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대비 소규모 피해로 끝나…늦장 행정은 논란 이어져

▲ 지난 9월26일 울산 울주군의 한 마을 인근 개천에서 발견된 수컷 멧돼지 사체 (사진=울산경찰청 제공, 기사와는 상관없음)

투데이코리아=최한결 기자 |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가 최초로 발생하고 첫 2주는 너무 정신없었어요. 하루 종일 방역, 검역… 그런데도 확산 사례도 나오고 기사에 무용지물 이야기가 나오니까 정말 허망하더라구요. 하지만 일단 지금 농가의 추가 확진도 나오지 않고 있어 효과는 본것 같아 다행입니다"

국내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견된 이후 정확히 60일이 지난 오늘(16일), 검역본부에서 일하는 A씨는 실무자로써 지난 두달간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첫 발생 이후 한달은 확산을 막기위한 방역과 검역, 그리고 예방적 돼지 살처분 등으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후 한달은 지속적으로 북한지역에서 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나와 이제는 야생멧돼지와의 2라운드를 치루고 있다.

경기 북부를 중심으로 파주와 연천, 김포, 인천 강화도까지 확산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총 14곳의 돼지농가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지난달 10일 이후 의심사례는 몇 번 나왔지만 추가 확진은 없었다.

정부는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철저한 살처분과 사람과 차량의 이동을 제한하고 방역에 집중했다. 특히 강화도의 경우 확산속도와 확진 판정이 눈덩이 같이 늘어나 모든 돼지가 살처분 당했다. 강화군의 돼지는 3만8000여 마리가 모두 살처분 당했다.

파주와 김포, 연천 역시 모든 돼지들 수매해 예방적 살처분했다. 이렇게 죽은 돼지는 농가에서 수매를 신청한 비육돈(5개월 이상 사육해 식용으로 출하 가능한 돼지)은 6만2772마리, 나머지 15만4154마리가 살처분 대상에 올랐다. 결국 30만8702마리의 사육 돼지가 ASF 방역을 위해 살처분됐다.

정부 당국의 초강수로 "중국의 사례와 대비하면 충분히 잘 막았다"라는 평도 나왔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8월 첫 돼지열병 확진이 나온 뒤 중국 전역으로 퍼져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죽거나 살처분 된 돼지의 수만 1억 3000만 마리가 넘는다.


▲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18개 행정부처 대상 '2019년 10월 대한민국 행정부 정책수행 평가 조사' 중 농림축산식품부 결과. 총응답자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표점오차는 95%신뢰수준±3.1p. 응답률 5.7%. 조사방법 무선전화 면접(10%) 무선(70%), 유선(20%) 자동응답 *조사기관 9월 17일(화) 10월 16일(수) (뉴시스 그래픽)


실제로 지난 8일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18개 행정부처를 대상으로 올해 10월 대한민국 행정부 정책수행 평가 조사 결과 가축 전염병 방역을 총괄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정책 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가 눈에 띄게 개선돼 두달만에 8단계나 올라 전 부처 중 7번째로 정책 지지도를 얻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응답자의 33.7%가 농식품부가 정책을 '잘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비율은 지난 8월 28.1%였지만, 9월 30.1%로 30%대에 올라선 뒤 10월까지도 이를 유지했다. '매우 잘한다'는 답변은 8.4%, '잘하는 편'이라는 답변이 25.3%였다.

이 같은 긍정 평가에 힘입어 18개 부처 가운데 농식품부의 순위는 8월 11위에서 9월 4위, 10월 3위로 훌쩍 뛰었다. 18개 부처 중 순위가 오른 경우로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긍정 평가로는 18개 부처 중 위에서 7번째에 올랐다. 부정 평가로는 15위였다.

하지만 일례로 "일단 벌어진 일인 만큼 충분히 막을수 있는 인재였다"와 최근 발생한 돼지 살처분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나온 사례등으로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여론조사에서도 농식품부가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비율은 42.6%로, 잘 하고 있다는 비율보다 여전히 높았다.


