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익산시농민회가 8일 익산시청 주차장에서 정부의 WTO개도국 지위 포기에 대해 철회를 주장하며 벼를 야적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최한결 기자 | 한국 농업이 세계무역기구(WTO)의 개도국 포기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타결돼 큰 분기점을 맞고 있다.

농업 관계자들이 느끼는 농업의 현실과 정부부처, 그리고 소비자들의 시선이 격차가 심해 앞으로의 산업 구조가 달라질수 있을지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RCEP이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한국·중국·일본·인도·호주·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다.

WTO 개도국 지위 포기에 이어 RCEP까지 타결되면서 수십년간 보호받았던 한국 농업계는 큰 불안감에 빠져있다.

특히 아세안 국가중에는 농업이 크게 발달한 나라들이 많다. 중국의 경우 대표적인 농업 강대국인데다 체계적인 농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일본등도 있어 한국 농산물이 시장에서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농민단체연합은 지난 5일 성명을 내면서 “WTO 농업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기로 한 데 이어 또다시 RCEP 협정문이 타결됨에 따라 농산물 시장 개방 가속화로 인한 농업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대외경제연구원은 2017년 2월 발간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추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RCEP 협상 참여국들은 이미 양자 간 FTA를 맺고 있어 RCEP으로 인한 무역 창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체결 FTA의 개선 및 규범의 조화 등을 통해 이익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농업계 전문가들은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농업부분 WTO 개도국 지위를 내려 놓을 수밖에 없지만 대책이 없다"고 지적한다.

개도국 지위 포기와 관련 정부의 입장은 "지금 당장은 큰 차이가 없다"고 밝힌바 있다. 지난달 29일 이낙연 총리는 "한국 농업에 당장은 영향은 없다"며 "농업인들은 미래의 피해를 걱정하고 농민단체는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정부도 농업인들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문제는 지난 수십년간 한국 농업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과 그 부족한점에 정부의 세금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좋은 품질과 값싼 가격으로 경쟁력을 가진 해외 농산물들과 시장경쟁에서 승산이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지난 1996년 WTO에 가입하면서 농업부분에 한정해 개도국 지위를 받은 이래 크게 달라진점이 없다. 아직도 영세한 소작농위주의 노지재배가 대세를 이르고 있고 매해 기상 상황과 자연재해의 영향을 많이 받아 농산물 가격이 널뛰기한다는 점이 큰 문제점이다.

농식품부도 내년도 예산안과 기금안의 총지출 규모를 올해보다 4.4% 증액된 15조2990억 원으로 잡았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올해 가을철 세 차례의 태풍과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농산물 수급불안으로 농업인들의 어려움이 많았다"며 "특히 WTO 개도국 특혜 관련 정부 결정에 따라 농업인들에 불안감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이러한 대내외 여건 변화에 선제적 대응 하기 위해선 '중소농을 함께 배려'하는 재정운용을 기본 틀로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사회적 역할 확장을 위해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했다"며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안과 기금안의 총지출 규모는 올해보다 4.4% 증액된 15조 2,990억 원이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도입하려는 공익형 직불제에 대한 지적이 많다. 직불제 예산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수준이 약 5조원 수준이지만 우리나라 직불제 예산은 18%수준인데 EU는 70%, 미국 58%, 일본 32%에 달하고 있다.

공익형 직불제란 쌀 변동직불금을 폐지하고 기존 논·밭 관련 직불제를 통합해 작물에 상관없이 같은 금액을 지급하되, 소농직불금을 신설하고,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생태·환경 관련 준수의무를 강화하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에 매달리는 농업 현실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농촌개발에 있어 기업의 진출을 허가하고 무한 시장경쟁에 한국농업을 선제적으로 보호 하면서 차츰 개방의 속도를 맞춰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WTO 개도국 지위 포기에 대책에 대해 (통합)직불금 예산 3조원을 꼭 확보하고자 노력하겠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농정기조를 바꾸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돌이켜보면 농업 포기 선언처럼 들리는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

김병국 한국농업연구소 소장은 "제도적 보완장치가 꼭 필요하다"며 "위기가 아닌 기회가 토대가 되려면 농업인의 소득안정 버팀목을 준비하고 농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공익형 직불제와 스마트팜 혁신 밸리, 축사 현대화 등을 통해 제도적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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