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회원국이자 OECD 가입국, 국민실질총소득(GNI) 3만 달러 돌파 등 한국이 국제 사회의 영향력과 지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또한 글로벌 플랫폼인 유튜브과 트위터만 보더라도 한국 문화에 대한 동경과 K-POP 인기, 한국 IT 기업 제품 리뷰 등 다양한 긍정적인 컨텐츠가 넘친다.
하지만 경제 지표상으로도 뛰어나고 이제는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에 비해 한국 경제의 실상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29일 통계청은 "올해 8월 기준 비정규직이 전년 대비 87만명 늘었다"고 발표하며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 강화에 따라 올해 3·6월 '고용 예상 기간'을 물어보는 병행 조사를 처음 실시함에 따라 기간제 근로자 약 35만~50만명이 추가 포착됐다"고 했다.
이는 국제 표준이라고 부를수 있는 ILO의 한국 노동시장 통계의 허점을 지적한 사항을 보완한 것이다.
ILO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실시 방법 중 고용의 계약 기간을 정했는지 '예, 아니오'로만 묻고 고용 기간에 구체적인 질문을 추가로 받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통계청의 설명은 올 3월 ILO 기준에 따른 병행 조사 첫 실시 때 고용 기간을 '정하지 않았음' 답변자에게까지 '고용 예상 기간'을 묻자, 이들 중 상당수(35만~50만명)가 3월 이후 답변을 '정했음'으로 바꿨고 그 결과가 이어짐으로써 8월 부가 조사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포착된 사람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고용의 형태와 질은 그 나라의 기초적인 상황을 물을때도 사용된다. 노동시장의 탄력화와 취업률등을 확인하면 경제 상황이 건전한지, 사회의 건강성을 확인하는데 중요한 단서다.
또한 고용의 형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업무의 강도도 지나치게 강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OECD 노동 관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근로시간이 가장 긴 국가 가운데 하나로 유명하다. 실제로 우리나라 근로자 1인의 연평균 근로시간은(OECD 전체 국가의 통계를 비교할 수 있는 가장 최근 자료는 2017년이다) 연간 2,024시간으로 OECD 국가들 가운데 멕시코 다음으로 길었다. 전체 국가중 2위다.
지나치게 많은 업무 시간과 비정규직 비율로 사회가 병들고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가장 피부로 느껴지는 지표는 바로 '저출산'이다. 이제 인구당 1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 '0명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출생아 수는 2만4408명으로 집계됐다. 1981년 통계 작성 이후 8월 기준으로 최저치로 2016년 4월부터 41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역대 최저치였다. OECD 회원국 중 유일무이 1명 미만의 출산율인데다 OECD 평균 츌산율 1.68명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출산율이 계속 낮아지는 이유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결혼을 기피하는 비혼주의, 개인주의 등을 꼽는다. 개인주의는 자기 자신을 중요시하는 2030세대에 두드러지는 현상이지만 비혼주의가 팽배한 데에는 젠더갈등 같은 사회적 이슈보다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현실을 포기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3월 혼인, 이혼 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5만8000건으로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와는 반대로 청년실업률은 꾸준히 올라 2014년 9%대를 유지하고 있다.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청년이 고달픈 현실에 혼인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다.
결혼의 조건이 자꾸 높아지는 것도 이유중 하나다. 결혼은 비용이 많이 든다. 결혼의 필수 요건으로 꼽는 '내집 마련'과 결혼 전 준비과정 등이 너무 비싸고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9월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여론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44세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2019년 결혼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문항중 2006부터 시행하고 있는 정부의 '결혼 정책이 도움이 안됐을 것'이라는 응답이 65%에 달했다.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긍정 평가는 10%에 그쳐 정부 정책에도 큰 온도차를 나타냈다.
결혼적령기의 청년들이 구직의 형태가 비정규직과 저임금, 고노동으로 고통받고 있어 출산의 기본 조건으로 여겨지는 혼인을 포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스테파노 스카페타 OECD 고용노동사회국장은 지난달 28일 ‘2019 국제 인구 학술대회’에서 “한국의 급격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하고 육아휴직 및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선결해야 할 정책 과제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많은 연평균 노동시간 ▲OECD 평균 이하 수준인 전체 고용 대비 시간제 노동자 비율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 ▲여성에 대한 가사 부담 등 불평등한 성 역할 태도 ▲학생들의 과도한 정규학습 및 방과 후 학습시간 ▲가계 사교육 지출 증가 등을 꼽았다.
저출산이나 결혼문화, 고용의 형태와 질은 단기간 개선이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장기화 흐름을 보인다면 사회의 기본적인 근간이 병들고 지속 불가능한 형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저출산에서는 이미 정부 정책의 실패가 통계로 증명됐다.
지난 10여년 동안 저출산 해결 정책으로 들어간 정부예산이 130조 원에 이른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여하고도 실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 결혼, 출산, 취업, 보육, 주거 등 모든 정책에 대한 새로운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최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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