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김영길 기자 | 러시아의 문호 안톤 체홉의 4대 희곡 중 하나인 “바냐 삼촌”이 극단 ‘물’에 의해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러시아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도시인의 세속적인 욕망과 시골 사람들의 순박함을 대비시키면서, 거듭된 절망과 후회 속에서도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바냐는 사랑하는 누이가 죽은 후, 조카 소냐와 함께 매부 쎄레브랴꼬프의 시골 영지에서 살아간다. 퇴직한 매부가 젊고 아름다운 후처 엘레나를 데리고 돌아오자, 바냐는 그토록 존경해 마지않았던 매부가 한갓 속물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고 실망감에 빠진다. 더구나 엘레나를 사랑하게 되면서 바냐의 괴로움은 더욱 깊어 간다. 매부가 영지를 팔고 도시로 가겠다고 선언하자 그 땅을 가꾸고 지키는 데 한 평생을 바친 바냐는 절망에 빠지는데....

우리의 삶이 결국 견디고 이겨내야 할 그 무엇이라면, 견디고 이겨내려 애쓰는 백 년 전 인간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할 또 다른 이유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2018년도 올해의 연출가상’ 수상자인 박정의는 금년 여름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3관왕에 오르면서 다시 한 번 그의 성가를 입증했다. 이번 공연은 한국이 인정하고 에딘버러가 확인한 박정의의 빛나는 연출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극단 ‘물’은 2017년 결성된 신생 극단으로서, 십여 년 전 시작된 ‘메리홀 연극 워크샵’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매년 두 차례 이상 수준급의 공들인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면서 그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대학로의 R&J씨어터, 시간은 11월 1일 8시, 2일 3시, 7시, 3일 4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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