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인류의 새로운 먹거리로 식물성 고기 등 대체 육류가 각광받고 있다. 식물성 고기는 콩, 버섯, 호박 등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동물성 단백질 구조처럼 재구성, 겉모습과 맛을 실제 고기와 거의 같게 만든 제품이다. 밀가루 등을 첨가하여 고기의 바삭함을 구현하거나 코코넛오일 등으로 고기의 육즙까지 만들어 낸다. 겉으로 봤을 경우 실제 고기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또한 진짜 고기보다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열량은 낮고 철분, 단백질 함량은 더 높아 건강에도 좋다.

대체육류는 채식주의자들에게 최적의 식품이다. 국제채식인 연맹(IVU)이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채식인구는 약 1억 8000만명(인도 제외)이나 된다. 우리나라는 한국채식연합 추정으로 전체 인구의 3%인 150만 명 안팎이다. 10년 전인 2008년 대비 무려 10배가량 증가했다.

최근에는 건강이나 지구 환경, 동물보호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진짜고기 대신 식물성 고기를 찾는 일반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식량부족과 자원·에너지 절약, 가축질병 문제 등으로 대체육류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세계인구는 2050년이 되면 95억 명에 달해 지금보다 20억 명이나 증가, 육류 수요가 연간 465만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가축 사육을 통해 이 만큼의 수요를 충족시키기란 무척 어렵다. 사람이 쇠고기 1kg을 섭취하려면 소에게 12~14 kg의 사료를 먹여야 한다. 또한 돼지에게는 6~7 kg, 닭에게는 2~3 kg의 곡물을 먹어야 사람이 1kg의 고기를 먹을 수 있다. 가축용 작물 재배를 위해 지금도 지구 전체 농경지의 절반 정도가 사용되고 있다. 가축을 기르기 위한 물 사용량과 트림과 방귀, 분뇨 등을 통해 내뿜는 가축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엄청나다. 현재 전체 물 사용량의 70%가 농업과 축산업에 사용되고 있다. 그중 대부분이 축산 용도로 쓰여진다. 또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의 17% 가량이 가축 사육으로 발생한다. 식물성 고기는 기존 육류와 비교했을 때 토지 사용량은 95%, 온실가스 배출량은 87%, 물 소비량은 75%까지 줄일 수 있다.

앞으로 대체육류 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제품군도 무척 다양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식물성 고기 스타트업인 비욘드미트(Beyond Meat)는 기업공개(IPO) 후 상장 첫날 주가가 160% 이상이나 폭등했고 이와 유사한 다른 회사에도 투자가 쇄도하고 있다. 가축을 살처분 하는 모습에서 죄책감을 느끼거나 건강관리, 가치관적 이유 등으로 채식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 세계 대체육 시장규모는 41억 달러이나 2026년에는 거의 배인 81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글로벌 컨설팅 업체 AT커니(AT Kearney)는 진짜고기 점유율이 2025년 90%, 2030년에는 72%로 떨어진 뒤 2040년에는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육류의 60%가 대체육이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에서도 콩으로 만든 버거와 마요네즈, 현미로 만든 돈가스, 동물성 원료를 뺀 유제품 등 다양한 채식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는 등 대체식품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올해 상반기 국내 식품산업 관련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체식품 관련 키워드는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많이 언급됐다. 특히 건강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 등으로 식품안전 문제가 대두되면서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주로 중소규모 업체 및 스타트업이 식물성 고기를 생산하고 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인 지구앤 컴퍼니는 단백질 성형 압출 특허기술을 보유, 국내 대기업과 협업해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세프 출신이 운영하는 ㈜디보션푸드도 식물성 고기 기술을 확보, 내년부터 식물성 고기를 판매할 예정이며, 스타트업 ㈜더플래닛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기업 가운데 현재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은 롯데푸드와 롯데리아. 동원 F&B가 있다. 롯데푸드는 2년간의 개발 끝에 너겟과 가스 2종류를 출시했으며 동원F&B는 미국 비욘드버거의 독점판매권을 획득, 올해 3월부터 온라인 판매를 통해 국내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1년을 목표로 대체육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대체육류의 맛이 진짜고기에 비해 떨어지고 가격도 비싸다는 점이다. 하지만 만두처럼 다양한 재료를 함께 쓰는 곳에 사용하거나 다양한 소스 등을 곁들인다면 맛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또한 앞으로 식감과 향이 실제 고기와 거의 같은 원천 소재와 기술이 개발될 경우, 국산 농산물의 활용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격이 비싸다는 흠도 늘어나는 수요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로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예측된다. (투데이코리아 주필)


필자 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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