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선심성 복지, 미래세대에 덤터기로 돌아와

▲ 김성기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지난 22일 국회 시정연설 TV 중계에 비친 문재인 대통령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단호해 보였다. 조국 법무부 장관 낙마를 거치면서 국론이 요동을 치고 경제가 매우 어려운 시기에 가진 시정연설이라서 국민의 관심이 높았다. 재정의 과감한 역할 확대를 강조하는 문 대통령의 눈빛도 매우 날카롭게 느껴졌다. 시정연설은 내년 예산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혁신의 힘’과 ‘포용의 힘’ ‘평화의 힘’을 키우자는 요지였다.

정부 내년 예산안은 금년 대비 1.2% 5조9000억 원 증가한 482조 원을 총수입으로 잡고 총지출은 9.3% 43조9000억 원 확대한 513조5000억 원으로 책정했다. 이호승 경제수석은 얼마전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우리 경제가 “위기수준 아니다”라고 강변했지만 60조2000억 원 수준의 적자 재정은 위기수준의 예산 편성을 바로 떠올리게 한다. 올해 33조8000억 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한 정부는 내년 적자 역시 국채발행으로 채워야 하므로 국가채무는 26조4000억 원 순증하게 된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뒷세대에게 고스란히 떠넘기는 짐이다.

내년 예산은 △일자리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국방역량 강화 △국민건강 투자 △저출산 및 고령화 대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일자리 부족의 처방은 수출과 투자부진을 타개, 민간소비를 진작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시장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있다. 정부가 단기 대책에 치중해 일자리의 지속 가능성이 낮아지게 되면 투입된 재정이 소비로 가지 않고 저축에 몰리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나마 일자리 대책이나 국민연금 공무원연금처럼 일정 몫의 기여조차 없이 개인에게 제공하는 선심성 현금복지가 급증하는 현상은 경제 활력을 저해하고 빚잔치나 벌이는 포퓰리즘을 확산시킨다. 저소득층과 장애인, 고령층 등의 생계유지를 위한 연금과 급여는 국가와 공동체가 당연히 지원해야 하지만 재정 형편을 외면한 각종 수당과 무상교육 등 이른바 현금복지의 무분별한 확대는 나라살림을 거덜나게 만드는 폐해로 지목된다.

정부는 취업난 해소를 위해 청년들에게 월 50만 원씩 6개월 지원하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과 월 30만 원씩 3개월을 제공하는 저소득층 구직촉진수당을 시행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술 더 떠 미취업청년에게 6개월간 50만 원씩 제공하는 청년수당 지급대상을 올해 6600여명에서 내년에는 3만 명으로 늘려 3년간 모두 10만 명에게 주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일자리는 시장의 수요가 있어야 만들어지는데 거꾸로 정부가 나서 소득주도성장이나 주 52시간 근무제를 추진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나 폐업한 자영업자가 늘었다.

정부가 현금으로 지급한 선심성 복지 예산이 2017년 22조 원에서 지난해 28조2000억 원, 올해 40조5600억 원으로 늘었다는 분석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제시됐다. 총선이 있는 내년에는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대상이 확대되고 국민취업지원과 청년저축계좌지원, 고령자계속고용장려금 제도 등이 새로 도입돼 현금을 뿌리는 복지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이런 돈을 받은 국민이 어림잡아 12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소득이 좀 있는 노인층에선 힘들게 재산세와 건강보험료 물면서 돈벌이에 나설 게 아니라 물려줄 재산 있으면 자녀들에게 빨리 나눠주고 정부가 주는 공짜 돈 받아 쓰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살 만한 노인층에서 나오는 소리겠지만 현금복지에 누수나 허술한 부분이 많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기업이나 개인이 대출을 받아 사업을 벌이고 일시적으로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듯 정부도 국채를 발행해 경기를 살리고 투자를 촉진하는 사업을 벌이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빌린 돈을 생산적인 부문에 투입하지 않고 방만한 씀씀이로 낭비하게 되면 차입이 다시 차입을 부르고 결국 자금 사정이 극도로 악화된 기업과 개인은 망하게 된다. 정부 역시 국채발행을 통해 확보된 자금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돌리기보다 선심성 복지를 통한 포퓰리즘에 빠지면 적자 재정이 다시 적자를 부르고 나라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 부담은 결국 뒷세대로 떠넘겨진다. 청년과 미래세대를 위한다는 선심성 정책이 그들에게 부담을 다시 전가하는 덤터기가 될 뿐이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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