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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외국에서 넘어온 놀이문화인 '핼러윈(Halloween)'이 국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새로운 놀이문화로써 받아들이고 즐기자는 우호적 입장과 우리나라 정서상 맞지 않고 거리가 번잡해진다는 비판적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


공식적인 핼러윈데이는 10월 마지막 날이다. 일반적으로 핼러윈데이가 평일일 경우 전 주 금, 토요일에 대부분 번화가와 유흥가에선 파티가 열리는데, 이번 핼러윈 역시 지난주인 25, 26일에 모든 갖가지 행사가 이뤄졌다.


지난 25일 핼러윈의 성지라 불리는 이태원에서는 길거리 여기저기에 호박이 걸리고 귀신 모습부터 영화 캐릭터까지 다양한 분장을 한 사람들로 꽉 찼다. 걸을 공간이 없을 정도로 붐비는 길거리의 인파는 대부분 20-30대의 젊은 층으로 보였다.

핼러윈은 켈트족의 문화에서 유래됐다고 알려진다. 켈트 족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음식을 마련해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림으로써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았다. 이때 악령들이 해를 끼칠까 두려워한 사람들이 자신을 같은 악령으로 착각하도록 기괴한 모습으로 꾸미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것이 핼러윈 분장 문화의 원형이 됐다.

미국에서의 핼러윈은 한 해의 행사 중 손에 꼽히는 행사로 어른부터 아이까지 모두 즐기는 큰 축제다. 한국에선 핼러윈 문화가 퍼지기 시작한 건 대략 2000년대로 유치원, 초등학교 등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에버랜드, 롯데월드 등의 놀이공원이나 클럽 등에서 할로윈에 맞춰 파티나 이벤트를 열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국내에서도 그 규모가 커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 지난해 핼러윈 컨셉으로 운영된 스타벅스 강남R점 모습. (사진=스타벅스코리아 제공)

◇ 유통업계 "핼러윈, 소비 촉진시키는 좋은 축제"


우선 유통업계의 경우 젊은 세대를 향한 강력한 ‘마케팅 수단’으로 십분 활용 중이다. 핼러윈을 즐기는 젊은 세대가 많아지면서 단 하루를 즐기기 위해 과감히 소비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났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핼러윈을 즐기기 위한 파티용품, 분장도구, 의상 등을 파는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핼러윈 당일 원하는 분장을 할 수 있도록 직접 메이크업을 해주는 샵과 원하는 컨셉의 머리를 해주는 미용실 등도 많이 생겨나 뷰티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유통업계에서 핼러윈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은 듯 하다. 핼러윈이 다가오기 한 달 전쯤이 되면 음식점, 편의점 등 너나할 것 없이 길거리에 있는 상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호박을 매달기 시작하고 호텔, 클럽 등에서는 파티와 이벤트 준비에 열을 올린다. 이번 핼러윈의 경우에도 롯데백화점에선 전국의 11개 점포를 핼러윈 컨셉으로 꾸미고 퍼레이드를 하는 등의 행사를 진행했으며 스타벅스에서도 전국 지정매장 내부를 핼러윈 컨셉으로 꾸몄다.


업계 관계자는 “10월은 전통적인 유통업계 비수기로 여겨졌지만 최근 2~3년새 핼러윈을 즐기는 문화가 퍼지며 특수로 자리잡고 있다”며 “온라인 쇼핑몰, 편의점 등 핼러윈 관련 제품 매출은 매년 평균 20~30%씩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 지난 25일 이태원 거리를 꽉 메운 사람들.(사진=독자 제공)

◇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문화 생겨 좋다"...긍정적 반응


핼러윈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는 불과 2~3년 전부터 시작된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핼러윈 축제 하루를 보내기 위해 옷과 소품 등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벌써 당연시 됐다. 앞서 말했 듯 일년 중 단 하루를 즐기기 위해 과감히 소비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들은 핼러윈이 어디에서 유래됐든, 그저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들과 즐길 수 있는 대규모 축제가 생겨났다는 점에서 환호하고 즐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SNS에서는 누군지 알지 못해도 분장이 눈에 띄거나 특이한 사람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이들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5일 영화 조커 캐릭터 분장을 하고 이태원을 찾은 최 모씨(27)는 “핼러윈이 어디에서 왔던(어느나라에서 유래됐던) 상관없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날 하루를 위해 준비하고 다 같이 즐기는 문화가 생긴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다”며 “모르는 사람끼리 말을 잘 섞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이날 만큼은 같이 사진도 찍고 술도 마실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또 26일 홍대를 찾아 핼러윈을 즐겼다는 엄 모씨(25)도 “할로윈은 매일 반복되는 같은 일상 속에서 새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날"이라며 "매년 할로윈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 지난 25일 이태원에서 녹색어머니회를 컨셉으로 분장한 시민들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 "시끄러워 잠을 못자겠다"...핼러윈, 정서상 맞지 않다는 시각도

그러나 핼러윈데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좋지 않은 사람도 적지 않다. 핼러윈데이가 정서상 우리나라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또 핼러윈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면서 유사한 모습만 갖추고 돈을 벌려는 상업적 수단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 모씨(29)는 지난 26일 자주 가던 음식점을 가려고 이태원을 찾았다가 곧바로 돌아왔다. 그는 ”핼러윈인줄 전혀 모르고 갔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 걸을 수 조차 없었다“며 ”상권이 살아난 게 아니라 마비된 것 같았다. 핼러윈을 즐기지 않는 사람은 핼러윈데이 당일엔 근처에도 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핼러윈이 기성세대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들 수 있어 피해가 우려되기도 한다. 마포구에 살고 있는 한 모씨(53)는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잤다“며 ”우리같은 사람들(기성세대)은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피해만 본다“고 호소했다.

또 핼러윈은 기독교인들에게도 매우 당황스러운 날이 아닐 수 없다. 기독교에서는 10월 31일이 종교개혁의 날(이는 개신교의 생일)이다. 종교개혁의 날에 잘못된 문화축제가 즐거움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게 기독교인들의 시각이다. 한 기독교인은 ”귀신 복장을 하고 드라큐라나 유령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놀래키는 할로윈 문화는 신앙인들에게 신앙적인 위협과 두려움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핼러윈, 개인의 자유로 받아들여진 새로운 문화


그럼에도 핼러윈 문화가 이미 젊은 세대에선 꽤 자리 잡은 상태라 이를 없애긴 쉽지 않아 보인다. 또 지금의 젊은 세대부터 계속해서 하나의 놀이문화로 이어진다면 지금의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가 됐을 때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큰 축제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핼러윈을 우리나라의 새로운 놀이문화로 받아들이자는 의미다.


이번 핼러윈에는 우리 전통문화가 깃든 한국 민속촌에서도 핼러윈을 맞았다. 아무리 외국에서 넘어온 축제라지만, 한국에서 잘 받아들여 하나의 문화로 정착된다면 이태원·홍대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더 즐겁고 다양한 행사를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번 핼러윈을 즐긴 이 모씨(33)에게 핼러윈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아무래도 젊은이들 위주의 행사이다보니 주변 사람들 중에 할로윈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닌 사람이 대부분인 것 같다"면서도 "그렇다보니 미국의 귀신행사를 왜 굳이 우리나라에서 즐기냐고 좋지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마치 '대한민국 국민이 서울 땅에서 영어공부를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느냐'와 같은 질문인 것 같다. 오로지 개인의 자유아닐까"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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