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부 유한일 기자.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를 둘러싼 논란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신산업과 구산업의 조화, 혁신과 불법의 경계를 구별하는 게 이토록 어려운 일일까.

지난달 28일 검찰이 타다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과 관련해 법무부와 청와대, 국토교통부의 책임회피성 공방이 이어졌다.

타다를 기소하기 전 국토부 뿐 아니라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협의했다는 검찰. 사건 수사와 처리는 검찰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다른 부처와 공유하지 않는다는 법무부. 지난 7월 법무부와 정책실이 타다 관련 대화는 나눴지만 기소 방침을 보고 받거나 의견을 전달한 것은 아니라는 청와대. 이들의 주장과 해명이 더해질수록 혼선만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타다는 이용자가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차량을 호출하면 운전기사까지 함께 딸려와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다. 잘 관리된 11인승 카니발 차량을 운용하기 때문에 넓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며 강제배차 시스템 도입으로 승차거부도 없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절반은 타다를 ‘혁신적 신산업’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타다가 4차 산업혁명 시대 공유경제의 대표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이용자들의 호평에 입소문을 타 출시 1년 만에 운행차량 1400대, 누적 이용자 130만명을 달성한 타다가 우리 교통서비스 문화에 긍정적 변화를 몰고 온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타다가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이용자들이 열광하는 타다의 혁신은 기술이 아닌 ‘서비스’에 있다고 본다. 단순히 차량 호출에 플랫폼을 결합한 것이 혁신이라면 카카오택시 앱은 이미 혁신의 교과서로 남았어야 한다.

따지고 보면 타다는 개인이 쓰지 않는, 즉 ‘유휴자원’을 타인과 공유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공유경제라고 보기도 어렵다. 공유경제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는 우버는 플랫폼 참여자가 소유한 개인차량의 남은 공간을 활용한 서비스다.

대신 타다는 그간 난폭운전, 승차거부 등 기존 택시들의 고질적 문제에 지칠 대로 지쳐있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혀줬다. 요즘 택시에서 찾기 힘든 ‘이용자의 편의’를 타다는 보장했다. 단순히 본다면 타다는 그저 이러한 문제가 해소된 ‘대형택시’일 수 있다.

출시된 이후 ‘잘 나가던’ 타다는 줄곧 위법성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택시업계는 타다가 불법으로 유사택시운송행위를 이어가 기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며 꾸준히 반발해 왔고, 최근에는 정치권에서도 법 개정을 통해 타다를 원천 봉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타다 논란의 가장 큰 쟁점은 현행법 위반 여부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34조는 ‘자동차 대여 사업자는 렌터카를 임차한 자에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시행령 제18조는 단체관광을 목적으로 11~15인승 승합차를 임차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운전자 알선을 허용한다. 타다 운영사인 VCNC는 모회사 쏘카에서 대여한 11인승 카니발 차량을 이용해 이 예외조항을 파고들었다.

타다는 지금까지 시행령에 근거한 승합차를 사용하고 운전자를 알선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지만 검찰의 생각은 달랐다. 차량과 기사를 대여해주며 고객에게 요금을 받는 타다의 서비스 형태가 사실상 유사 택시에 가까운데, 법이 요구하는 택시 사업자면허도 보유하고 있지 않아 현행법을 어겼다는 판단이다. 또 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해 중·소규모 단체관광객에게만 허용된 예외조항이 타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검찰의 타다 기소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혁신이라고 면죄부를 줘서는 안된다는 의견과 타다를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법안 심의가 이뤄지기 전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가는 것은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도 타다에 대한 의견이 나뉘는 것도 사실이다.

법원의 판결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타다 서비스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타다의 서비스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오면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게 되거나 사업 형태를 바꿔야 할 것이고, 예외조항 진입이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 관련 법안이 변경될 때까지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

기자는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다. 당국의 정책 판단과 조율로 해결될 수 있던 문제가 사법당국에 맡겨지는 게 긍정적이진 않다. 하지만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진 이해관계자간 충돌에 어느 한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며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무능을 봤을 때 사법적 판단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봉합할 빠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진입한 모빌리티 사업이 낡은 규제에 부딪혀 좌초된 것은 한 두 개가 아니다. 신산업의 불모지라고 불리는 한국에서 그나마 틈새를 찾아 정착을 시도한 타다까지 위기에 봉착하자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제발 숨통 좀 틔워달라’는 호소가 나온다.

기나긴 싸움을 이어온 타다는 이제 법원의 판결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나아가 이번 판결은 국내 모빌리티 산업 향방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그래도 이참에 정리할 건 하고 가자.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이 같은 논란과 충돌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판결에 따라 개선할 건 개선하고, 가져올 건 가져오면 된다. 그게 더 빠른 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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