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지난 19일 문재인대통령과 국민들과의 직접 대화는 많은 논란을 빚었다.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대화 자체를 몽땅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화가 없고,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비판하다가 모처럼 마련한 대화에 야당과 언론이 일제히 비판 일변도로 나서는 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다.

그보다는 이번 행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다음엔 더욱 개선된 대화가 이뤄지도록 촉구하는 것이 먼저다.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는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국민과 만나 격의없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여려 문제를 놓고 얘기를 나눈 것은 바람직하다.

비록 그것이 ‘쇼통’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하더라도 이런 행사를 자주 갖는 것이 좋다. 국민의 질문에 대통령이 직접 소상히 설명하는 모습은 보기 좋다.


일부 정책이나 통치행위에 관해 ‘사과’하기도 했고, 궤도수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조국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했던 것을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쇼통이라도 대화 자주 해야

대통령을 계속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 국민들의 답답함을 호소하고, 해소토록 촉구하기 위해서는 이번 직접대화와 같은 행사를 꼼꼼히 분석하여 지적하고,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성숙된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행사를 놓고 많은 지적과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 몇 가지만 되살펴 보며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다음 행사에 참고하기를 바란다.

작년에 있었던 호프 미팅에서 깜짝 행사로 준비가 없었다고 했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질문자를 사전에 섭외했던 사실이 드러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이번 대화에서도 무작위로 선정했다는 17명중 4명이 예전에 대통령을 만난 사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각본 없는 대화’라는 청와대 설명에 설득력을 잃었다.


이런 일들은 사소한 것 같지만 ‘만약 사전 조정이 있었다’면 국민들을 속인 행위이다. 대통령 행사를 치르면서 국민을 속인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선정된 질문자도 사전준비가 충분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전문적인 식견이 없어 대통령에게 전 국민의 관심사를 심도 있게 묻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귀한 시간에 국민들의 관심사 중 우선순위 없이 어쩌면 덜 중요한 사안에 시간이 할애된 건 아닌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여려 계층의 국민이 다양한 분야의 관심사를 묻고, 대통령이 답변한 것은 좋았으나 이 시점에서 절실한 많은 문제들이 대화에서 빠져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서 행사의 의의를 크게 낮췄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취업난 주택난 등 사상 최악의 어려움에 처해있는 20~30대의 애로나 불만 사항은 별로 부각되지 않았다.


최저임금이다 주52시간이다 해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영세 상인들의 고충도 관심사로 부각되지 않았다. 시시때때로 고통을 주는 미세먼지 대책을 묻는 패널도 없었다. 국민과 대통령의 직접 대화가 이렇게 이뤄지면 실망스럽다.

보다 치밀한 준비된 대화여야 한다

질문자들의 체계적이지 못한 질문에다, 추가 질문 기회도 없다보니 대통령의 일방적인 설명에 그친 면이 없지 않았다. 대화라기보다 설명회 성격으로 비쳐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격의 없는’ 형식의 대화라지만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고 산만했던 건 청와대나 주관 방송사측의 준비 소홀 수준을 넘어 호된 질책을 받아 마땅하다.

대화 내용에 대해서도 비판이 많았다. 진솔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었고, 가격안정에 자신이 있다는 대통령 설명을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어떤 통계와 자료를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올려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을 하게 하는지 의문이다.

20~30 젊은 세대의 문재인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크게 낮아졌어도 젊은이들의 실망이 커졌을 뿐, 자신에 대한 지지의 철회가 아니라는 식의 인식은 현실과의 괴리가 커 보인다.


대통령과 국민이 직접 만나 얘기하는데 대통령이 국민들의 의식이나 생각, 시장의 실정과 다른 견해를 갖고 대화한다면 그 효율성을 높게 평가하기 어렵다,


이번 대화 행사의 여러 미비점이 보완되어 보다 많은 국민과의 대화 기회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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