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충식 편집국장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 사회적 문제가 된 사건이 대학교수들의 정계진출이었다.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자신의 학문적 성취를 실현하려 하거나 그러한 활동을 통하여 정계 또는 관계에서 고위직을 얻으려는 교수들이 많았고 대학가를 중심으로 교수들의 무분별한 정치참여를 규제하기 위하여 윤리규정을 제정하는 움직임이 일어났을 정도였다.


정치에 참여하는 교수를 두고 ‘폴리페서(polifessor)’라고 부른다. 폴리페서란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교수를 일컫는 조어(造語)로 대학 교수직을 발판으로 입신양명을 꿈꾸는 행태를 보여, 주로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다.


이들은 깊은 학문적 소양과 전문성을 정치에 접목하여 사회발전에 도움을 주는 긍정적 측면보다는 정치권력을 추구하는 성향이 짙다. 국회의원 선거철이면 교수직을 유지한 채로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되면 장기 휴직을 하고, 낙선되면 다시 강단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수업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거나 관련 법을 악용하는 등 도덕성이나 양식을 저버린 행동을 하는 사례가 잦아 비난의 대상이 됐다.


무지와 지식 사이에서 정치인이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교수들의 지식을 빌리고 공부하는게 필요하다. 그렇기에 ‘폴리페서’는 궁극적인 목표에 따라 크게 두 부류로 나눌 필요가 있다.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현실정치에 뛰어들고자 하는 ‘전정한 폴리페서’와 일신의 영달을 위해 배워온 지식을 팔고자 하는 ‘사이비 폴리페서’가 그것이다.

사이비 폴리페서는 별다른 학문적 성과도 없이 권세가에게 선을 대어 뜻을 이루고자 하는 자들이다. 이는 그간 갈고 닦은 학문의 성과를 현실과 접목시켜 나라를 제대로 만들고자 하는 진정한 폴리페서와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조선조 당시에도 사이비 폴리페서가 횡행했다. 많은 사대부가 재상집이나 유력 고관의 집을 드나들여 앞날을 위해 선을 댄다는 뜻이다. 조선조 내내 ‘분경금지령’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분경금지령이란 고위 관리나 권문세가에 드나들며 관직을 청탁하는 일을 의미한다. 따라서 분경 금지란 관직 매매를 금한 것이다. 조선 2대 왕인 정종 때부터 분경 금지령이 내려졌고 3대 태종에 이르러서는 더욱 강화됐다. 어린 나이로 즉위한 6대 단종도 즉위 교서로 분경 금지를 다시 선포하였으며 그 대상에 대군들까지 포함시켰다.


권세에 빌붙는 행동을 조심해야한다.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대선 때마다 극성을 부리는 ‘폴리페서’들의 행보다. 원론적으로 보면 교수들의 정치참여는 탓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린 이미 사이비 폴리페서인 ‘정치교수’의 모습을 봤지 않은가?


사법고시는 패스하지 못해 성과도 없으면서 권력에 빌붙어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내고 이어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법무부 장관 후보에 올라 국민들 혈압 올라가는 청문회 과정을 보여줬고 일가족이 검찰 수사에 오르는 전대무민의 법무부 장관의 가족사를 봤다. 국론은 광화문과 서초 또는 여의도로 분열됐다. 이제 다시 서울대에 교수로 돌아간다고 하니 서울대생이 나서서 사이비 폴리페서가 대학으로 돌아와 교수가 된다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93%가 넘는다.


이제라도 사이비 폴리페서들을 걸러내고 한국 정치계의 한 단계 발전을 위해서라도 진정한 애국심을 가진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