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사무총장.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외국인 투자기업들은 한국에 대해 ‘투자매력도’를 충분히 느끼고 있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에 대한 우려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21일 전경련 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인가: 외국인 투자기업인에게 듣는다’ 특별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는 제임스 김(James Kim)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과 크리스토프 하이더(Christoph Heider) 주한 유럽상공회의소(ECCK)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올해 국내투자는 계속 줄어드는 반면 해외투자가 증가해 탈(脫)한국 우려가 커지고 있고, 이는 한국이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임을 증명한다”며 “기업환경을 개선해 국내·외 기업 모두의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국 상의 대표는 “한국의 ‘투자매력도’는 분명히 크지만, 아태지역 국가들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싱가포르, 일본, 중국, 홍콩이 대표적이며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도 해외 투자자에게 주목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제임스 김 회장은 “한국은 IT(정보기술), 인프라, 소비자 및 인적 자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고, 하이더 사무총장 역시 “5G(5세대 이동통신), 바이오, 자율주행 등 미래산업에서의 한국과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사람은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와 한국 시장에서만 초점을 맞춘 제도들이 향후 투자나 협력을 가로막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회장은 “갈라파고스 규제는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이 맞추기 불가능하다”며 “한국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해석하게 돼 투자가 어렵다”고 우려했다.

또 김 회장은 “한국이 미국의 6대 교역국임에도 미국의 3000만개 중소기업 중 불과 2만여개만 한국시장에 진출해 있다”며 “미국기업의 국내투자는 물론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양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개방형 혁신 생태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하이더 사무총장 역시 “한국기업 및 시장에 초점을 맞춘 규정들이 외국기업의 활동 뿐 아니라 한국기업의 수출에도 제약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정책에 대해서도 열띤 대화가 오갔다.

하이더 사무총장은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업들이 변화에 적응할 시간도 없이 급격히 인상된 최저임금은 혼란 그 이상”이라며 “앞으로의 최저임금 결정방식에 평균임금 외에도 생산성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노동조합과 기업이 협의할 때 무엇보다 객관적인 사실과 데이터에 기초해 논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한국 ‘노동시장 경직성’은 기업이 신규 고용을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노동 유연성 확대의 성공 예시로 기업이 쉽게 인적 자원을 고용하고 개인 역량에 따라 70, 80세까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미국의 ‘임의고용 원칙(At-will employment)’을 소개했다.

하이더 사무총장은 현재 정책의 일관성, 예측가능성, 신뢰성, 투명성, 국제 정합성 모두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정책 개선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 회장은 “한국의 준수비용(Compliance cost)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고 호소하는 외국 투자 기업들이 많다”며 “각종 조사와 감사에 있어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같은 CEO의 직접적 관리 대상이 아닌 부분까지 CEO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법안들이 한국에 도입되면서 많은 외국인 투자기업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와 기업간의 대화”라고 입을 모았다. 기업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등 충분한 소통과정이 있어야만 정책이 본래 의도와 달리 투자를 저해하는 부작용을 겪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좌장을 맡은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투자가 없이는 일자리를 만들 수도, 성장을 지속할 수도 없다”며 “투자주체인 기업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바탕으로 한국을 기업하기 좋은, 투자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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