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남기 (왼쪽)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종합감사에서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최한결 기자 | 최근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하는 등 디플레이션 전조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만큼 저물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금융안전보다 물가안정 중심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 연구위원은 28일 발표한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통화정책을 물가안정 중심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운용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연구위원은 우선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은 디플레이션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9월 물가 하락에는 일시적 공급 충격이 상당 부분 기여했고, 물가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도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부터 0%대를 지속하다가 지난 8월 0.0%를 기록하고 9월에는 마이너스(-) 0.4%까지 떨어졌다.

KDI는 비록 경기 침체를 동반한 디플레이션이 아니지만 최근의 저물가 역시 고착화할 경우 디플레이션과 같은 부정적 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정 연구위원은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이 모두 하락했다는 점에서 공급 충격보다는 수요 충격이 더 크게 작용했다"며 "단기적인 공급 충격과 수요 위축이 동시에 발생해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다른 주요 국가들과 달리 한국에선 물가상승률의 중장기적인 추세 하락이 지속되면서 낮은 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낮아졌던 물가상승률 추세가 주요국에선 반등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의 낮은 물가상승률을 전세계적인 저물가 현상의 반영으로 해석하긴 어렵단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미국과 영국, 일본은 경기회복과 적극적인 통화정책 운용으로 물가상승률이 반등했다”며 “이와 달리 한국은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1% 내외까지 축소됐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현상에 대해선 "일시적인 공급 충격이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고 물가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도 높이 않다"며 "디플레이션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정 위원은 “한은법의 금융안정 규정(1조2항)과 물가안정 규정(6조3항)은 상충할 소지가 높다”며 “(목표가 상충하다 보니) 2013년 이후 물가상승률이 통화정책의 물가안정목표(2%)보다 지속적으로 낮았다. 우리 경제의 물가안정이 충분히 달성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은 “현 상황을 디플레이션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수요·공급의 일시적 요인이 사라지면 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 상황에서는 금융안정보다 물가안정을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 한은의 통화정책이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해야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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