주목된 잔반도 계속 지급했기 때문이다. 당국은 아직까지 그 농장이 운영돼 온 경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13개 농장을 기준으로 총 14만5546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농식품부가 마련한 ASF 긴급행동지침(SOP) 상 살처분 대상 범위는 농장 반경 500m지만, ASF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하면서 이를 3㎞까지 늘려 대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을 막지못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은 고친다'는 신념으로 축산농가의 청결과 위생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