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이 정부 들어 유독 통계에 관한 논란이 잦다. 그것도 정부가 생산한 통계를 놓고 이러니 저러니 시비가 많다. 정책효과를 가늠하고, 향후 정책수립에 근간이 되는 통계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면 국가경제 운용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선 안된다.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경제활동조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정규직 근로자가 35만3000명 줄고, 비정규직이 86만7000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원본이 그렇고, 청와대에 보낸 자료엔 증감을 빼고 올해 숫자만 명기한다.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를 주요 정책으로 펼쳐온 문재인 정부의 의지와 크게 빗나간 결과다. 그래서 부정적인 수치는 감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그런 논란이 일자 통계청장이 직접 나서 “조사방법이 달라져서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넘어온 비중이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비정규직의 보다 정확한 파악을 위해 권고한 이른바 ‘병행조사’를 채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통계청 설명은 이렇다. 정규직인 무기계약 근로자라고 답한 사람에게 ‘총고용 예상기간’을 추가로 물었다. 이에 ‘내가 언제까지 안정적으로 직장이 보장될지 모르니 비정규직일수도 있다’는 답변을 하고, 그래서 비정규직으로 잡혀 이런 수치가 나왔다는 얘기다.

통계청은 이런 설명을 하면서 ‘실제로는 비정규직이 많이 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려 한다. 청와대 눈치 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따른다. 이걸 국민들에게 믿으라면 믿겠는가.

국가통계위원회의 역할을 기대한다

논란이 확산되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2월중 국가통계위원회를 열어 통계 전반을 짚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통계위는 통계의 품질을 진단하고 이용 및 개선방안을 심의 의결하는 기구이다. 위원장은 부총리이고 위원은 관계 장관과 민간 전문가 등 30명으로 구성된 기구다. 논란이 많고 신뢰의 위기에 처한 통계의 신뢰성 제고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굵직굵직한 통계 논란이 잦아 신뢰성이 크게 훼손된 건 사실이다. 통계 자체를 왜곡한 경우도 있고, 유리한 자료만 선택해서 국민들에게 내놓고 정책효과를 홍보한 경우도 많았다. 그럴 때 마다 ‘코드통계’ 맞춤통계‘ ’통계마사지‘라는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8월 1분기 가계동향조사였다.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홍보하던 시기에, 통계청이 소득하위 20% 계층의 소득이 통계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가장 많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양극화를 줄이겠다며 추진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의지와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으니 정권이 발칵 뒤집혔다.

이 사건 직후 황수경통계청장이 경질되었다. 당시 황 청장의 이임사는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내가 그렇게 (정부)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다”

유독 잦아진 통계 논란

필자는 그 당시 통계청장을 별다른 설명 없이 경질할 때도 칼럼에서 통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경제통계에 40여년 익숙해 온 필자는 이 정부처럼 통계 논란이 잦은 것을 본 기억이 없다.


그만큼 통계 신뢰도가 저하되고 있으며, 정권 핵심부에서는 입맛에 맞는 통계를 요구하고 일선 실무부서에선 이에 맞춘 코드통계를 생산하려 한다면 큰 왜곡을 초래할 것이다.

통계는 정책의 성적표다. 성적표를 위조하거나 우수한 과목 일부만 부각시키면 거짓이다. 그런 성적표를 믿으면 잘못된 정책임을 간과하고, 나아가 정책의 보완 수정의 기회를 잃는다.


잘못된 통계를 토대로 작성된 정책은 국가경제를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 것은 뻔하다. 그 피해는 국민 몫이다.

선진국일수록 통계의 중립성이 강하다. 통계청이 내각의 지휘를 받지 않고 의회 산하의 독립기구(영국)이며, 통계 생산 활동의 독립성을 법으로 보장(프랑스)하며, 많은 선진국들은 통계청장의 임기를 5년 또는 7년으로 보장하는 등 통계업무에 정권이 간섭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통계수치를 정부정책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통계는 거짓이 없다.


내달 열린다는 국가통계위원회에서 통계의 엄중함을 강조하고, 다시는 통계를 갖고 장난하는 일이 없는 장치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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