▲ 지난 10일 오전 7시께 경기 연천군 중면 마거리 민통선 내 임진강 상류 마거천에 살처분 돼지의 핏물이 하천을 붉은 빛으로 물들인 모습. (사진=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제공)

특히 지난 12일 살처분된 돼지 매몰지에서 침출수(사체에서 나온 피 등)가 하천의 흘러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늦장 대응' 논란이 나왔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인 농식품부에 따르면 연천군은 지난 10일 매몰 처리 과정 중 침출수가 작업 현장에서 유출된 것을 확인했다. 매몰지 확보가 늦어지면서 돼지 사체 4만7000여마리를 쌓아놓았는데 마침 당일 비가 내려 핏물이 인근 하천으로 들어간 것이다.


연천군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사례가 2차례 연속 나오면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연천군 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창궐했다고 판단, 더욱 추가적인 발병을 막기 위해 돼지 수매를 통해 예방적 살처분 방식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과정 때문에 시간적 여유와 기상 조건 등에 대한 여러 조건이 검증되지 못한 채 졸속 행정 처분으로 돼지 사체에서 나온 핏물 등이 인근 상수원인 임진강으로 흘러 들어갔다.

우선 농식품부는 침출수 유출을 확인하고 매몰지에서 150m 떨어진 소하천 사이에 둑을 2개 설치해 침출수가 하천에 유입되는 것을 막았다.

환경부는 한강유역환경청, 수자원공사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취수장 현장 확인을 실시한 결과 침출수 사고 전후의 수질에 변화가 없었다고 13일 밝혔다.

침출수가 상수원을 오염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자 파주 금파취수장은 12일 오전 10시부터 선제조치 차원에서 취수를 중단했다.

그러나 정부는 사고 지점과의 거리 등을 고려할 때 상수원을 오염시킬 가능성은 작으며 침출수의 추가 하천 유출도 없을 것으로 봤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4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추가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경기 연천군에서의 매몰지 침수 관련 조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말하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매몰 중인 돼지 사체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아 바이러스 존재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정확한 판단을 위해 채수한 시료를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분석 중"이라며 "정수장에 바이러스가 유입될 경우 정수처리 후 소독 공정에서 99.99%까지 제거하도록 시설이 갖춰져 있어 바이러스에는 안전하다"고 밝혔다.


▲ 야생멧돼지 폐사체와 시료 채취 모습. (자료사진)

또한 아직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 가능성이 끝난 것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민통선 지역에서 야생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되고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철원 민통선 부근에서 발견됀 야생멧돼지 2개 폐사체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검출돼 국내 확인 건만 25건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북한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창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이 지난 9월 24일 국정감사에서 "돼지열병으로 인한 북한 평안북도의 돼지가 전멸했다"며 "(북한에) 고기가 있는 집이 없다는 불평이 나올 정도"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지난 5월 북한이 국제기구에 돼지열병 발병을 신고했고, 그 이후에 방역이 잘 안 된 것 같다"며 "북한 전역에 돼지열병이 상당히 확산됐다는 징후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국내에서 발생한 뾰족한 원인이 나오지 않고 있다. 가장 큰 가능성은 역시 북한이다. 북한에서 우리나라로 내려온 것으로 파악되는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지속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는 것과 군사분계선과 인접한 경기 북부에 확정 사례 농가가 많다는 것을 근거로 두고 있다.


다만 농식품부는 이날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 원인에 대해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북한이 원인일 것이란 주장에) 물론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국내 최초 발병인데다 전염병의 원인을 단숨에 알기는 어려운 현실적인 부분이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현재 시점에선 야생멧돼지에서 전파되는 경우의 수를 급선무로 제거하는 것이 우선 순위"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하락하는 돼지고기 가격에 대해선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민들에게 알려지게 된지 몇 달이 되지 않았고 생소한 만큼 심각성에 대해서만 소비자들이 경계하는 것 같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소비기피 현상을 막기위해 제대로된 정보를 전달해드리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며,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감염된 돼지는 살처분 또는 예방적 살처분을 통해 시중에 유통되는 일이 절대 없다"며 "안심하고 돼지고기를 구매하셔도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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