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지난달 수출은 447억1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1.7% 감소했다. 무역수지는 59억7300만달러로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산업부 자료, 뉴시스 그래픽)

투데이코리아=최한결 기자 | 미중 무역분쟁 등의 대외 불확실성의 파급 영향력이 드세다. 10월 세계경제가 올해 마지막 분기만 남은 시점에 현실 실물경제 지수들이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 상품교역 증가율 전망치를 성장이 거의 없는 1.2%로 제시했다.
WTO에 따르면 지난 1일 세계경제 전망에서 올해 세계 상품교역 증가율이 전년 대비 1.2%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10년 새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특히 지난 4월 전망치(2.6%)에 비해 6개월 만에 또다시 대폭 낮췄다.
특히 제조업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무역분쟁의 여파로 실물경제의 핵심인 제조업이 타격을 받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세계 교역량이 감소하고, 하방 리스크가 극대화했다.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신흥국가는 그 수치가 더욱 도드라지게 느껴진다. 한국이 그렇다. 지난 8월 수출과 수입의 차이를 나타내는 상품수지가 67개월 만에 최소를 기록했다. 글로벌 제조업 부진과 반도체 단가 하락, 중국 경기부진이 이어지면서 수출이 대폭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지난해 중간재 수입 감소에 대한 기저효과로 감소폭이 수출보다 적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19년 8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8월 경상수지는 52억7000만 달러 흑자를 냈다. 경상수지는 지난 4월 6억6000만 달러 적자를 낸 이후 흑자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한 달 전(69억5000만 달러)에 비해서는 24.2%, 1년 전(82억5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36.1% 줄었다.
제조업 경기 위축은 경제 성장에 큰 축을 차지하는 투자에 악영향을 미쳐 글로벌 경기 침체를 몰고 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미국 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도 그나마 2%대 성장세를 유지하며 세계 경제에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미국 제조업 경기가 2개월 연속 위축 국면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나면서 세계 증시도 일제히 하락하는 등 요동쳤다.
▲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3일 발표한 미국의 9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6으로 8월(56.4)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ISM 홈페이지 캡처)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지난 1일(현지시간) 발표한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8로 집계됐다. 이는 8월(49.1)보다 낮은 것은 물론 2009년 6월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제조업 경기 위축은 가뜩이나 마이너스를 기록한 투자를 더욱 감소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저물가 현상도 큰 걸림돌이다. 한국은 지난 몇 년간 글로벌 물가 흐름과 비슷한 경향을 띄고 있다.
 
지난 1일 통계청이 내놓은 '2019년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20(2015=100)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105.65), 지난달(104.81) 대비 각각 0.4% 내렸고 0.4%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하락한 것은 1965년 전도시 소비자물가지수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상승률은 1966년부터 집계했다.
 
물가란 언뜻 보면 낮으면 낮을수록 좋아 보이지만, 반대로는 물가가 내려갔다는 것은 개인의 소비력이 낮아 떨어질 수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구매력과 직관되기 때문에 너무 낮은 물가도 경제에 치명적이다. 높은 물가는 소비자들의 높은 소비력을 역으로 증명하기 때문이다.
 
10일 한국은행의 조사통계월보에 실린 '글로벌 요인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추세 인플레이션에 대한 글로벌 요인의 영향력이 2013년 3분기를 전후로 확대되고, 상관관계도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의 추세 인플레이션은 글로벌 추세에 따라 금융위기 이후 지속 하락했다. 2001년~2008년 글로벌 추세 인플레이션은 평균 2.0%에서 2011~2018년 1.4%로 떨어졌고 같은기간 우리나라의 추세 물가상승률도 2.5%에서 1.7%로 떨어졌다.
 
한은 김병국 물가동향팀 차장은 "글로벌 요인의 영향은 각국의 GVC(글로벌 가치사슬) 참여도 등 대외 연계성이 높을 수록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공급망 참여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국가들보다 글로벌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것이다.
 
한편 한은은 오는 11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발표한다. 한은은 지난 7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당초 정부 전망치 2.4% 수준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정부가 7월 초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할 때는 미중 무역갈등이 하반기에는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고 일본 수출 규제 조치는 발생하지 않은 상태였다"며 "이를 감안해서 2%대 성장률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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